[언박싱] 이 주의 질문 :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어떤 질문이 담겼어야 했나?
[언박싱] 이 주의 질문 :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어떤 질문이 담겼어야 했나?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1.01.24 12:18
  • 수정 2021.01.24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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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문재인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노동존중사회 #ILO기본협약 #김진숙 #LG트윈타워청소노동자 #이주노동자

언박싱이 개편된 후 세 번째 질문입니다. 매주 한 가지 질문을 정해 노동계 구석구석에서 답변을 들어보는 ‘언박싱 이 주의 질문’. 언제 독자 여러분께 이 주의 질문을 뽑아 달라는 요청이 갈지 모릅니다. 요청이 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답해주세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청와대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청와대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었습니다. 쌍방 온라인 및 대면 참석을 적절하게 활용해 진행한 이번 신년 기자회견은 총 28개의 질문과 대통령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28개나 되는 질문에 담기지 못한 목소리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어떤 목소리가 담기지 못했을까요? 언박싱 이 주의 질문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어떤 질문이 담겼어야 했나?”입니다.

가장 먼저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의 질문입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담겼어야 할 질문으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바로 ‘ILO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질문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복직’에 관한 질문입니다.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ILO기본협약 비준에 관한 구체적인 입장과 일정에 대해 밝혀야 할 대통령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전혀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는 질문이 있었어야 했다. ILO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것도 대선 당시의 약속과 다르다. 전형적인 ‘재벌 눈치보기’가 아닌지 묻고 싶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말해왔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현재 암치료를 중단하고 청와대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에 대한 입장과 해결의지를 묻고 싶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 지도위원은 명백히 과거 독재정권의 희생양이다. 이를 바로잡을 힘이 있으면서도 왜 외면하고 있는가?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다음 질문은 40일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농성 중인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박소영 씨의 질문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에서 분회장을 맡고 있는 소영 씨는 무려 30분 가까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담겼어야 할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못 봤다. 대통령이나 국회, 언론에 대한 기대도 없다. 지금 이렇게 농성하는 우리(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구광모 LG 회장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누가 물어봐줬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선 대통령이 재벌 눈치를 보느라 우리 같이 힘없는 청소노동자의 문제에 나서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우리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냥 10년 넘게 일해온 LG트윈타워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LG트윈타워 동관에서 근무하는 구광모 회장도 매일 우리의 농성을 본다. 해를 넘긴 농성에도 실마리가 안 보인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의 횡포로부터 우리 같이 힘없는 비정규직을 지킬 수 있는 답변이 나왔어야 했다.

박소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장

※ 이번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 개혁의 새로운 조치를 취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공정경제 3법의 통과로 공정경제를 향한 민주적 법·제도 개혁은 갖춰졌다. 노동관계 3법의 통과로 균형 있는 노사관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으로 일하다 죽지 않을 사회, 작업장 안전문제에서도 진일보했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의 질문입니다. 지난해 12월,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밤에 비닐하우스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없어 실망했다는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80%는 고된 일을 마친 저녁에 지친 몸을 뉘일 제대로 된 기숙사도 제공받지 못한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다. 이런 임시시설은 전기도, 냉난방 시설도, 화재감지기와 소화기도, 부엌도, 샤워장도,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질 못했다. 지난해 12월 20일, 한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추위로 사망했다.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다른 이주노동자도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는 지금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장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제도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대우, 노동착취 속에서 강제로 노동하는 중이다. 사업장 변경이 안 되니 임금체불과 노동착취가 늘어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이주노동자 중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으로, 이주노동자 스스로 부당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대통령이 말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노동착취로 죽어가고 있다.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계획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포함됐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선언도 없어 실망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물론 국정 전반을 관리하는 대통령이 신경 써야 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지만,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대통령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이나 법무부-검찰 사이의 갈등보다는 더 어려운 누군가를 위한 질문이 많이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