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유골함 대신 들고 귀국’, 선행 베푼 기업銀 직원
‘재외국민 유골함 대신 들고 귀국’, 선행 베푼 기업銀 직원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1.27 16:34
  • 수정 2021.01.27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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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사회, 지난 26일 유골함 송환 대신한 은행 직원에 고마움 표해
“자녀들 입국하는 데 격리기간만 4주, 짐 줄여서라도 들고 가겠다 생각”
기업은행 전경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기업은행 전경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간 삭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요즘, 교민사회에서는 한 기업은행 직원의 선행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IBK기업은행 북경지점 주재원인 정동철 씨(41)다. 정 씨는 얼마 전 중국 하북성 연교에서 사망한 재외국민의 유골함을 들고 26일 귀국했다.

사망한 재외국민은 한국에 20대 자녀 둘을 두고 있지만 10년여 동안 연락 없이 지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타지에서 한국인이 사망할 경우 비싼 병원비 지급은 물론이고, 장례 절차, 유골함 송환 등 유족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다. 더군다나 유족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중국으로 가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주중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가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해당 병원과 병원비용을 협상하고, 중국한국인회의 도움으로 장례를 무사히 치렀지만 200만 원이 넘는 유골 송환은 온전히 유족의 몫으로 남아있었다. 그 와중에 정 씨가 송환을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 씨가 타지생활을 한 기간은 2년 반이다. 정 씨는 우한지점 주재원으로 1년 반 정도 지내다가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북경으로 거처를 옮겼다.

정 씨는 “타지생활을 하다 보면 연세가 있으신 노인들이 한국에 자주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안 돼 귀국이 어려운 걸 보면서 쓸쓸하시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타지에서 돌아가시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교민사회는 정 씨의 선행에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정 씨는 26일 입국 이후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기업은행지부 상근간부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 씨는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질문에 “아직 많이 알진 못하지만, 소신 있고 묵묵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소외받지 않고 공평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다가서서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