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역할 얼마나 하는지가 공공운수노조의 실력”
“사회적 역할 얼마나 하는지가 공공운수노조의 실력”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2.05 17:37
  • 수정 2021.02.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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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정부 교섭 키워드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위한 예산
[인터뷰] 현정희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노동조합의 실력은 무엇일까. 마침 후보 시절 키워드로 ‘실력’을 내세운 당선인을 만났다. 24만 조합원과 함께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다. 지난 12월 30일 당선증을 받고 올해 1월 4일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시무식으로 첫 발을 뗐다. 눈코 뜰 새 없이 1월을 보내고 1월의 마지막 금요일 29일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실력은 무엇인지, 실력을 더 키워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난처한 질문에도 진지한 고민으로 대답했다.

1월 29일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현정희 위원장을 만났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1월 29일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현정희 위원장을 만났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후보 시절 슬로건이 ‘실력으로 주도한다’였다. 공공운수노조의 실력은 무엇인가?

공공운수노조가 사회적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동조합은 공공 영역, 운수 영역, 사회서비스 영역의 노동자들이 모두 들어와 있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 부족한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24만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얼마나 해내느냐가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힘을 모아 사회공공성을 위한 법제도도 만들고, 조직문화도 만들며 사회의 여러 관행을 바꿔나가는 역할이다.

- 더 키웠으면 하는 실력은 무엇인가?

지금은 우리 노조가 기업노조의 연합형태로 산별노조화 돼 있어 유기적 결합을 잘 못하고 있다. 유기적 결합을 위한 실력이 필요하다. 핵심은 내가 일하고 있는 일터뿐 아니라 지역과 사회에서 서로 같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노동운동이고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소통‧토론‧투쟁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하나의 노조여도 직접 소통하거나 만나거나 직접 투쟁하지 않으면 같은 조합원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활용할 좋은 경험이 있으면 실마리가 될 것 같다.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이 잘 된 사례가 많다. 예로 교육공무직본부가 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라는 틀 안에 교육공무직본부를 포함해 여러 조직 산하 학교비정규직들이 함께 한다. 정부와의 교섭과 투쟁을 통해 19년에 공무직위원회 합의를 했다. 좋은 사례다. 노동자들이 왜 단결해야 하는지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충분히 토론하면 훨씬 더 큰 힘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 산별노조로서 정부가 파트너다. 앞으로 정부와 교섭할 때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예산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예산이 500조 원을 넘는다. 지금은 재난시기이다. 코로나19가 상당 기간 더 지속될 것이다. 국민 건강 위기와 경제 위기가 한꺼번에 합쳐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기간산업이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 정부 예산이 기업에만 들어가는 꼴이 돼버렸다. 처음에 정부는 노동자 해고하지 말고 정 어려우면 유급이든 무급이든 순환휴직이라도 해서 단 한 명이라도 고용을 유지하자고 했다. 1년 지난 지금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 봐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은 조 단위 적자 상황이다. 그 공기업의 노동자들이 잘못해서 발생한 적자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하나도 예산 보전을 안 해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니 유지가 안 된다. 철도, 지하철, 가스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것들이 멈추면 국민들은 당장 이동 못하고 난방 못하고 전기를 못 쓴다.

정부가 자회사 정규직이라고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인 자회사 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코레일네트웍스와 지역난방공사 등의 문제에서 나타났다. 시중노임단가와 공공기관 임금가이드라인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서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제 역할을 안 한다. 기재부 핑계 대서 기재부 가면 국토부 핑계 대고, 국토부 가면 철도공사 사장 핑계 대고, 철도공사 사장 만나면 자회사 사장 핑계 대고. 책임 없이 핑계만 늘어놓는다. 그래서 올해 키워드는 정부 예산, 특히 공공기관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이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공공기관 자회사들이 파업과 투쟁을 많이 했는데, 공동으로 하지 않고 각자의 힘이 안 모인다는 일각의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동으로 투쟁했으면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맞다.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다. 코레일네트웍스나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투쟁도 공동투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확장할 예정이다. 이런 투쟁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조율하는 게 산별노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노조 운영에서 지도부와 사무처가 뭉쳐서 강한 구심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공운수노조에는 법률원과 사회공공연구원 등 부설기관까지 합하면 130명 정도 간부가 있다. 임원도 10명 정도 된다. 안을 들여다보면 역량을 갖춘 임원과 사무처 간부들이 많다. 다만 조직규모가 최근 3~4년 동안 6만 명 정도 늘었다. 조직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다 보니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하다. 민주적 소통이 부족한 측면도 발생했다. 이런 점들이 아마 지도부, 사무처, 현장이 뭉쳐서 강한 구심점 만들지 못한 배경이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역량을 갖춘 임원, 사무처, 현장이 제대로 소통하면서 방향을 잘 잡고, 원칙을 가지고 자원 배분을 잘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취임사에 조직된 노동자를 강조했다. 코로나 시대인데 조직과 투쟁이 어렵지 않나?

왜 투쟁을 하는지에 대해 조금 더 먼저 아는 노동자를 조직된 노동자라고 볼 때 조직된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역할을 못하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이다. 작년 12월 26일 드라이브 스루로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킨 집회도 있는데 정부가 계속 방해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은 권위적 통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더 지키고 확대해나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조직된 노동자의 목소리 속에서 정부가 위기 극복의 다양한 의견과 방안들을 찾을 수 있으려면 방역지침이 지켜지는 한에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 2021년을 함께할 조합원들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각자의 위치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더 들여다보면 우리는 노동자로서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24만 조합원이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노동자를 위해 같이 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당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겠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굉장히 상징적인 곳이었다. 대한민국에 있는 을들이 그래도 가서 얘기할 수 있고, 문제가 좀 해결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을지로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노동존중을 이야기하는데 생각해보면 노동은 존중 받아야 할 객체화된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노동자를 인정해야 대한민국이 더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사람이 먼저인 노동을 주체로 인식하는 정부여당이 됐으면 좋겠고, 특히 을지로위원회가 을들을 위한 역할을 다시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