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터’ 현대중공업, ‘또’ 사망사고
‘죽음의 일터’ 현대중공업, ‘또’ 사망사고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05 20:34
  • 수정 2021.02.05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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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경 자동용접작업 중 철판에 깔려 사망
​​​​​​​현대중공업, 연 평균 사망사고 10건 … 일터에서 죽음 막을 수 없나?
사망 사고 발생 현장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021년에도 현대중공업은 ‘죽음의 일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5일 오전 9시경 현대중공업 대조립1공장에서 자동용접작업을 하던 강 모씨(41)가 무게 2.5톤가량의 철판과 고정대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강 모씨가 선박 서편의 용접작업을 마치고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강 모씨 뒤에 있던 곡철판(가로 8m, 세로 2m)이 갑자기 미끄러져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조경근)는 오전 9시 5분 사고를 인지하고 즉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10시 22분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공단 관계자 등 7명이 현장조사에 들어갔으며, 현대중공업 대조립1공장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해당 현장에는 ▲산업안전보건법 38조(안전조치) 위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35조(관리 감독자 유해 위험 방지 업무) 위반 ▲관리 감독자 미배치 ▲전도 방지용 지그(받침대) 미사용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현장조사 결과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이 사실로 판명되면, 작업중지 명령 범위 확대 및 관련자 처벌이 이뤄진다. 현대중공업지부는 고용노동부에 현대중공업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산재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업장이다. 현대중공업이 설립된 1972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산재 사망자는 466명으로 한 해 평균 10명에 달한다. 이마저도 1990년 이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집계되지 않아 축소 보고된 경향이 있다.(▶ 관련 기사 : 현대重 산재 사망 전수조사해보니…창사 이후 46년간 ‘466명’)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20년 7월 20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대중공업 노동자 살인중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사업주 구속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경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끊이지 않는 산재사망사의 이면에는 허술한 산재보험료 감면제도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2020년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9년까지 현대중공업은 연평균 20.7%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86억 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기업이 부담하는 산재보험료는 업종, 근무자 수, 산재 빈도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서 산재 빈도 판단의 기준이 되는 지표는 수지율이다. 수지율이란 3년간 산재보험료 총액 중 보험급여로 나간 금액을 나눈 비율이다. 쉽게 말해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산재보험급여를 많이 받으면 산재보험료가 증가하고, 적게 이용했으면 산재보험료가 감소한다. 사업주가 산재예방에 힘쓰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제도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많은 경우 사업주들은 노동자의 산재보험 수혜 자체를 막고 있다. 일을 하다가 다쳐도 ‘공상 처리’할 뿐 ‘산재 처리’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위험은 방조되다가 ‘중대재해’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추후 조치로 ▲긴급 소식지 배포 ▲추모 집회 진행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요구 ▲사고 관련 고발장 작성 등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실의에 잠겨 있을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관계기관과 협조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