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서 육아휴직 복귀자 사망사건 발생
[단독] 공공기관서 육아휴직 복귀자 사망사건 발생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1.02.07 14:08
  • 수정 2021.02.07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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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육아휴직 복귀자 사망… 노조는 “기관 구조적 문제” 주장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는 아직 공개 안 돼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1월,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원장 이혜정, 이하 센터)에서 육아휴직 후 복귀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센터는 상담·체험활동·교육 등을 통해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서비스 및 종합적·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립 청소년보호·복지시설이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노동조합(위원장 윤진광, 이하 노조)은 A씨의 죽음이 단순한 업무 상 스트레스나 개인의 우울증이 아닌, 기관의 구조적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A씨의 사망 이후 진행된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A씨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2018년 8월, 육아휴직에 들어가 2020년 12월 복귀했다. 노조와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센터에 복귀하기 전부터 2년 동안 변한 센터 상황에 스트레스가 컸고 센터에 복귀해서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업무가 엉망”이라며 퇴근 후 늦은 밤까지 담당 업무를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A씨는 센터 활동교육부에서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센터의 행정문서가 체계화·전산화되지 않았던 시기, A씨는 자발적으로 센터의 행정서류를 전산화, 체계화하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는 게 노조의 증언이다. 그런 A씨가 육아휴직에 돌입하자, 센터는 육아휴직 대체자에게 A씨가 하지 않았던 센터 입교생 관리 업무를 맡겼고, A씨가 육아휴직에서 돌아오자 인수인계도 없이 추가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물론 A씨가 만들어 둔 행정문서의 체계도 사라져 있었다.

노조는 “A씨가 겪었던 상황의 본질은 ‘휴직기간 동안 바뀐 업무에서 온 스트레스’가 아닌 ‘기관의 구조적 문제’”라고 말한다. 원장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업무체계와 업무량,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서비스 및 종합적·전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관의 목적에 맞지 않는 성과주의 등으로 인한 기관에 쌓인 구조적 문제가 A씨의 사망사건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전체 인원이 100여 명인 센터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만 12명이 퇴사할 정도로 센터 직원의 만족도가 낮은 편”이라며 “노조와 직원을 파트너로서 존중하지 않는 경영진과 직원을 소진하는 업무량, 걸맞은 보상체계의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차피 해도 안 된다’는 학습된 무기력으로 만족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취업 알선 사이트의 센터 평점을 근거로 제시했는데, 다수의 평점 글에서는 “원장의 짧은 임기와 원장 교체시마다 전체 체계의 흔들림, 외부민원 및 위기대응에 미숙, 직원보호 미흡, 적은 연봉” 등을 센터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달 21일과 22일, 센터가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했지만, 진상조사위원회는 A씨의 죽음을 A씨 개인의 성격 탓으로 몰아갔다”며 “산후우울증과 강박증이 있지 않았냐면서 유가족을 설득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5명의 외부 전문가 중 노조 추천 인사는 단 한 명으로, 중립적인 구성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센터가 추천한 정신의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센터 자문 노무사, 센터의 원청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감사실, 노조가 추천한 노무사 한 명과 여성가족부 추천 변호사 한 명으로 구성됐다.

윤진광 노조 위원장은 “당시에 ‘A씨가 원래 예민하지 않았냐’거나 ‘강박증이 있었다던데 맞냐’는 등의 질문이 이어져 진상조사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동료 중 한 명은 다시 진상조사위원회에 가서 증언하겠다고 하기도 했다”며 “진상조사위원회가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건지 고인의 죽음에 대한 2차 가해를 통해 자신들의 답을 ‘설득’하겠다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종료된 지 10일 정도 지난 1일, 센터에 공문을 보내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를 공개하라고 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참여와혁신 역시 센터에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에 대해 질의했지만, “아직 비공개”라며 “공문을 보내면 논의 후 답변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의 사망과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해 상급기관인 여성가족부에도 질의했지만, 여성가족부는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를 듣지 못했다”며 “기관의 구조적 문제든 개인의 귀책이든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뭔가를 얘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