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회사에서 사직서 제출하래요”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더니 “회사에서 사직서 제출하래요”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2.08 20:14
  • 수정 2021.02.08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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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10명 중 3명꼴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후 불이익당해”
신고 후 보복으로부터 보호받으려면… “처벌조항 담긴 ‘개정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작년 5월부터 서울의 한 구청 관할 청소대행업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A씨는 같이 일하는 상사로부터 괴롭힘에 시달렸다. 상사는 A씨가 수거작업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욕설이 섞인 폭언을 쏟아냈고, 머리를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등 폭행을 가했다.

A씨는 상사의 폭언·폭행을 회사에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6개월 수습 기간 동안 파트너인 상사와 문제가 생기면 정규직이 되기 어렵다는 주변 이야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공포와 두려움에 떨던 A씨는 결국 병원에서 우울·불안 증상을 진단받고 이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

그러나 이런 A씨에게 회사는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직서 제출이 부당하다고 느낀 A씨는 관할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관할구청은 회사에 “징계사항을 검토 후 확인 시 사유서 징구 및 징계토록 하라”는 공문을 보냈을 뿐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결국 회사는 A씨의 상사에게 ‘시말서 제출’ 징계를 내렸고, A씨에게는 여전히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현재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한 상태이며 근로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2021년 새해가 밝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더니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월 한 달 동안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갑질 제보는 총 2,092건으로, 이 중 643건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119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36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117건(49.6%)을 추가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따돌림·차별·보복(63건) △부당지시(60건) △모욕·명예훼손(58건) △폭행·폭언(51건) △업무 외 강요(4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17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는 비율은 30%(신고 50건 중 15건)에 달했다. 신고자 10명 중 3명이 불이익을 당한 꼴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지체 없이 조사 △조사 중 피해자 보호(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조사 후 괴롭힘 확인 시 피해자 보호(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행위자 징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따로 없다는 문제가 있다.

직장갑질119는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노동부 내부지침으로 불리한 처우의 경우 노동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처벌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며 “구멍이 숭숭 뚫린 반쪽짜리 법은 사장 갑질, 친인척 갑질, 주민 갑질, 원청 갑질, 5인 미만 사업장, 사용자 의무사항 위반, 신고 후 보복으로부터 직장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 1,000만 원 △사용자 조치 의무 불이행 과태료 500만 원 등의 처벌조항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제3자(도급인, 고객, 사업주 친족) 법 적용 △사용자 조치 의무 불이행 과태료 1,000만 원 부과 등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직장갑질119는 2월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적용 범위 확대, 처벌조항 신설, 노동청 신고 확대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시민단체로,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