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정성범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정성범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1.02.13 14:02
  • 수정 2021.02.13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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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하이패스 #고속도로전광판 #ITS #설에도 일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한국도로공사

지난주 금요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원고는 한국도로공사의 ITS 용역노동자였는데요, 이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과 임금차액반환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명절을 ‘특별소통기간’으로 설정합니다. 교통량이 많아지기에 명절에도 쉬지 않고 업무를 이어가는데요, 한국도로공사의 용역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일해야 합니다. 명절을 앞두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한 ITS 용역노동자, 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는지 들어봤습니다.

ⓒ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정보통신유지관리지부
ⓒ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정보통신유지관리지부

이 주의 인물 : 정성범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주로 하이패스를 통해 통행료를 납부합니다. 요금소에 진입할 때면 내비게이션은 친절하게 하이패스 차로를 알려주는데요, 하이패스는 누가 관리하는 걸까요?

고속도로에는 수많은 전광판이 있습니다. 지금 위치에서 가까운 나들목과 주요 나들목까지의 소요시간이나 교통정보는 물론 날씨정보까지 안내하는 전광판입니다. 물론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을 알려주기에 전광판의 정보를 유심히 보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전광판이 꺼진 것을 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고속도로의 전광판은 누가 관리할까요?

하이패스와 전광판 등 고속도로의 정보통신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건 ITS 용역노동자입니다. ITS 용역노동자는 1996년 한국도로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에서 일하다가 2001년 공기업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이 해체되면서 용역노동자가 됐습니다.

정성범 공공노련 공공산업희망노조 정보통신유지관리지부장은 강원지역에서 고속도로 정보통신시설을 관리합니다. 정성범 지부장이 하는 일은 교통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이패스의 원활한 작동을 관리하고 고속도로의 전광판과 CCTV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혹시 하이패스나 전광판, CCTV가 고장 나면 교통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게 즉각 수리하는 것 역시 정성범 지부장을 비롯한 ITS 용역노동자가 하는 일입니다.

정성범 지부장은 “제가 일하는 강원지역을 예로 들면, 설비별로 보통 140㎞ 정도를 관리하는데 하루에 7명 정도가 함께 근무하는 셈”이라며 “명절이나 휴가철, 기상이 나빠지는 날은 비상대기조를 운영해 24시간 정보통신시설의 가동을 유지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교통량이 급증하는 명절, 휴가철 등은 ‘특별소통기간’으로 설정해 특별근무에 돌입하는데, 이번 명절도 예외는 없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기존과는 달리 명절 통행료 감면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특별근무를 안 하거나 인원이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명절연휴가 시작하는 날과 끝나는 날은 근무 인원을 늘려서 배치했다는 게 정성범 지부장의 설명입니다.

다행히 철회됐지만, 이번 설에는 요금수납 노동자의 총파업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이패스만 이용가능하기에 ITS 용역노동자 중 하이패스 관리 담당은 특별근무인원 증설이 예정됐었습니다. 하이패스가 고장 나면 급히 새로운 하이패스를 설치한 후, 하이패스 기기를 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교통 흐름 조절을 위해서도 임시로 하이패스 차로를 추가해야 했기 때문이죠.

한 사람이 담당하는 구간이 길고 날씨가 나쁘거나 교통량이 많아 고장 나는 정보통신시설이 늘어나면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나 명절에는 혼자 차에서 김밥으로 때우거나 그 조차도 시간이 없어 쫄쫄 굶으며 일했던 경험도 많다고 합니다. 정보통신시설이 야외 시설물인 경우가 많아 교통량이 늘어나는 명절에 날씨까지 나쁘면 업무가 배로 늘어나기에 날씨가 좋기를, 날씨가 안 좋아도 기계가 고장 나지 않기를 항상 빈다는 정성범 지부장.

정성범 지부장은 지난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승소 소식에 조합원들 모두 환한 미소를 보여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고속도로의 정보통신시설을 관리하는 ITS 용역노동자에게 가장 기쁜 설 선물이 된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국도로공사라는 공기업과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의 해체 후 이를 인수한 대보정보통신이라는 두 회사를 상대하는 게 어렵고 두렵기도 하지만, ITS 노동자라는 전문기술인들이 제자리에서 본연의 업무에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는 정성범 지부장. 오늘도 ITS 용역노동자는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서 우리의 안전한 귀경길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