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 고용보험 울타리로...퀵서비스, 대리운전, 캐디는 유예
특고 고용보험 울타리로...퀵서비스, 대리운전, 캐디는 유예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2.16 09:49
  • 수정 2021.02.16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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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 택배기사, 화물차주, 건설기계종사자, 방과후강사 등 11개 직종 고용보험 적용
고용보험료율은 1.4%로, 고용보험 분담은 노사 각각 0.7%로 반씩
작년 5월 1일 노동절, 택배연대노조가 여의도 공원에서 드라이브인 집회를 한느 모습. 조합원이 '특고노동자 차별철폐'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작년 5월 1일 노동절, 택배연대노조가 여의도 공원에서 드라이브인 집회를 하는 모습. 조합원이 ‘특고노동자 차별철폐’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올해 7월 1일부터 특수고용노동자도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특수고용노동자가 고용보험의 울타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14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11개 직종(보험설계사, 신용카드‧대출모집인, 학습지교사, 방문교사, 택배기사, 대여제품방문점검원, 가전제품배송기사, 방문판매원, 화물차주, 건설기계종사자, 방과후강사)에 대해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고용보험이 의무 적용된다.

나머지 3개 직종 중 퀵서비스 및 대리운전 노동자는 2022년 1월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유예했다. 골프장 캐디는 적용시기를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15일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세부적용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세부 적용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고용보험위원회는 세부 적용 방안 강구를 위해 ▲고용보험 적용 대상 직종 ▲보험료율 및 분담비율 ▲보험료 산정 및 부과방식 ▲구직급여 수급요건 ▲출산전후급여 지급요건 등을 논의했다.

얼마나 다양한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울타리로 들어오느냐가 관심사였다.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골프장 캐디 노동자의 경우 소득파악 체계 구축 상황을 고려해 2022년 이후로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데 머물렀다.

노동계에서 요청한 다른 직종*들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 실태조사를 통해 하반기부터 2022년 적용방안을 논의하고 2022년 적용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 노동계 요청 직종: 가사종사자, 자동차 영업사원, 공공교육프로그램 강사, 병원 의료컨설턴트, 자동차 정비기사, 구급차‧견인차 운전기사, 화물차주(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재, 위험물질 운송은 올 7월부터 적용), 전세버스‧셔틀버스 운전기사, 여타 플랫폼 기반 직종 등

보험료 분담비율을 놓고 노사정은 합의 막판까지 진통을 계속했다. 핵심 쟁점은 고용보험료 분담 비율이었다.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사업주가 같은 비율로 반반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특수고용노동자가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75%(특수고용노동자)-25%(사업주)’를 주장했는데,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임금노동자와 다르게 자영업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논의 끝에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료율은 실업급여와 출산전후휴가급여만 적용하기로 했던 지난해 9월 국무회의 심의‧의결안인 1.4%로 정했다. 분담비율은 특수고용노동자-사업주 각각 0.7%로 반씩 분담하기로 했다.

보험료 상한액은 고용보험의 재정건전성과 임금노동자(고용보험 기가입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가입자 보험료 평균액의 10배 이내로 시행령을 통해 정하고 구체적인 상한액은 고시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결정에 대해 경총은 “‘특고와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비율 차등화’와 ‘적용 직종 최소화’는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입‧이직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더 높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일반 근로자와 같은 보험료 분담비율 적용은 관련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흔들고 결과적으로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고용보험 적용 확대로 인해 재정건전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적용이 확대되는 만큼 고용보험 지출이 늘어나 고용보험기금의 적자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8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제출한 고용보험 재정수지 추계를 근거로 2023년부터 고용보험 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 인용했던 한국노동연구원의 고용보험 재정추계에서는 2025년부터 고용보험기금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노동연구원의 고용보험 재정추계는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고용보험기금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한국노동연구원의 재정추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의 재정추계에는 반영됐다.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에 8,08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도 2조 87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기금을 관리하는 고용노동부는 지난해에만 공적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4조 6,997억 원을 대출해 부족한 기금을 보충했다.

결국 안 그래도 고용보험기금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로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또한 그 부담은 고용보험 기존 가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고, 일반회계로부터 일부 고용보험 사업 예산을 끌어오는 경우에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또 다른 고용보험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우선적으로 고용보험 적용 확대는 가입자 수 확대로 납입돼는 재정도 늘어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모두 가입한다는 조건, 실업급여 지급률 60%, 수급 자격을 엄격히 제한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며 “예상 수입은 1.24조 원이고 예상 지출은 1.5~2.7조 원으로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정규모는 약 0.3~1.5조 원”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추가 필요 재정에 관해서는 “사회보험료 지원처럼 일반재정에서 충당 가능하고, 모성보호사업이 1.4조 원 규모인데 실업급여 계정에서 분리하여 일반회계로 편입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고용보험위원회 의결 내용으로 시행령 안을 마련하고 2월 중 입법예고, 규제‧법제심사 등을 거쳐 6월에 개정 입법을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