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키는 경비노동자, 이제야 건강 지킨다
아파트 지키는 경비노동자, 이제야 건강 지킨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2.17 19:28
  • 수정 2021.02.17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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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 발표
승인제도 3년 유효기간 및 갱신 조항 둬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미디어트라이앵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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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비노동자로 대표되는 감시‧단속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할 대책을 마련했다.

17일 고용노동부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허술했던 승인제도를 촘촘하게 바꾸고 새로운 근무체계 개편을 장려해 감시‧단속적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감시‧단속적 노동자의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노동시간 상한, 휴게시간 및 휴일 보장에서 적용 제외가 가능하다. 노동시간 상한과 휴일 규정에서 적용 제외되면 연장‧휴일 노동에 따른 가산수당은 물론 주휴일에 관한 권리도 갖지 못한다.

경비원과 같은 감시적 노동자의 경우 감시업무를 주로 하며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적다는 이유, 전기시설관리 노동자와 같은 단속적 노동자의 경우 기계 고장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노동이 간헐적이고 대기와 휴게시간이 길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업무가 힘들지 않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비노동자의 노동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분리수거, 빗자루질, 택배 보관, 주차관리, 시설물 수리까지 주기적으로 맡아야 할 업무가 많이 주어진다. 경비실 휴게 공간마저 침대가 보기 싫으니 치우라는 주민의 갑질, 내가 낸 전기요금으로 왜 더위를 피해야 하냐며 에어컨 설치도 막아 무더위에 놓이는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실상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분류돼 무제한‧무급 노동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게다가 경비 업무 이외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할 시 감시‧단속적 노동자 승인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작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351개 아파트 단지 표본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의 93.7%가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승인된 상태였다. 거의 모든 경비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으로 정부가 이번 개선안을 마련한 것이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승인제도 오남용 방지를 위해 ▲승인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고 만료 시 갱신 신청을 하되 현장 점검을 통해 승인 갱신 ▲승인기준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승인 제한 ▲승인 신청 시 노동자에게 근무 형태 및 노동시간 적용제외 사실 통지 의무화 등이다.

휴식권을 보장을 위한 방안도 개선안에 담겼다. ▲근무지와 휴게‧수면 공간 분리 ▲적정 실내온도 유지를 위한 냉난방 시설 마련 ▲월평균 4회 이상 휴무일 보장 ▲소음 차단 및 위험물질 노출 금지 등이다. 또한 사업주가 휴게시간만 늘려 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편법 운영을 막기 위해 휴게시간이 노동시간보다 많이질 수 없도록 상한을 정해야 한다.

감시‧단속적 노동자 승인제도에서 논란이 되는 지점인 겸직 판단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판단 가이드라인은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일인 올해 10월 21일 전에 노‧사‧전문가 의견수렴 및 현장 실태 파악을 통해 마련한다.

한편 승인제도가 엄격해지면서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일반 노동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길 것으로 예상해 장시간 노동을 대비한 경비노동자 근무체계 개편도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등 노동자 보호가 한층 두터워지고 제도 운영도 체계화되길 기대한다”며 “조속히 겸직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근무체계 개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현장 법 준수와 고용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