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질문 : 노나메기 세상이 오려면
[언박싱] 이 주의 질문 : 노나메기 세상이 오려면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2.19 17:39
  • 수정 2021.02.1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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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편가르기 #바로잡기 #배려 #공평

백기완 선생이 2월 19일 전태일 열사 곁에 잠들었습니다.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는 영결식이 치러졌는데요.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찾았습니다. 백기완 선생은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외쳐왔습니다. <참여와혁신>도 영결식장에서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노나메기 세상이 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대학로 일대에서 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노제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대학로 일대에서 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노제가 진행됐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올해 스무 살이 된 안지연 씨는 “편가르지 않아야 노나메기 세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안지연 씨는 백기완 선생이 누군지는 몰랐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알았는데, 부모님이 듣는 걸 어렸을 때 따라들었다고 합니다. 마침 서울광장을 지나가는데 이 노래를 듣고 발걸음을 멈춘 것입니다.

“대학생 될 때까지 공부를 하면서 ‘불평등이라는 건 왜 있을까’ 이런 생각도 했는데, 결국 사람들이 니 편 내 편 나누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백기완 선생님이 지은 것이라고 말하자 안지연 씨는 “가사를 들었을 때 뭔가 결단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옛날 사회분위기가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28살 이산하 씨는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노나메기 세상으로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청년세대는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데, 일을 해도 돈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의? 잘 모르겠어요. 상위 몇 퍼센트 되는 사람들이 일 안 하고 버는 돈을 재분배했으면 좋겠네요. 지금 부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바로잡을 수 있는 세상이 와야 노나메기 세상이 올 것 같아요.”

서초 반포동에 사는 삼부자도 서울광장을 찾았습니다. 아버지(이병석), 첫째(이태현·15세), 둘째(이승현·12세)인데요. 이날 백기완 선생을 처음 알게 된 초등학교 5학년 이승현 학생은 “아버지에게 설명을 들으니 여기 올 만 했던 것 같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 아들이 상상하는 노나메기 세상은 각각 달랐습니다.

이승현 학생 : “누군지 몰랐는데 아빠가 나오자고 해서 오게 됐어요. 아빠는 백기완 선생님이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화에 바쳤다고 했어요. (노나메기 세상은) 뭔지 모르겠는데 서로 배려하면 될 것 같아요. 음··· 일하다 다치면 병원에 공짜로 가는 거?”

이태현 학생 : “중학교 2학년 이태현이에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아빠가 옛날에 시위를 하셨다고 해서 아빠랑 들어봤어요. 가사를 들으면서 고생을 많이 하고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나메기 세상에서는 공평해야 할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하고 시키는 사람이요.”

딸과 함께 서울광장에 온 다른 아버지도 여기에 말을 보탰습니다.

“우리 딸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가요. 얘도 미래에 노동자로 살아갈 거잖아요. 얘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아 백기완 선생님이 이런 선생님인데 저번에 내가 발인 날에 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었구나’ 이렇게 기억하길 바라죠.”

학교를 졸업하고 시민단체에서 일한 지 2년이 된 한 익명의 활동가(32)는 “함께 연대하는 마음으로 같이 걸어가는 세상”이 노나메기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함께 연대하는 마음으로 같이 걸어가는 세상이 선생님이 생각하신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걸 이어받아서 가져가야 하죠. 어떻게 하면 노나메기 세상이 올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걸었던 길도 그렇고 저희가 걸어가려고 하는 길도 굉장히 어렵고 험난한 길이잖아요. 그 길 속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게 방법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