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산업 고사화 막을 마지막 기회”, 온라인 마권 발매 향방은?
“말 산업 고사화 막을 마지막 기회”, 온라인 마권 발매 향방은?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1.02.19 17:52
  • 수정 2021.02.1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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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 국회 앞 1인 시위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 예정
19일, 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19일, 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말 산업 고사는 현실화돼요.”

1인 시위 중인 신동원 공공연맹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1년 동안 관중이 입장한 상태로 경마 경기가 진행된 기간은 단 5주에 불과했다. 경마 경기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아 경마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말 산업 고사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오는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가 예정된 가운데, 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이 15일부터 국회 앞에 피켓을 들고 섰다. 신동원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말 산업은 다 고사한다”고 말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은 4개로 모두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신동원 위원장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 더 많은 월급을 달라는 게 아니라 정말 고용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라며 “경마 경기를 통해 수입을 얻는 경마기수와 말 조교사, 마필관리사의 고용이 불안해지면, 자연스레 말 생산 농가와 말 육성과 관련된 여러 산업이 다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마사회가 <참여와혁신>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경마 매출 손실액은 6조 2,682억 원에 달한다. 한국마사회는 이익금의 7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납입하는데, 2020년 영업손실로 2021년분 축산발전기금 938억 원은 납입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경마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말 생산 농가는 축산발전기금을 통해 저리로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동원 위원장은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과 내년 5월 대선으로 2월 임시국회를 놓치면 올해 안에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통과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을 놓치면 말 산업은 언제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마사회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한국마사회는 “경마 경기 중단으로 말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져서 현재 절반수준의 상금을 집행해 상생경마를 시행하고 있지만, 말 산업 위축은 가속화되고 있다”며 “상생경마를 위해 사용 중인 한국마사회 유보금도 5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 임직원의 임금 역시 지난해 3월부터 삭감된 상황이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한국마사회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10월 이후부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휴업수당을 평균임금의 60%로 조정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관중 경마 경기가 이어지자 올해부터는 평균임금의 50%를 임직원의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말 산업 관계자들은 오는 23일 국회 농축산위 법안소위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한국마사회법 처리는 낙관적이지 않다. 신동원 위원장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 마권 발매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역시 “경륜과 경정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입장권 발매에 적극적이지만, 농림부는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마사회가 주관한 한국마사회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박정훈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의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무조건 마사회 편을 들 수도 없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 농축산위 법안소위원장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3일 법안소위에 한국마사회법이 심의 대상인 것은 맞지만, 정부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당에서도 의원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해 한국마사회법의 통과여부를 예측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법 개정의 첫 단추인 23일 국회 농축산위 법안소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