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질문 : 넓고 두터운 재난지원금이요?
[언박싱] 이 주의 질문 : 넓고 두터운 재난지원금이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3.07 14:06
  • 수정 2021.03.07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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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전농 #4차 재난지원금

4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19조 5,000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4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약 690만 명에게 최대 5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3차 재난지원금과 비교하면 200만 명 정도가 추가지원을 받는 셈입니다. 대상자에 노점상과 실직자의 대학생 자녀가 포함되는 등 고용취약계층에게 ‘더 넓고 더 두터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꽃집은 재난지원금을 받아도 화훼농가는 못 받고, 택시기사는 받아도 전세버스기사는 대상이 아니라는 기준 때문입니다. 이에 코로나19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된 이들은 평등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상황입니다.

2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진행된 ‘계속되는 농업 무시! 더 이상은 못참는다! 농민에게도 재난지원금 지급하라!’ 기자회견 ⓒ 전농 

이번 주 <참여와혁신> 언박싱에서는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과 재난지원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그동안 농민들이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농민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거나 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전해 줄 재해지원금이라도 지원해 달라는 것입니다.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문제가 있어요.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유지하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농업을 단순히 산업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거죠. 정책도 옛날에 문제시됐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오다보니 불만이 쌓여있는 상황이에요. 농업 분야가 중심인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농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지역 경제가 무너져버린다는 것을 아는 거죠. 그런데 정부는 신경도 안 써요. 농촌에서는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후 9시 영업제한이 걸렸을 때 겨울수박의 가격은 폭락했습니다. 겨울수박은 주로 호프집의 안주로 많이 팔린다고 하는데요, 영업을 못하니 자영업자들이 재료를 줄인 것입니다. 영업제한으로 인한 농산물의 소비부진은 농민들의 피해로도 이어졌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학교 급식재료로 납품하던 농가는 학교가 개학을 안 하니 급식을 납품할 길이 없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하던 농가도 사람이 안 오니 같은 상황입니다. 농민들도 코로나19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여러 나라들은 농업을 지속시키고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습니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한국정부는 농업을 무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패싱한 것 같다. 특히 문재인 정부 안에서는 농업이 사라졌다고 본다”며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것의 한계를 봤다. 본질적인 정부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농업이라는 산업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한숨을 내쉬는 농민들이 늘었지만, 재난지원금에서는 꾸준히 소외돼 왔습니다. 농산물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고, 소비는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지난해 내내 지속된 이상기후가 겹쳐져 농민들은 농지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통계상으로 농민의 소득하락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가격은 꾸준히 평균을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약 45%(2019년 기준)인 나라입니다. 식량을 주로 수입해서 먹는 나라라는 건데요.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입니다. 식량자급률은 점점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2009년 56.2%에서 10년 만에 10%p 이상이 감소한 겁니다. 농업의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오히려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넓고 두터운 재난지원금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