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쟁 신호탄 올랐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쟁 신호탄 올랐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3.09 16:16
  • 수정 2021.03.09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총,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아직도 319만 명”
민주노총, “통계상 오류 이용한 여론 호도… 생활임금 쟁취해야” 반박
ⓒ 한국경영자총협회
ⓒ 한국경영자총협회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들어가기 전부터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경영계와 생활임금 쟁취를 주장하는 노동계 간 물밑 신경전의 막이 올랐다.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20년 최저임금이 높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은 노동자가 319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긴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법정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는 319만 명(최저임금 미만율 15.6%)으로,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는 2001년 57.7만 명(4.3%)에서 2020년 319만 명(15.6%)으로 증가했는데, 20여 년간 총 261만 명(11.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 같은 최저임금 미만율에 대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15.6%)은 우리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함에 가장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2020년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62.4%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29개국 중 6번째)에 도달했으며 산업 경쟁국(G7)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결정(2.87%)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미만율(15.6%)이 역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난 것은 우리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을 통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6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인 경영환경을 고려한 최저임금 구분적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였고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매출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고, 코로나19 이전으로 경영 여건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일정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앞에 걸린 플랜카드에는 "먹고살자 최저임금. 최저임금 인상하라"고 적혀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지난해 7월 13일, 고용노동부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먹고살자 최저임금. 최저임금 인상하라”고 적혀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2022년 적용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이 같은 발표를 한 경총의 의도가 뻔히 보인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입장문을 내고 “통계청의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시급제 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달자는 2만 3,000명으로 1.1%에 불과하다”며 “이는 시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사실상 표준임금으로 작동하며,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또한, “경총이 근거로 삼은 최저임금 미달자 319만 명(15.6%)은 월급제 등 다른 임금지급 형태의 노동자들을 포함한 통계”라며 “시급제 외의 임금지급형태는 임금의 구성이 복잡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알기 어렵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통계상의 허수가 발생하는 등의 오류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제시한 최저임금 미만율은 대략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의 오류를 이용한 여론 호도라는 게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한편, 2021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이다. 시급 8,720원은 2020년 대비 130원 인상한 금액으로, 인상률은 1.5%다. 인상률은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1%와 소비자물가인상률 전망치 0.4%,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 1%를 합산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