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부단히도 아파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이들을 격려합니다
[발행인 칼럼] 부단히도 아파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는 이들을 격려합니다
  • 박송호 발행인
  • 승인 2021.03.12 00:30
  • 수정 2021.03.11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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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호 참여와혁신 발행인
박송호 참여와혁신 발행인

모두가 좋은 결과를 바라며 노력하지만, 곧바로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살다보면 좌절을 넘어 절망이 있고 제자리를 맴도는 슬럼프도 있습니다. 바닥을 넘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 진짜 중요한 것을 경험합니다.

세상에 치이고 내 삶에 지쳤을 때 ‘희망은 있는가?’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까?’라고 회의적인 자세가 됩니다. 이런 분에게 <싱어게인 무명가수전>(JTBC)을 소개합니다.

<싱어게인>은 경연을 모티브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입니다. 다른 예능에선 참가자가 아닌 사회자나 심사위원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싱어게인>은 다른 예능과 달리 자기 색깔을 가진 참가자가 주인공이며, 심사위원과 사회자가 참가자를 예능의 대상이나 자신의 잘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갈등과 대립, 과장을 강조하는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 ‘순한 편집’을 했습니다.

<싱어게인>은 슬픈 경험을 가진 참가자를 연민이 아닌 온전한 참가자로 대합니다. 심사위원들은 “나는 사연과 상관없이 이 무대를 보겠다”고 말하고 “멋있게 봤다”고 격려합니다. 심사위원들은 “(나는 너보다 많이 알고 경험도 풍부한) 전문가다. 너는 내 말을 들어야 해!”라는 식의 독설로 가득 찬 분석과 평가 대신, 참가자의 노래를 즐기면서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대중의 눈높이에서 이렇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며 동료이자 선배로서 격려하고 정성을 다합니다.

사회자와 심사위원의 순한 모습은 참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오랜 무명과 소외의 절박함에서 오는 모질고 이기적인 기존 경연과 다른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쟁과 갈등이 아니라 동료를 배려하고 함께 아파하며 자신의 색깔과 실력으로 노래합니다. 시청자인 대중은 새로운 모습에 기꺼이 반응하며 격려합니다. 댓글 역시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시청자이자 감상자로서 자신의 평을 쓰고 참가자를 격려하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사회의 지도층, 정치와 경제를 이끄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으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사회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지지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럴 때 실력만 있으면 ‘절차’는 무시해도 용인됐던 우리사회가, ‘편’에 따라 해석과 적용이 달라졌던 우리사회가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생소함과 다름에 대해서도 <싱어게인>은 따뜻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유희열 씨는 한 경연참가자에게 “경계선에 서 있어서 아직 애매하지만 독특한 자기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명의 스타가 나오면, 계속 움츠린 사람들에게, 애매한 경계선에서 확실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용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참가자는 용기를 내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상징하며 대변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독히도 짓누르며 강제하는 전체주의와 질시, 조급함을 이겨내고 ‘다양성’과 ‘창의’를 만드는 것은 ‘남보다 잘남’도 ‘희생’도 아닙니다. 용기를 내 ‘도전’하고 노력하며 또 이를 ‘격려’할 때 비로소 시민이 만드는 ‘다양성’과 ‘창의’의 공간이 마련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