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질문 : 야외노동자, 미세먼지에 안녕하십니까?
[언박싱] 이 주의 질문 : 야외노동자, 미세먼지에 안녕하십니까?
  • 정다솜 기자,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3.21 22:36
  • 수정 2021.07.07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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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칼칼 #따끔

이번주 초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잠깐 외출에도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가웠는데요. 전국이 콜록댄 한 주,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냈을까요? 

하늘을 덮은 뿌연 미세먼지 아래서 일한 야외 노동자 다섯 명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전차선노동자 배정만 건설노조 전차선지부장, 건설노동자 최용석 건설노조 대경지부 조직부장, 서울시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김영수 서울일반노조 환경분과장, 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퀵서비스노동자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위원장입니다. 

“코가 시커멓게” 나와도 노동을 멈출 수 없었던 이들에게 미세먼지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전차선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용접으로 만든 간이 사디리 일명 '지네발 사다리'(왼쪽 사진), 사다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지네발 사다리를 타고 전주에 올라간다.(오른쪽 사진), 사진 제공 = 건설노조
전차선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용접으로 만든 간이 사다리 일명 ‘지네발 사다리’.(왼쪽 사진) 사다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지네발 사다리를 타고 전주에 올라간다.(오른쪽 사진) ⓒ 건설노조

-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적으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종일 밖에서 일하며 겪는 어려움도 컸을 것 같은데요. 

배정만(전차선노동자) 
“미세먼지 때문에 눈곱이 자주 끼긴 하지만 원래 공기가 안 좋은 곳에서 일해서인지 체감은 잘 못해요. 우린 지하 터널에 들어가서 일할 때가 많은데요. 터널 안 먼지 때문에 일을 마치면 이미 얼굴이 새까매져서 나오거든요.”

박영일(퀵서비스노동자)
“바람을 맞으면서 오토바이를 타니 먼지를 엄청나게 먹어요.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눈도 침침하고 아침 되면 벌겋게 충혈돼 있죠.”

최용석(건설노동자)
“요즘 같은 날은 코가 시커멓게 나와요. 목도 칼칼하고 그렇죠.”

도명화(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미세먼지는 밖에 나가면 다 있지만 우린 자동차 매연과 함께 맡잖아요. 아무래도 요즘 건강에 더 안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 고용노동부에서 2019년 발표한 ‘옥외작업자를 위한 미세먼지 대응 건강보호 가이드’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배정만(전차선노동자)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

최용석(건설노동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방진마스크를 지급받아야 하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안 줘요. 노조가 따로 요구하거나 구청이나 노동부에서 검사 나온다고 하면 줘요. 그때 왜 주는 거냐고 물어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라고 말하죠.”

김영수(환경미화원)
“그런 건 현장에서 지킬 수가 없어요.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인해 생활폐기물이 많이 늘었거든요. 눈이 따갑다거나 날씨 때문에 한두 시간 쉬는 건 불가능하죠. 현장마다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있거나 휴게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도명화(도로공사 현장지원직)
“현장에서 날씨와 관련해 마련된 기준이 없어요. 출근하면 밖으로 나가기 바쁘죠.”

박영일(퀵서비스노동자)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을 알더라도 우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토바이 타고 나가야 해요.”

 

- 마스크는 잘 지급받고 계십니까?

도명화(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미세먼지뿐 아니라 코로나 관련해서도 도로공사에서 전혀 마스크를 주지 않아요. 밖에서 일하는 인원에겐 더욱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사무직들이 예산이 없고, 본인들도 못 받는다고 이야기해요. 현장직에게 마스크 지급은 필수 아닌가요? 예산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지원해야죠.”

배정만(전차선노동자)
“동그랗고 노란 끈 달린 공업용 마스크 아시죠? 그걸 회사에서 지급해줘요. 그런데 끝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힘든 작업을 할 땐 땀이 나잖아요? 그럼 마스크가 젖어서 숨이 안 쉬어져요. 마스크를 내내 쓰고 일하기가 쉽진 않죠.”

최용석(건설노동자)
“말했듯이 구청이나 노동부에서 검사 나오면 줘요. 그런 게 없으면 뭐 얼렁뚱땅 넘어가는 거죠. 현장노동자들도 비 오는 것만 잘 확인하지 미세먼지 농도까지는 잘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예요.”

김영수(환경미화원)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는 잘 지급받고 있어요. 그런데 저녁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KF94 마스크를 끼고 일하려니 숨 쉬기가 힘든 것뿐이죠.”

박영일(퀵서비스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다 보니 회사에서 챙겨주는 건 거의 없어요. 다들 사서 쓰는 거죠.”

 

- 미세먼지 외에 눈, 비, 바람, 더위, 추위 등에 대처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배정만(전차선노동자)
“여름엔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철을 만져야 해요. 겨울엔 지난달에도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우리는 9~10m 높이 위에 올라가서 일해야 해요. 철제가 미끄럽고 발판도 제대로 없는데 머리에 눈은 수북하게 쌓였죠. 예전엔 노조가 없어서 말도 못 했지만 이번엔 공단에 항의를 했어요. 이런 날 일 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요.”

박영일(퀵서비스 노동자) 
“날씨에 어쩔 도리가 없어요. 여름에 비옷을 입으면 안에 습기가 꽉 차요. 비옷을 입으나 안 입으나 옷이 다 젖죠. 겨울에도 눈이 와서 비옷을 입으면 똑같이 안에 습기가 차는데요. 그게 안에서 얼어버려요. 날씨로 인한 애로사항이 많죠.”

 

- 미세먼지를 비롯해 일하기 어려운 날씨에 어떤 대책이 더 필요하십니까? 

도명화(도로공사 현장지원직)
“도로공사에서 날씨 관련 기준이 마련됐으면 해요. 지난해 폭염이나 폭우일 때는 현장 근무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도로보수 작업 등 다른 현장직들은 이전에 다 했다. 왜 너희만 별나게 그러냐’는 식이에요. 그러니까 나가서 다리 밑에 가서라도 있으래요. 도로 쓰레기 줍는 일이 꼭 비 맞으면서도 해야 하는 일은 아니잖아요?”

최용석(건설노동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업체들이 먼저 마스크 착용을 권고해야 해요. 그럼 우리도 착용할 텐데 따로 말하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먼저 챙겨주질 않아요.”

배정만(전차선노동자)
“우린 휴게시간이 없잖아요. 열차가 들어오면 전차선의 전기를 끊고 들어가서 새벽 열차 운행 전 2~3시간 안에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해요. 날씨에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인력을 더 투입해서 노동강도를 떨어뜨리는 것밖에 답이 없어요.”

김영수(환경미화원)
“폭우나 폭설 땐 두 시간 정도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럴 여유가 안 돼요. 그렇게 쉬려면 차량하고 인원이 늘어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