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에 직장갑질119, “의미 있는 진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에 직장갑질119, “의미 있는 진전”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3.25 19:33
  • 수정 2021.03.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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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친인척 처벌조항, 조치의무 중 비밀유지 등 신설
“5인 미만·프리랜서 등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못 받아… 시행령 개정해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직장갑질119가 “부족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통과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사용자 괴롭힘에 대한 제재 규정, 사용자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 등이 신설되고, 사용자 조치 의무가 강화됐다.

먼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하도록 조사 의무를 구체화했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도록 비밀유지 조항을 신설했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사내신고 및 조사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는데도 사용자가 사건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 유지 등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돼 폭언 등에 의한 건강 보호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법은 고객 응대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현저한 우려가 있으면 사업주가 업무 일시 중단·전환 등 보호 조치를 하고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게 되어있는데, 이 적용대상을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모든 노동자’로 확대했다.

또한, 현행법은 콜센터 상담사와 같은 ‘고객응대근로자’에 한하여 보호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개정법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에 노출되는 노동자를 보호 대상에 포함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10월 초에 시행될 예정이다.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직장갑질119,
“5인 미만 여전히 적용 안돼… 시행령 개정해야”

직장갑질119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부족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의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신설된 것에 대해 “직장갑질은 병원 원장의 부인, 사회복지시설 원장의 아들 등 가해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갑질의 가해자인 경우도 많다”며 “과태료 부과에 불과하지만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일 경우 처벌할 조항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12월 29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직장갑질 경험자 341명의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4.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사용자(27.9%)와 사용자의 친인척(2.6%)이 30.5%였다.

또한, 조사·조치 의무에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된 것 역시 “불이행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지만, 처벌조항이 신설된 것도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적용대상을 꼽았다. 직장갑질119는 “적용대상이 일하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는 법 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대상은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다. 따라서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78만 명(통계청), 간접고용 노동자는 347만 명(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특수고용노동자는 229만 명(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플랫폼 노동자는 47만~53만 명(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으로, 최소 700만 명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간접고용,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중소기업의 경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아닌 중소기업도 직장갑질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겸 변호사는 적용 범위에 대한 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에는 조사도, 제재도 불가능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의미가 없었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은 회사에 신고하면 회사가 철저히 조사해서 가해자에게 징계 등 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동안 신고를 해도 묵살하거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하여도 과태료지만 제재가 가능해졌다. 원청 갑질, 입주민 갑질, 특수고용노동자 적용, 4인 이하 사업장 등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부분에 관한 법 개정도 조속히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시민단체로,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