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백신 휴가, ‘권고’로 보장 어려워”… 입법 등 후속 조치 촉구
노동계, “백신 휴가, ‘권고’로 보장 어려워”… 입법 등 후속 조치 촉구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3.29 17:39
  • 수정 2021.03.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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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백신 휴가 준다… 28일 중대본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 휴가 활성화’ 발표
노동계, “휴가 ‘권고’로 예외 인정한다면 실효성 기대하기 어려워”
정부, 국회 감염병예방법 개정 통한 휴가 부여 검토
ⓒ 클립아트코리아<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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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월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발열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의사 소견서 없이 신청만으로도 사업주가 휴가를 부여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에서는 “권고에 그치는 만큼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코로나19 백신 이상 반응 휴가 활성화’ 논의 후 “그간 백신 접종 후 발열·통증 등으로 근무에 지장을 겪는 경우가 있어 백신 휴가 부여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백신 휴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였다”고 발표했다.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백신 휴가는 이상 반응이 나타나 휴가를 신청한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의사 소견서 등을 따로 요구하지 않고 백신 접종자가 신청만 하면 휴가를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백신 접종 당일에는 공가, 유급 휴가 등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백신 접종 뒤 10~12시간 안에 이상 반응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접종 다음 날 1일 휴가를 부여하고, 이상 반응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로 1일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이어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시설별 여건에 따라 접종자에게 병가·유급휴가·업무배제(유급 전제)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접종이 진행 중인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휴가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경찰, 군인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등의 복무 규정 해석을 통해 병가를 적용하고, 5월 접종을 앞둔 항공 승무원에 대해서는 항공사 등과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임금 손실이 없도록 별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거나 병가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협회,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백신 휴가를 제도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노동계가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내놓고 있다. 정부 지침으로 백신 휴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공공 부문과 달리 민간 부문은 권고만으로는 백신 휴가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9일 민주노총은 “정부의 대책으로 백신 접종 후 통증 등 후유증에 대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얼마나 되겠냐”며 “백신 접종은 국가의 면역체계 수립을 위한 정책인데 ‘권고’라는 방식으로 민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다면 과연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중소사업장, 일용직, 특고, 플랫폼, 영세자영업자를 포함하는 모든 사람에게 백신 휴가 의무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국가가 백신 휴가 비용을 책임지는 법안을 당장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정부 방침은 시설 여건이 안 되는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들과 민간부문 종사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 같다”며 “대부분 영리를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과 민간기업들이 ‘백신 휴가’를 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각지대와 차별 없는 백신 접종, 백신 이상 반응이든 뭐든 아프면 누구나 쉴 수 있는 유급휴가(상병수당) 보장을 당장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백신 휴가 제도를 위한 정부의 입법 계획, 국회의 협조 등 후속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 반응, 이상 반응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 이용 대책 역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는 부처별로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으로 고용노동부 등 사업장 대응 지침을 배포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관내 사업장을 적극 지도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예상되는 면역 반응, 이상 반응에 대한 코로나19 사전검사 대책, 의료기관 이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인력, 의료기관 준비 및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계획 등이 더욱 촘촘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되었던 유급병가 및 상병수당 제도에 대한 논의도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며 “유급병가·상병수당 제도화야말로 뉴노멀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자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국회에 발의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해 백신 접종 뒤 휴가 부여가 가능한지를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백신 휴가를 명시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5건 발의돼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민간에 강제적인 휴가를 부여할 정도의 의무사항을 만들려면 강제사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령이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며 “권고부터 강제적인 시행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지금 국회에 법안으로 계류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