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백기완 선생 새긴돌 세우다… 가시는 길 ‘질라라비 훨훨’
故 백기완 선생 새긴돌 세우다… 가시는 길 ‘질라라비 훨훨’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06 16:16
  • 수정 2021.04.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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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맞아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 새긴돌 세워
ⓒ 노동과 세계
백기완 선생 장례위원회는 6일 오전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백기완 선생 묘지에 새긴돌을 세우고, ‘질라라비 훨훨 백기완 선생님 새긴돌 세우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과 유홍준 명지대 교수, 명진 스님, 이도흠 한양대 교수, 임진택 명창,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 노동과 세계

지난 2월 15일 세상을 떠난 故 백기완 선생의 49재를 맞아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 새긴돌을 세웠다. 새긴돌은 기념비와 시비(詩碑)를 부르는 순우리말로, 백기완 선생의 살아온 길과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백기완 선생 장례위원회는 6일 오전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백기완 선생 묘지에 새긴돌을 세우고, ‘질라라비 훨훨 백기완 선생님 새긴돌 세우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족과 유홍준 명지대 교수, 명진 스님, 이도흠 한양대 교수, 임진택 명창,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장례위원회는 “인간에게 사육당하며 나는 법을 잃어버린 닭이 본성을 찾아 자유와 해방을 향해 훨훨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는 백기완 선생의 생전 불림소리 중 하나인 ‘질라라비 훨훨’을 행사명으로 택했다.

임진택 명창은 백기완 선생이 생전의 업과 소임을 내려두고 자유롭게 저 하늘로 돌아가시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아 ‘질라라비 훨훨’을 불렀다. 이어 배웅 공연으로 가수 정태춘 씨의 ‘봄날은 간다’ 클라리넷 연주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문예일꾼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준비한 꽃잎으로 꽃무덤을 완성하면서 마무리됐다.

장례위원회는 새긴돌 세우는 날 행사를 마지막으로 백기완 선생 정신계승 관련 일을 통일문제연구소와 노나메기 재단추진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편, 백기완 선생은 생전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사는 세상’인 노나메기 사상을 주창한 시민사회·통일운동가다.

1933년 1월 24일 태어난 백기완 선생은 1950년대부터 도시빈민운동, 농민운동, 통일운동, 한국진보운동에 전념하며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1964년에는 한일협정 반대 투쟁에 앞장섰고, 1973년에는 유신헌법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다가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1979년에는 YWCA 위장결혼식 사건으로 구속됐으며, 1984년 백범사상연구소를 해체하고 통일문제연구소를 확대 설립했다. 이어 1986년 권인숙 성고문 사건 진상 폭로대회를 주도하다 수배 중 구속됐다. 1987년에는 민중 대통령 후보로 추대돼 출마했다가 김대중·김영삼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사퇴했고, 이어 1992년 대선에 출마해 완주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용산참사 빈민철거민 투쟁, 쌍용차·한진중공업 등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희망버스 운동,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원 댓글 사건, 민중총궐기대회, 광화문 촛불집회 등에 참가해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