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멱살 잡는’ 직장 내 폭행 갑질… “엄중 처벌해야”
‘머리채, 멱살 잡는’ 직장 내 폭행 갑질… “엄중 처벌해야”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14 16:00
  • 수정 2021.04.14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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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폭행 갑질, 가해자 시간 지나면 위증… 즉시 112 신고해야”
“직장에서 지위를 이용한 폭행은 ‘특수 폭행’ 수준으로 처벌·근로감독 해야”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제주의료원에서 일하는 A씨는 올해 2월 직장에서 폭행 갑질을 당했다. 사무실로 찾아온 모 과장은 왜 제설작업을 하지 않냐며 욕설 섞인 폭언을 쏟아냈고, 이에 항의하자 멱살을 잡고 목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고, 이를 경찰과 노동청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런 A씨에게 돌아온 것은 타 부서 발령이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회사에 가해자와의 분리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A씨를 타 부서로 보냈고, 가해자에게는 ‘견책’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처분이 가볍다고 여긴 A씨가 제주도청 감사원에 인사위원회 공정성을 신고하자 회사는 감봉 1개월로 징계처분을 변경했다. 이어 올해 3월 제주지방검찰청은 가해자에게 벌금 20만 원으로 약식기소를 했다.

이처럼 직장 내에서 폭언·폭행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갑질 제보 중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폭언·폭행 제보가 17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한 달 동안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3.5%가 폭언·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폭언·폭행 갑질 사례

사례 1. 대표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서류를 보고 저를 불렀습니다. 저한테 서류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리를 쳤고, 제가 급한 업무에 관해 얘기하자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책상을 차 넘어뜨려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와 서류들이 쏟아졌습니다. 대표는 “야 이 씨XX아, 내가 너 눈치 보며 일해야 하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어 책을 저에게 던지며 또 “씨XX아”라고 소리쳤습니다. 너무 무서워 사무실을 나왔고, 그날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경찰에 신고했는데 회사가 CCTV 증거자료를 주지 않아 폭행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2021년 4월)

사례 2.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서 책임자가 제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더니 저한테 다가와 의자에 앉아있는 제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겼고 밀어버렸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신고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부서장의 폭행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급하게 퇴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부서장은 평소에도 매우 강압적인 태도로 직원들을 무시하고 “씨XX들, 지X하네”라는 욕설을 수시로 했습니다. 직원들은 부서장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부당해도 참아야 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했습니다.(2021년 4월)

사례 3. 상사가 매일 야근을 강요하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면 욕설을 합니다. 어느 날 저에게 옆 사무실로 따라오라고 하더니 씨X, 개XX 등 욕을 하면서 멱살을 잡았습니다. 저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반항도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후 또 폭행이 벌어져 경찰을 불렀습니다. 그날 이후 회사에서 저를 괴롭히고 따돌리고 있습니다.(2021년 3월)

사례 4. 저희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 원청 직원의 말만 듣고 지점장은 계속 부당한 지시를 하더니 흥분한 상태에서 제 가슴을 세게 두 번 때렸습니다. 제가 폭행을 한 거냐고 하자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폭행으로 신고할 수 있을까요?(2021년 3월)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에서 노동자들이 상사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사용자, 이사, 본부장 등 사용자 지위에 있는 자의 폭행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 위반으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8조에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직장에서 지위라는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폭행한 자에 대해 ‘특수폭행’ 수준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폭언과 폭행 신고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상급 직원이 하급 직원을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지만, 피해자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마치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처럼 범죄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양산한다”며 “사후적으로 피해에 대한 민사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행위의 위법성과 손해의 정도를 입증하는 과정이 피해자에게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일단 피해를 당하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대처방안”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폭행 갑질의 경우 증거를 남기기 어려워 폭행을 한 가해자가 발뺌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따라서 폭행 사건 발생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시민단체로,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