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안 뜯어보니…‘국가균형발전’ 역행
전금법 개정안 뜯어보니…‘국가균형발전’ 역행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4.14 14:53
  • 수정 2021.04.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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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업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권한 허용? 역외 자금유출 → 지역경제 쇠퇴
“지역금융 약화가 인구 및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18일 오후 2시 서울 다동 소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지난 2월 18일 오후 2시 서울 다동 소재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전금법 개정안)이 정부가 내건 국가균형발전 기치와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법안을 지난해 11월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 업체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 권한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권한이 주어질 경우 빅테크 기업이 은행처럼 계좌개설을 할 수 있다. 빅테크 업체는 기존 은행과 비교해 간편한 계좌개설과 금리 이익보다 높은 수준의 리워드(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고객 확보에 용이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전금법 개정안이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단순히 금융권 내 이해관계를 떠나서, 지방의 경우 역외 자금유출로 인한 문제가 지역경제 쇠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쇠퇴는 지방정부의 가장 큰 고민인 지역인구 유출을 발생시켜 지역불균형에 대한 악순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은행과 지역 농협, 새마을금고 등은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지역재투자 제도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이나 지역공헌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빅테크 기업의 경우 지역재투자 제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지방은행은 그동안 인터넷은행이나 시중은행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시군구 및 지방의 영세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역 밀착영업을 해왔다. 지방은행이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던 효과는 그 유·무형의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은 이 같은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또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김종훈 전 민중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지역 내 총생산 대비 지역자금 역외유출 비율은 20.1%에 이른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은 중앙자금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지역자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방은행만을 보더라도 30%에 이르는 자금을 중앙자금시장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 제도권 금융기관에 예치된 저원가성예금(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등 이자율이 낮은 예금)이 상당 부분 빅테크 업체 등으로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금법 개정안 통과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화되면 지방은행이 중앙자금시장에서 조달해야 할 자금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경제가 더욱 더 중앙 의존적으로 변화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광진 경남은행지부 위원장은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권 금융 외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된다. 지역 외로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지방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업 활동이나 인구 및 고용감소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대학 후원 등 지역 기반 사업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광진 위원장은 이어 “금융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금융산업 경쟁력만을 말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슈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주도하는 추진 정책이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한편, 금융노조는 다가오는 20일 전금법 개정안 문제의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