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에서 쉬었다고 징계조치?
휴게실에서 쉬었다고 징계조치?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4.19 16:52
  • 수정 2021.04.1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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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시간에 휴게실 사용말라” 부평우체국 청소노동자 8명 주의조치
면담 중 강제 확인서 받고 휴대전화 압수도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가 19일 오전 ‘우체국시설관리단의 부평우체국 미화노동자 인권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대기시간에 휴식하던 부평우체국 청소노동자 8명이 주의조치를 받았다. 담당구역의 청소가 끝나고 공동작업에 들어가기 전 ‘휴게실’에서 쉬었다는 이유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공동위원장 박정석·이중원·최승묵)는 대기시간에 휴게실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한다며 19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부평우체국 청소노동자들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점심시간인 12시 전까지 자신의 담당구역과 공동구역을 청소한다. 담당구역 청소가 먼저 끝나면 9시부터 9시 30분정도까지는 대기시간이 있다. 우체국 업무를 하는 동안엔 청소가 어렵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 대기시간에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업무가 없는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본인 담당구역에 서 있거나 계단에 앉는 등 담당구역을 떠나지 말고, 대기시간에 휴게실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휴게실이 번듯이 있지만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월 18일 청소노동자들이 징계를 받은 것도 휴게실에서 쉬었기 때문이다. 이들 8명은 모두 주의조치를 받았다. 근무성적평가에서 3점이 감점되는 수준의 징계다. 우체국의 자회사격인 우체국시설관리단에 고용돼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1년에 2번 근무성적평가를 받는다. 60세 이후 1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재계약에 근무성적평가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진정서 제출 전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의 부평우체국 미화노동자 인권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고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고 주의를 주는 비상식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조합은 개별면담 중 우체국시설관리단에서 녹취하지 말라며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휴게실에서 쉬었다는 확인서를 강제로 받는 등 징계 과정에서도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덕순 전국민주우체국본부 부평우체국지부장은 “매일 새벽에 나와서 아침도 못 먹고 일하는데 잠깐 대기시간에 휴게실에 있는 것도 본사에서는 못마땅해 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휴게실에서 잠시 커피 한 잔 마시지도 못하게 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과 우정사업본부에서 이 모든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태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업무시간에 커피 한 잔을 마셨다고 주의 받는 공무원이 어디 있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갑질은 하청노동자이기 때문에 더 억울하다”며 “더 이상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있지 않길 바란다. 공공운수노조 동지들도 개선되는 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우체국시설관리단 노사협력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회의에 들어갔다. 연락을 주겠다”며 바로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