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유용한 정보 알리고 싶어”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를 만나다
“솔직·유용한 정보 알리고 싶어”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를 만나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5.05 00:00
  • 수정 2021.05.04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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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약사… 충분한 정보·신뢰 전하고 싶어 유튜브 시작
[인터뷰] 약사 유튜버 호랭이 약사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지난달 12일, 서울 마포구에서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가명)를 만났다. 호랭이약사는 “서울 송파구 개국 6년차 약사이자 봉사활동에 관심 많은 약사”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예전에는 장애인 활동 보조 등 직접 몸을 움직여서 하는 봉사활동을 주로 했다면 최근에는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봉사활동을 고민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유튜브 활동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호랭이약사는 “건강관리를 미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유지해줄 수 있는 직업이 약사라고 생각한다”며 “솔직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서 좋은 약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호랭이약사를 만나 직업으로서의 약사, 약사의 일, 유튜브 활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명이 아닌 ‘호랭이약사’라는 가명을 쓰고 있다.

이름은 쉽게 잊어버리니까 기억에 확 남을 수 있게 가명을 쓰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약대 다닐 때 별명인 호랭이를 가명으로 쓰기로 했다. 호랭이는 단호하고 무뚝뚝하지만 활동적이라서 붙은 별명이다.

- 가명과 더불어 복면을 쓰고 활동하는데.(이날 인터뷰도 복면을 쓰고 진행했다)

유튜브 콘텐츠 이름이 ‘복면약사’(채널하하하)이기도 하고, 좀 더 명확한 이유는 복면을 쓴 게 더 나아서다.(웃음) 처음에는 장난으로 복면 쓰고 찍어볼까 해서 쓴 거였는데 주변에서 ‘복면 쓴 게 낫다’고 해서 계속 쓰게 됐다. 내 얼굴보다는 콘텐츠 내용에 더 집중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복면을 쓰는 것도 있다.

- 사람들에게 ‘약사의 일은 이런 거다’라고 설명해준다면?

병원에서 받아온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짓는 등 서포트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건강관리를 미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유지해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방’이라는 측면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약대를 갔다.

일을 하면서 느낀 건 관찰력과 순발력이 중요한 직업이라는 것인데, 고객이 약국에 머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만족도 높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약사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무엇인가?

복약지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약사는 의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왜 이 약이 처방됐는지, 이 약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복약지도에 녹여야 한다. 복약지도에서 약 먹는 시점도 굉장히 중요한데, 예를 들면 하루 세 번 먹어야 하는 약의 경우 고객의 생활 패턴, 수면 시간에 따라 언제 먹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약사가 해줄 수 있다.

사실 요즘 검색만 하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최신 업데이트는 약사가 좀 더 빠르다. 그리고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는 일반적인 정보가 많아서 고객 개인에게 맞는 정보를 원한다면 약사와 상담하는 게 제일 좋다. 같은 약이라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약사가 알려줄 수 있다.

최근에는 병원을 가야 할 때와 가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면 고객이 어떤 증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약을 써보고 내일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 이런 게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많이 한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에게 새로 생긴 역할인데 이 역할을 간과하는 약사들이 많다.

- 약국 운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실제로 운영하는 약국에서 직원과 근무 약사에게 교육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제일 강조하는 건 ‘약사라고 해서 다른 직업군과 다르지 않다’는 것인데, 특히 서비스 측면에서 그렇다. 약국도 결국 고객이 원하는 재화를 판매하는 곳이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이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과 근무 약사에게 자신이 받았을 때 기분 좋았던 서비스를 참고해서 고객을 응대하라고 이야기한다.

- 약국 이용 꿀팁을 알려 달라.

마음에 드는 약사가 있다면 약사와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 SNS나 블로그 활동을 하는 약사도 있고, 약사와 소통할 수 있는 앱도 있다. 휴대전화 번호는 개인 정보라서 줄 수가 없고 가끔 약국에 전화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분들도 있지만, 영업 중에 전화만 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매번 약국에 찾아올 수 없으니 그런 방법으로 약국을 이용하는 게 꿀팁 아닐까.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약사 유튜버 호랭이약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유튜브를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

작년 초에 시작했으니까 1년이 좀 넘었다. 질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데 재미와 흥미를 동시에 갖추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라.(웃음) 솔직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서 좋은 약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앞에서 얘기했듯이 고객이 약국에 머무는 시간은 짧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드리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야기 나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도 궁금한 것들이 막상 약국에서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유튜브로 충분히 답해주자는 생각을 했고, 이렇게 했을 때 약사와 약국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약을 검색해서 약국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약사로서 답답할 때가 많다. 차라리 약사 유튜브 정보를 보고 온 거면 좀 나은데, 예를 들면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 생겼을 때 뷰티 유튜버가 추천한 A라는 제품을 약국에서 찾는다. 근데 약사가 보기엔 B제품이 훨씬 좋은 제품이고, 이 고객의 증상에 맞는 제품도 B제품인데 무조건 A제품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더 좋은 제품을 주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는데 서로 기분만 상하고 끝나게 되더라.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안타까움을 느껴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유튜브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있다.

- 촬영하면서 어렵거나 힘든 부분은 없나?

모든 약사 유튜버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부분일 텐데, 내가 가진 지식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부끄럽고, 또 노력을 많이 하려고 한다. 유튜브는 일기 같은 느낌이다. 이전에 찍은 영상을 보면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인다. 다행히 지금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실력이 더 나아졌다.

- 유튜브 철학이 있다면?

유튜버들이 많이 취하는 전략이 ‘이걸 꼭 먹어야 한다’ ‘이걸 안 먹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등의 공포 마케팅인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실제 부정적인 소재를 써야 조회 수가 잘 나오고 자극적인 제목을 써야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어서 고민이 많다. 자극적인 소재를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다른 약사님들과 콜라보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복면을 쓰고 싶은 약사님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을 달라. 크루(Crew)가 좀 더 생겨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수익이 없지만, 수익이 나면 다 기부할 생각이다.

- 약사로서의 꿈과 목표는?

고객들이 약사를 보고 약국을 찾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