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일반연맹, 비정규직 운명 직결 ‘6월 총파업’ 예고
민주일반연맹, 비정규직 운명 직결 ‘6월 총파업’ 예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5.06 01:15
  • 수정 2021.05.06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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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노조 건설 진행 51% 넘어··· 23년 완료 예정”
[인터뷰] 김유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유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김유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공공부문·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5만여 명이 조직된 민주일반연맹이 오는 6월 2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연맹의 최대 과제인 전국 단일노조 건설은 2023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김유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연맹 사무실에서 진행한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임기 3년 계획을 밝혔다. 

2017년 출범한 민주일반연맹은 전국 조직인 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 10개 지역일반노조, 전국선원노조, 전국사회서비스일반노조, 전국비정규직공무원노조 등 15개 노조가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김유진 위원장(민주연합노조)-강동화 수석부위원장(경남일반노조)-이성일 사무처장(공공연대노조)’ 진용을 갖춘 2기 지도부가 출범했다.

민주일반연맹 2기는 올해 초 대의원대회에서 오는 6월 총파업을 결정했다. 김유진 위원장은 “6월은 정부 부처별 예산을 올리고 공무직 임금인상률의 기준이 되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된다”며 “비정규직의 운명이 직결되는 중요한 순간에 힘을 모으려는 것”이라고 총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총파업에서 민주일반연맹은 ‘차별과 혐오 시스템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슬로건 아래 ▲공공부문 민간위탁 폐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금지 ▲저임금 고착화 직무급제 폐지-전국 단일호봉제 도입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 등 총 11개 의제를 외칠 예정이다.

김유진 위원장은 “우리의 의제는 6월 25일 총파업 한 번으로 끝나는 요구가 아니”라며 “내년 대선까지 바라보며 재파업을 비롯한 장기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단일노조 건설을 약속하며 출범한 민주일반연맹은 2023년 상반기까지 조직을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10개 지역일반노조 간 소통합은 오는 9월 완료가 목표다. 

김유진 위원장은 “차로 처지고 후로 밀려온 비정규직의 산별노조이자 조합원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래부터의 통합 산별노조를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사업과 투쟁을 전국단일노조 건설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김유진 위원장과 일문일답

김유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김유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mskang@laborplus.co.kr

통합 민주일반연맹 1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한 교두보 확보

- 통합 민주일반연맹 1기(2017.3.~2020.3.)를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일반연맹의 각 조직은 IMF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을 조직하면서 생겼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은 정치권력과 자본에 탄압받고 정규직 노조엔 사실상 외면당했다. 더 단단하게 뭉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지역과 업종을 중심으로 조직하고 투쟁해왔다.

십수년간 지역운동(지역일반노조)과 전국운동(민주연합노조·공공연대노조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온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2017년 3월 민주일반연맹 1기로 모였다. 이는 비정규직으로만 이뤄진 유일한 산별조직의 출현을 의미한다.

1기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이 힘은 조끼색은 네 개였지만 하나의 연맹으로 뭉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투쟁을 버텨내고,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이런 교두보를 발판으로 2기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시스템 자체를 없애는 더 큰 투쟁과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 반면 1기의 과제로 남은 것은?

각 조직의 독자적인 운영을 유지한 채 통합한 점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적 결의, 집행, 평가 등에 있어서 약간 느슨한 편이다. 지역운동 강화라는 씨줄과 중앙 집중 조직역량이라는 날줄이 엮여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단일한 조직으로 통합이 절실하다. 이 과정을 빠르게, 큰 분란 없이 가져가는 것이 제일 큰 과제로 남았다.
 

6월, 비정규직 투쟁에 적절한 시기
‘차별·혐오 시스템 해체, 새 시스템 구축’이 목표

- 민주일반연맹은 왜 6월에 총파업을 하려는 건가?

비정규직이 대다수인 우리 연맹이 투쟁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해서다. 6월은 정부에서 부처별 예산을 올리고 공무직 임금인상률의 기준이 되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된다. 비정규직의 운명이 직결되는 중요한 순간에 힘을 모으려는 것이다.

- 총파업 의제는 뭔가?

의제가 11개 정도 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차별과 혐오 시스템을 해체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공부문 민간위탁 폐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금지 ▲저임금 고착화 직무급제 폐지-전국 단일호봉제 도입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 ▲모든 노동자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의 칼날을 먼저 맞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안정 등이다. 이런 의제를 정부와 지속해 논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정부 교섭 틀 마련도 중요하다.

- 민주일반연맹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의제들이다. 왜 ‘총파업’이란 수단이 필요한 건가?

우리 연맹은 조합원 약 1만 명이 참여한 ‘7.3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 총파업’을 2019년에 성사시켰다. 그 결과 기관·직종마다 제각각인 공무직의 처우와 임금체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범정부 정책 심의기구인 공무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노정이 머리를 맞대자는 원래 취지가 사라졌다. 예를 들어 공무직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계획하는 직무급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으로 공무직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는 평생 일해도 저임금(9급 공무원 평균 임금의 55%)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차별을 고착화하는 제도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 번 더 우리 목소리를 내고 뭉쳐야겠단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래서 2년 만에 다시 총파업을 결의하게 됐다.

또한 총파업을 통해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일도 필요하지만, ‘나 말고도 비정규직이 많구나’ ‘우리가 함께 투쟁하고 있구나’라는 의식을 조합원끼리 공유하게 되는 기능도 중요하다. 하나 된 비정규직의 동력을 실감하고 현장에 돌아가 토론까지 이뤄지면 다음엔 더 많은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연맹은 기대하고 있다.

- 조합원과 현장을 어떻게 설득하고 있나?

솔직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집회를 분명한 기준 없이 통제하는 점도 난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총파업이 필요하고 절박하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 따라 노동환경이 시시각각 바뀐다. 이 점에 주목해 6월에 우리가 뭉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어지는 대선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목표는 ‘7.3 총파업’ 만큼은 조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파업을 중심에 두고 연맹 중앙집행위원회, 중앙위원회, 지역본부와 노조별 회의체계에서 논의하며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부턴 '총파업 승리를 위한 공동파업학교'도 진행 중이다.

- 6월 25일 당일 어떤 모습으로 총파업을 하는 건가?

조직실에서 큰 고민 중이다. 6월 초경에야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 6월에 총파업을 하게 되면 11월 민주노총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리의 의제는 계획한 6월 25일 총파업 한 번으로 끝나는 요구가 아니다. 내년 대선까지 바라보며 재파업을 비롯한 장기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11월 총파업도 힘들겠지만 당연히 복무할 계획이다.
 

23년까지 단일노조 건설 완료
지역 일반노조 소통합은 9월 완성

- 민주일반연맹은 전국 단일노조 건설을 약속하며 출범했다. 단일노조 건설 단계를 수치화하면?

연맹 통합추진위원회 1기를 거쳐 2기가 진행되고 있다. 2023년에 단일노조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라 51%는 넘었다고 본다. 연맹은 지역부터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나가고 있다. 1기 때 조끼 색이 달라도 조합원끼리 지역에서 하나로 뭉쳐 투쟁하고 활동했다. 이제 지역에선 우리가 곧 하나가 될 거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밑에서부터 탄탄하게 묶어왔기에 지금은 통합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개인적으론 60% 가까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6월 총파업도 각 지역의 현장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나갈 수 있는 핵심방도 중 하나다.

- 단일노조 건설이 빠른 시일 내에 돼야 하는 이유는 뭔가?

시간에 쫓기고 싶지 않다. 그러나 더 미룰 수도 없다. 연맹이 단일노조로 가야 하는 이유는 더 큰 힘을 내, 더 잘 싸울 수 있어서다.

연맹의 핵심 교섭상대는 정부다. 현재 상대는 공기업, 지자체, 행정기관, 사기업이지만 구조적으로 정부가 교섭의 키를 잡고 있다. 그간 가맹 조직들이 각자 투쟁과 교섭을 진행하다 한계를 느꼈다. 조직의 힘 차이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맹으로 통합했고, 투쟁을 하다 보니 연맹보다는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단일노조를 요구하게 됐다. 단일노조는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지역과 중앙, 업종과 기관별 적절한 역량배치를 빠르게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다.

- 민주노총 내에선 ‘제대로 된 산별노조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배경은 뭐라고 보나?

산별노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한 축은 실제 사용자를 상대로 한 산별교섭과 투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다. 다른 한 축은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다.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보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전체 조합원과 화학적 결합이 아닌 상부만의 통합으로 느껴져서 나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이런 점이 부족해서 ‘산별노조가 제대로 하고 있어?’ 반문하는 거다. 우리도 이 지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 민주일반연맹은 어떻게 다를 수 있나?

우리도 과도기다. 차로 처지고 후로 밀려온 비정규직의 산별노조이자 조합원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래부터의 통합 산별노조를 준비하고 있다. 단일노조의 명칭이 될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기본골격인 시·군지부 형태로 편제할 계획이다. 총연맹의 지역본부와 동일한 지역본부도 건설한다. 경기도 수원시 조합원이면 사업장별로 나누지 않고 모두 같은 경기본부 수원지부 조합원이 되는 거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선 지역 현안을 전면에 두고 노정교섭 등을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 중앙은 전체 조합원의 의제와 사회를 바꿔나가는 요구를 들고 대정부 교섭·투쟁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 민주일반연맹이 ‘지역’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지역 노조운동 관련해선 강동화 수석부위원장이 함께 답했다.)

강동화 수석부위원장 : 산별노조를 만드는 목적은 산업별 교섭을 통해서 해당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기업별 교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산별교섭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자끼리 아래서부터 뭉치고 연대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과거엔 옆 공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지역 노동자들이 다 같이 쫓아다니곤 했다. 요새는 옆 공장에 누가 죽어도 신경을 잘 안 쓴다. 지역 민주노조운동을 강화하자는 뜻은 과거 지역 연대와 단결 정신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산별노조를  강화하자는 의미다. 지역에 힘이 없으면 힘 있는 산별노조는 불가능하다.

- 지역을 강화하면 중앙의 힘이 떨어지는 건 아닌가?

강동화 수석부위원장 : 앞서 김유진 위원장이 말했듯 중앙은 중앙의 역할이 있다. 현재 산별노조 구조는 지역의 역할은 없고 모든 걸 중앙에서 해결하려 한다.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산별노조는 한두 개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삶이 시작되는 지역에서 조합원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파악도 못 하는 중앙이 대부분의 결정권한을 갖는 게 맞나? 아니라고 본다.

- 단일노조 건설을 위한 임기 내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

별도 운영 중인 통합추진위원회에서 단일노조 건설을 위한 실무적 논의까지 진행하고 있다. 가맹 조직들은 조합원과 토론하며 조직적인 입장 등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려우면 연맹의 임원들이 함께 도우려 한다. 이런 소통을 기반으로 2023년 초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합노조를 만들고, 2023년 상반기 중으로 가맹 노조들이 조직을 전환할 계획이다. 우선 10개 지역 일반노조 간 소통합을 연내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강동화 수석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 지역일반노조 간 소통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강동화 수석부위원장 : 소통합노조 발기인대회는 오는 19일로 예정됐다. 발기인 대회를 통해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을 우선 건설하고 각 지역의 조직들이 대의원대회나 조합원 총회를 통해 조직변경을 결의하는 방식으로 소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토론이 더 필요하거나 결정 사항이 남은 조직들을 제외하고는 늦어도 오는 9월까지 소통합을 1차 완료할 계획이다.
 

“통합 2기는 단일노조 건설로 귀결될 것”

- 민주일반연맹 2기가 세운 임기 3년 계획은 무엇인가?

모든 사업과 투쟁을 전국단일노조 건설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1기가 통합연맹이라는 조직적 성과로 귀결됐다면, 2기는 전국민주일반노조라는 단일노조 건설로 귀결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운동을 20년 정도 했다. 지금도 내 마음엔 이전 선배들이 피 흘리며 조직을 만들고, 강화했던 모습들이 남아 있다. 그 정신은 민주노총 강령에 응축돼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 강령은 초심이자 수십 년간 투쟁하고 논쟁하며 정립된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과 정신이 담겨있는 정수다.

나도 반성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요즘 앉으면 하는 일이 강령 읽기다. 시야가 다시 넓어지고 내가 빼놓고 온 지점들이 보이더라. 현재 활동하는 선배나 후배들에게 강령을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찢는 정부와 자본의 프레임에 철저하게 반대한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는 어떤 산별노조나 연맹보다 뒤처지지 않고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