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외면한 재판부에 노동·시민단체, “반역사·반헌법적 판결 규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외면한 재판부에 노동·시민단체, “반역사·반헌법적 판결 규탄”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6.10 14:45
  • 수정 2021.06.10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시민단체, “식민지배 불법성 부정하면 한일 관계 정의로울 수 없어”
양대노총 및 강제동원공동행동 등 노동시민단체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노총
양대 노총 및 강제동원공동행동 등 노동·시민단체가 1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한국노총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전범기업 16곳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한 가운데,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과 강제동원공동행동 등 노동·시민단체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각하 결정을 규탄했다.

지난 7일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문제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점과 배상 청구권 인정 시 일본과 미국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를 각하했다.

쟁점은 청구권 소멸 합의 주체가 국가인지 개인인지 여부다. 피해자들은 개인 청구권이 여전히 존속한다는 걸 기반으로 일본 정부가 아닌 전범기업 16곳에 소송을 냈지만, 이를 재판부는 한일 간 협정을 근거로 해석했다.

재판부의 근거는 일본법 제144호에 있다. 144호에는 한국인 개인 채권, 담보권, 소유권, 유가증권상의 권리 박탈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29조로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불법성 소지가 있고, 국가 간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국제법의 흐름이다. 심지어 일본 정부의 각료마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이날 노동·시민단체는 “한일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입장은 가해자인 일본의 입장이며, 외교관계를 문제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인권을 희생하는 사법부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법부인지 의심마저 든다”며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의 인권과 원통함을 해결하지 않는 한일관계는 정의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시민단체는 이어 “이번 판결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강제징용소송 판결의 반역사·반헌법적 문제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가해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통해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날까지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