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운동 돌입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운동 돌입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6.16 19:37
  • 수정 2021.06.1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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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법 밖 노동자들이 직접 만들고 제안한다
“모든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게 근기법·중대재해처벌법 개정해야”

“법 제도와 노동 현실에 의해 차별받고 배제당해 온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발의를 제안하며 전 사회적인 입법운동을 시작합니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이하 입법추진단)이 일하는 사람 모두가 근로기준법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제안운동을 시작한다. 입법추진단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에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운동 발표회’를 열고 “근로기준법이 차별하고 배제한 사람들이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 오른다”고 밝혔다.

16일부터 8월 30일까지 약 10주간 진행하는 이번 입법운동은 직업의 종류, 계약의 형식,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입법운동 참여는 ‘bit.ly/일하는사람누구나근로기준법_입법제안’에서 가능하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말하는 근로자 정의(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당사자다.

김한별 지부장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자이고, 일하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일”이라며 “이 기본적인 권리를 그동안 누리지 못했고 배제됐던 우리 스스로가 권리를 주장하고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에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운동 발표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12층에서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운동 발표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근로자·사용자 정의 모두 확대돼야”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신인수 입법추진단 정책팀장(민주노총법률원장)은 근로기준법 입법대안의 취지와 방향을 발표했다.

①근로기준법 제2조 1호 근로자 정의 확대 신인수 정책팀장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 있는 근로자 정의가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협소한 근로자 정의로 인해 이들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게 신인수 정책팀장의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특수고용노동자는 229만 6,775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당시 전체 취업자의 8.9%에 이르는 수치다. 신인수 정책팀장은 “2014년 수치이기 때문에 현재는 특수고용노동자가 3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를 기존 노동법 체계 안으로 들인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19년 ‘노동의 미래를 위한 ILO 100주년 선언’은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 법률 또는 단체협약에 따른 적정 최저임금, 최장 노동시간 제한, 노동 안전과 보건에 관하여 적절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해 공포한 유럽연합(EU)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은 EU 내 ‘플랫폼노동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고용 형태에 적용’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입법추진단은 근로기준법 제2조 1호를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고, 다만 사용자가 △노무제공자가 업무수행에 관하여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경우 △노무제공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에서 이루어진 경우 △노무제공자가 사용자가 영위하는 사업과 동종 분야에서 본인의 이름과 계산으로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추정을 하지 않는다”고 개정하는 것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② 근로기준법 제2조 2호 사용자 정의 확대 사용자 정의 역시 협소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신인수 정책팀장은 “원청은 사내하청·간접고용노동자의 노무제공으로 이익을 취하면서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책임을 합법적으로 면탈하고 있다”며 “사내하청·간접고용노동자는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없는 빈껍데기 하청 사장과 만나 한숨만 쉬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입법추진단에 따르면 원청과 교섭할 수 없는 사내하청·간접고용노동자는 346만 5,239명으로, 이는 전체 노동자의 약 19%에 달한다.

입법추진단은 사용자 정의를 기존과 똑같이 가져가되 다음과 같이 새로운 사용자 정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계약 체결의 형식적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등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 있는 자 △그 밖에 노무수령자로서 이 법에 의하여 사용자 지위를 인정할 필요가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의 경우에는 사용자로 본다.”

③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현실도 꼬집었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의 핵심조항 대부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 주52시간제를 적용받지 못하며, 연장근로수당·휴일수당·연차수당·휴업수당을 미지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보호받지 못한다.

따라서 현행 제11조 적용범위를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④ 5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배제됐다.

지난해 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으로,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상해(사고·질병) 시 7년 이하 징역을 부과한다. 올해 1월 26일 공포돼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해당 법이 중소기업까지 적용될 경우의 사업주 어려움을 주장하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인수 정책팀장은 “2020년 9월 기준 전체 재해자의 33.3%(2만 2,694명), 산재 사망자의 35%(231명)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장 시급하게 적용돼야 할 곳이 5인 미만 사업장인데 거꾸로 적용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신인수 정책팀장은 “우리 사회는 그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시민 미만의 존재로 취급해왔다”며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인간의 존엄성을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리 취급한다는 것은 야만적인 발상이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은 야만을 끝내기 위한 최소한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