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아님 통보’ 조항 사라진다
‘노조 아님 통보’ 조항 사라진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6.22 15:33
  • 수정 2021.06.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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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무회의서 노동관계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의결
노, “법외노조 시정요구도 삭제해야...노조활동 개입 여지 여전”
사, “사후 결격 사유 노조에 시정요구 아닌 설립 취소해야”
시민사회단체들이 2월 18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 즉각 처리하고 기본협약 어긋나는 노조법 재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시민사회단체들이 2월 18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 즉각 처리하고 기본협약 어긋나는 노조법 재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22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등 3개 노동관계법 시행령 일부개정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에 맞춰 지난해 연말 개정된 노동관계법이 오는 7월 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과 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효력을 잃은 ‘노조 아님 통보’를 폐지하고자 추진됐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령에서는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된 시행령 9조의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원 조문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당해 노동조합에 대해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이다. 이번 개정에서는 원 조문에서 뒷부분을 삭제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바꿨다.

대법원은 지난해 판결에서 고용노동부가 2013년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을 통보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한 바 있다. 해당 문구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 아님 통보라는 행정행위가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을 침해했다는 뜻이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극명하다. 노동계는 ‘시정 요구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반발했다. 이번 개정은 ILO 기본협약 비준과 연계해 국내법을 개정한 것인데, ‘시정 요구’를 삭제해야 ILO 기본협약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관점이다.

ILO 제87호 협약 제3조에는 “노조는 완전히 자유롭게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할 권리가 있고 공공기관은 해당 권리를 제한하거나 권리의 합법적 행사에 방해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노총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합법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에 정부가 임의로 시정요구권을 행사하여 사후적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할 여지를 여전히 남겨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ILO 제87호 협약 제3조와 부딪힌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 같은 취지로 성명을 낸 바 있다.

경영계는 정부의 이번 ‘노조 아님 통보’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노동조합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과 사회적 비용의 초래를 방지한다는 이유를 들어 시정 요구를 통한 자율 시정이 아니라 결격 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행정관청이 설립 취소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의 또 다른 내용은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이다. 지난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라 조합원 수 산정기준이 변경됐다. 근로시간면제 한도 배분 기준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필요한 조합원 수 기준이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도 조합원 수 산정기준을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으로 일괄 변경했다.

개정 공무원·교원노조법 시행령에서 공무원·교원 조합원 수 산정은 ‘재직 중인 공무원과 교원’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교섭노동조합의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반수 노조 관련 이의신청 사유도 이번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에 추가했다. 사용자가 공고한 과반수 노조에 이의가 있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그동안 사용자가 과반수 노조를 공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근거가 없었고, 교섭대표노조 확정이 어려워 교섭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사용자가 과반수 노조를 공고하지 않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에 대해 한국노총은 유감을 표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3월 30일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을 때 ▲정부의 법외노조에 대한 시정요구 규정 삭제 ▲근로시간면제한도 산정 시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하고 면제시간과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는 규정 삭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노동위원회 시정결정도 따르지 않을 경우 조치방안 마련 등의 검토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며 한국노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다른 의미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에 유감을 표했다. 경총은 “오는 7월 6일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산업현장에 많은 혼란이 예상됨에도 혼란을 최소화할 보완조치들이 미반영 됐다”고 밝혔다.

또한 경총은 ▲비종사 조합원 사업장 내 조합 활동 시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이용에 관한 규칙 준수의무 부과 및 노조사무실 외 장소 출입 시 사용자의 사전 승인 의무화 규정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3년 확대에 맞춰 교섭대표노동조합 교섭대표권 유지기간 3년 확대 ▲사후적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한 노동조합에 대해 자율 시정이 아닌 설립신고 취소 근거 규정 마련 등을 반영해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시행령 개정이) 향후 노사관계의 실질적 자율성을 제고하고 통상에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7월 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동관계법령이 현장에 신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 및 가이드라인 배포, 현장 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