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이슈 : 집회의 자유
[언박싱] 이 주의 이슈 : 집회의 자유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07.11 13:58
  • 수정 2021.07.11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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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7.3노동자대회 #집회의자유 #코로나19 #감염병예방 #기본권
민주노총은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서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7.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은 3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서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7.3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이번 주는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오갔던 한 주입니다. 지난 7월 3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가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재점화시켰습니다. 지난해 보수단체 개천절 집회 때 경찰이 광화문 광장을 막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차단했을 때도 집회의 자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돌리자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감염병예방법)이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등장하면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감염병예방법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목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의해 모든 국민이 가지는 권리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판시를 통해 집회의 자유는 기본권이라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개별 인간의 존엄성 측면과 민주주의 구성 측면에서 기본권이라고 봤는데요.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이고,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불가결한 근본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판시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집회의 자유가 무한정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이 가능하다는 게 헌법 제37조 2항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한하는 경우 공익적 필요에 의해 최소한의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는 비례원칙도 따라붙습니다.

여기서 코로나19 방역이 공익적 필요이므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 민주노총 집회를 두고 노동자들이 목소리 내는 건 좋은데,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집회의 자유 제한에 대한 비판 지점은 존재합니다. 우선 그 제한은 최소한도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최소한도라는 범위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준의 모호함이 발생하는 데서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 노동 법률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 제한 조치는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본질을 침해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선제적이고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넓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집회 제한이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최소한도로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최소한도라는 범위에 대해 상이한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경우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일반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을 차별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감염병예방법과 서울시 고시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내면서 “서울시 전역 10인 이상 집회는 예외 없이 금지되고 있지만 뮤지컬 등 대규모 콘서트, 백화점 영업 등의 경우 별다른 인원 제한이 없다”며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현재 집회 금지가 다른 수단의 고려 없이 전면적으로 이뤄져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게 민주노총의 의견입니다. 헌법재판소 2003년 판시에 따르면 집회에 대한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여러 수단(방법‧장소‧시간 제한 등) 등을 모두 소진한 후 고려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7월 12일부터 수도권은 거리 두기 4단계에 2주간 돌입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월 9일 기준 1,300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집회는 1인 시위를 제외하고 제한됩니다. 얼마 전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속도를 내고 있었고 확진자 수는 300~400명 수준이었습니다. 올해 말이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변덕이 심합니다. 상황의 예측불가능성으로 ‘집회의 자유 vs 방역 우선’의 상황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좀 더 넓혀 ‘기본권 향유’와 ‘공익 목적의 기본권 향유 제한’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시간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K-방역이라 자랑하지만, 내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가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사회였다는 걸 재난 알림 문자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초기에 음식점 방문 시 전화번호를 적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강제됐다는 것도 일례입니다. 코로나19를 사회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바이러스의 정복도 필요하지만, 우리 삶에서 대립되는 가치들에 대해 조정할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