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권오훈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권오훈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7.16 18:57
  • 수정 2021.07.16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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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직장갑질 #직장내괴롭힘 #예방교육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출범

지난 15일 직장갑질119가 ‘직장갑질119 교육센터’ 출범을 알렸습니다. 그간 직장갑질119 활동을 통해 쌓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직장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인권 중심의 일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직장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은 아직 우리 일터에 익숙한 개념이 아닙니다.

실제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에서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42.7%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은 75.8%가 교육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 2018년에 마련된 정부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는 “기관별로 연 1회 이상 갑질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공공분야 응답자의 36.1%는 예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예방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이렇다 할 마땅한 교육 커리큘럼이 갖춰지지 않아 교육 내용은 들쑥날쑥,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 정도로 치부하고 이를 교육 내용에 그대로 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갑질119 교육센터는 표준교안과 강사단 교육을 이수한 전문 강사단을 통해 교육을 진행합니다. 교육 내용은 △기업 임직원 대상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공공기관 갑질 근절 예방 교육 △직장 내 괴롭힘 담당자 교육 △노동조합(조합원, 간부) 교육 △직장갑질 노동인권교육(시민대상) △직장 내 괴롭힘 회복 교육 등으로 다양합니다.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장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언박싱 이 주의 인물, 권오훈 노무사입니다.

 

ⓒ 직장갑질119
ⓒ 직장갑질119

-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의 탄생 배경을 이야기해주세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고, 직장갑질119 활동을 하면서 몇 가지 성과가 있었는데 여전히 우리 일터에서 괴롭힘과 갑질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왜 줄어들지 않고 있나를 살펴보면 대부분 ‘잘 몰라서’예요. 제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관으로 현장에 가서 가해자를 만나면 물어봅니다. ‘왜 이런 행동을 하셨어요?’ 그러면 ‘이게 하면 안 되는 건 줄 몰랐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피해자를 만나서 물어보죠, ‘이런 갑질을 당하셨는데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구제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라고 답해요.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몰랐다고 답을 하는 거죠. 이런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육도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그런 교육 말고 교육대상과 교육기관별로 교육 내용을 다르게 하는 거죠. 관리자에게 하는 교육 내용과 일반 조합원에게 하는 교육 내용이 같을 순 없으니까요.

- 현 예방 교육이 과도한 상업화로 부실화되어 있다고 비판하셨습니다.

갑질·괴롭힘 예방 교육은 ‘우리 일터 안에서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핵심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법정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민간 교육 컨설팅 업체에서 주관하거나 산업안전 보건교육의 일환으로 공인노무사가 갑질·괴롭힘 예방 교육을 하다 보니 핵심인 ‘인권적인 관점’이 빠지고 사업의 리스크 관리, 노무 관리라는 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요. 예를 들면 갑질·괴롭힘 예방 교육을 하는데 “요즘에는 을이 하는 갑질이 더 무섭다” “당사자 간에 서로 양보해서 해결하면 된다” 이런 부적절한 교육을 하는 거죠. ILO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발표했는데 괴롭힘 문제를 직장 내 갈등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산업안전 보건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 장애인 인식 개선교육, 개인정보 보호교육

- 갑질·괴롭힘을 당사자 간 갈등이나 개인의 인성 문제로 돌리는 것도 예방 교육 방향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셨는데요.

실제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괴롭힘 신고를 하고 회사 내에서 괴롭힘인지 아닌지를 결정합니다. 이게 현 고용노동부 매뉴얼이에요. 회사에서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 없고, 예방 교육 역시 받은 적 없으니까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으니 화해해라, 양보해라’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게 됩니다. 괴롭힘을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본 경험이 없는 거죠. 괴롭힘 문제는 명백하게 인권과 존엄성이 침해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결국 예방 교육을 위해서 우리나라 기업 관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리자라고 하면 우리는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람을 떠올리죠. 관리자들도 자신의 주 업무가 통제와 감시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렇게 되면 감시하는 사람과 감시당하는 사람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결국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 교육센터가 생각하는 관리자의 역할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부여하고 직원 하나하나가 자신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협력하는 겁니다. 그래야 근본적으로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이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거죠.

- 직장갑질119 교육센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결국 노·사·정 모두가 예방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각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 법을 지켜야 할 기업에서는 사업주가, 관리자가 예방 교육을 받고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에 대한 교육 의무를 강화해야 하는데 이게 정부의 역할이 되겠죠. 지금 정부에서 발표한 갑질 가이드라인(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 있어요. 연 1회 이상 해야 하는데, 조사해 보니 36.1%가 교육을 받은 적 없다고 응답했어요. 이게 잘 되고 있는지 점검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전부 세금이 쓰이는 곳이잖아요. 지금 시행하는 거라도 정부가 제대로 지도·점검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직장 내 인권교육,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등에 대한 개선을 위해 정부 사업으로 프로젝트화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노조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인권교육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하게 되면 회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문제가 생겨도 조용히 해결해라” “가급적 덮어라” 이런 식으로요. 노조가 근로자대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육을 꾸리는 게 좋고, 노사협의회법에 따르면 교육 계획을 노사가 함께 의결하게 돼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현장 의견이 들어갈 수 있도록 참여해야죠.

- 교육 신청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직장갑질119 교육센터 홈페이지(edu.gabjil119.co.kr)에 들어와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교육은 노조 간부, 조합원, 관리자, CEO 등 대상별로 체계화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의 직장 복귀 프로그램도 교육센터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가해자를 직장, 공동체 내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해자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죠.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역시 추진하고 있고요. 지역 같은 경우는 지역 강사단을 교육하는 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권 중심으로 교육하는 지역 강사단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곳이 있으면 하시면 그 강사단을 우리가 훈련시키는 겁니다.

현재 교육센터에서는 약 17명의 변호사, 노무사, 인권활동가가 강사 훈련을 받고 있고, 곧 교육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인권교육에 변호사, 노무사가 직접 투입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력이 교육하는 거니까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