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야!” 말벌보호복 몰래 훔쳐 감찰한 소방청
“도둑이야!” 말벌보호복 몰래 훔쳐 감찰한 소방청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7.22 18:32
  • 수정 2021.07.22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찰반이 덕진소방서 잠입해 말벌보호복 훔치고 책임 물어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치졸함을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 전주 덕진소방서에 감찰 도둑이 들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본부장 박해근)는 22일 감찰반이 덕진소방서에 잠입해 소방용 말벌보호복을 몰래 훔쳐놓고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밝혀왔다.

앞서 소방청은 19일부터 행정안전부의 지시였던 ‘하계휴가철, 추석명절 공직기강점검 특별감찰’을 진행해왔다. 감찰에서는 방역지침준수여부, 직위남용, 품위훼손 등의 여부가 점검된다. 또한 소방청은 ‘조직문화혁신TF팀’을 올해 꾸리고 표적감찰과 강압적 감찰을 없앨 것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 따르면, 20일 야밤 소방청 소속 감찰반원 2명은 덕진소방서에 들어가 펌프차에 쌓여 있던 말벌보호복을 가져갔다. 소방관들이 이를 알아챈 건 다음날 아침이다. 감찰반원들은 소방서에 말벌보호복을 가지고 들어가 사실을 밝히며 분실 책임을 물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법률자문을 거친 후 소방청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덕진소방서에서의 감찰이 야간주거침입절도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는 22일 오후 3시 세종시 소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간에 2인 이상이 현주건조물에 침입, 공용물을 절취한 것은 설령 감찰이 목적이었다고 해도 공문에 적시한 감찰내용에 위배될 뿐더러 함정감찰이라는 치졸함을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박해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이런 감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꼬투리를 잡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감찰은 평상시 생활에 대해 옳은 쪽으로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감찰은 직원들을 어떻게든 쪼려고 하는 것”이라며 “요즘 벌집 신고가 많다. 말벌보호복은 안전장비인데 그거 없이 출동했다면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무단침입은 범죄”라고 꼬집었다.

한편, 소방청 감찰팀은 “담당자가 기자회견한 것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메모를 남기고 연락주겠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