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즐기려면 나무 심어라!
야구 즐기려면 나무 심어라!
  •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 승인 2008.12.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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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같지만 고개 끄덕여지는 아이디어
저탄소 녹색광고를 꿈꾸며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얼마 전 국립극장에서는 대한민국 광고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한 해 동안 만들어진 우리나라 광고 중에서 좋은 작품을 선정해 상을 주는 자리로 광고인들이 1년 농사를 가늠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상대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내로라하는 히트 광고들이 올랐다.

생활 속에 풀어낸 나무 심는 이야기

KTF의 쇼(show)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을 받아 화제가 됐던 이번 시상식, 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사이에서 아주 기분 좋은 광고 한 편을 발견했다. 라디오 부문에서 은상을 받은 유한 킴벌리의 광고다. 총 5편으로 만들어진 이 라디오 광고는 특별할 것도 없는 나무 심는 이야기를 우리의 생활에 와 닿게 풀어내고 있다. 그럼, 다함께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 보자. 처음에 내 귀를 잡아끈 건 야구와 숲의 관계성이었다.

야구와 숲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프로야구 원년엔 6경기였던 우천취소, 작년엔 66경기나 비로 취소됐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죠.
아이) 야구경기를 계속 보려면 나무를 심어야 된대요.
신나는 스포츠도 숲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야구 편

억지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아이디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낯선 관계 맺기는 명태 편으로 이어진다.

바다에 사는 명태는 왜 숲이 필요할까? 동해에서만 12만 톤씩 잡히던 명태가 작년엔 1톤도 잡히지 않았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죠.
어부) 나무를 심어야지. 명태가 돌아올라믄….
바다의 생명도 숲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명태 편

이쯤 되면 숲을 가꿔야 할 이유는 점점 생활로 다가온다. 나비와 수박 그리고 제비도 숲 가꾸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그 많던 멧노랑나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름 하늘에 지천이던 멧노랑나비는 지난 10년 동안 단 다섯 마리만 발견되었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지요.
아이) 나무를 심으면 나비가 돌아온대요.
하늘의 생명도 숲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나비 편

한 여름 아삭아삭 맛있던 무등산수박을 지켜주세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광주 무등산 수박도, 대구 사과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답니다.
농부) 숲을 가꿔야지, 맛있는 과일을 먹으려면….
우리지역의 자랑거리도 숲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수박 편

강남 갔던 제비가 왜 돌아오지 않고 있을까요? 이집 저집 둥지를 틀던 제비들이 보호야생조류가 될 만큼 귀해졌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죠.
여자) 나무를 심어야죠. 제비가 다시 돌아오게….
하늘의 생명도 숲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제비 편

▲ 솔잎혹파리의 피해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금강산의 소나무 군락지를 살리기위해 신혼부부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 유한킴벌리 제공

숲을 가꿔야 미친 환율 잠재운다

야구경기를 계속 즐기려면, 무등산 수박을 맛있게 먹으려면 숲을 가꿔야 한다는 이 광고, 거창한 약속도 화려한 자기 자랑도 없는 광고지만 참 공감이 간다.

정부는 새로운 국가발전 키워드로 ‘저탄소 녹색성장(Low Carbon, Green Growth)’을 제시했다.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말하며, 녹색 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 이를 위해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녹색성장을 위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1990~2004)이 연평균 4.7%로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에 이르고 2013년부터는 미국이나 중국 등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된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는 한국탄소금융주식회사(KCF)라는 탄소배출권 투자사도 생길 예정이다.

결국 길게 보면 미친 환율을 잠재울 수 있는 것도,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것도, 금융을 잘 돌게 하는 것도 숲에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만난 어느 환경운동가의 말이 생각난다.
“뉴욕타임즈 일요일 판이 나올 때마다 캐나다의 숲이 하나씩 사라진다.”

물론 그 신문에 실린 화려한 광고들도 숲을 없애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요란한 성장 드라이브의 시대, 누구나 보고 들으면 마음이 맑아지는 저탄소 녹색광고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