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에도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은 ‘위험’
노동자 사망에도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은 ‘위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21.07.26 17:46
  • 수정 2021.07.26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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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운 오수 때문에 추락사고 빈번
노조, “작업 과정 분리해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하지 않게 해야”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고 심지어 사로고 생명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작업환경 개선은 요원하다.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정연수, 연합노련)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연맹 차원에서 이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펼 계획이다.

지난 7월 13일,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음식물쓰레기 저장고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에 엉겨 붙은 쓰레기를 삽으로 긁어내다 미끄러져 지하저장고로 추락한 것이다.

강석화 대전도시공사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전국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사업장은 거의 동일한 구조로 돼 있어 노동자들이 똑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전용 차량으로 수거된 음식물쓰레기는 오수를 배출한 후 저장고에 모아 자원화 과정을 거치는데,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에서 저장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게 강석화 위원장의 이야기다.

대전도시공사환경노조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의 특성상 오수에는 기름과 물이 섞여 있어 겨울철 빙판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미끄럽다. 그런데 음식물쓰레기를 저장고에 모으는 과정에서 바닥에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을 저장고 입구에 최대한 가깝게 정차한 채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을 저장고 입구에 바짝 대고 오수 처리관을 연결하고 있다. (왼쪽) 저장고 입구에 흘러넘친 오수가 고여 있다. 기름과 물이 섞인 오수는 매우 미끄러워 위험한 작업환경의 원인이 된다. (오른쪽) ⓒ 대전도시공사환경노동조합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을 저장고 입구에 바짝 대고 오수 처리관을 연결하고 있다. (왼쪽) 저장고 입구에 흘러넘친 오수가 고여 있다. 기름과 물이 섞인 오수는 매우 미끄러워 위험한 작업환경의 원인이 된다. (오른쪽) ⓒ 대전도시공사환경노동조합

강석화 위원장은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안전한 곳에서 오수를 먼저 처리하고 난 후에 차량을 저장고로 이동해 남아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저장고에 모을 수 있게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며 “사고가 난 후에 안전 밧줄이나 비상사다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대책은 오수 처리와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을 분리해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작업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은 여전히 변함없다. 강석화 위원장은 담당 공무원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틈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현장의 모습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대전도시공사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공식적으로 문제제기가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게 조치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해당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연합노련은 연맹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