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만연·조직문화 심각·임금체불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만연·조직문화 심각·임금체불도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27 18:29
  • 수정 2021.07.27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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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 한성숙 대표이사 검찰 송치 예정
네이버지회, “노사 함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논의해야”
7일 오전 10시 경기도 분당구 네이버팩토리 앞에서 진행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6월 7일 오전 10시 경기도 분당구 네이버팩토리 앞에서 진행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지난 5월 네이버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비극적인 선택을 한 이후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됐다. 특별근로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및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에서 밝혀진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토대로 네이버와 한성숙 대표이사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27일 고용노동부는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진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중심으로 조직문화 전반에 걸쳐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파악했다.

신고채널은 무용지물

먼저 고용노동부는 사망 노동자가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사망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의 경우 사망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네이버 내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시정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네이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채널이 불합리하게 작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만한 사안을 불인정 처리하거나, 외부기관에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불인정 종결 처리하는 식이다.

설문조사 응답자 50%가
직장 내 괴롭힘 경험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의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임원급을 제외한 직원 1,982명(전체 직원의 49.2%)에게 직장 내 괴롭힘 피해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52.7%가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4.1%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혼자 참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9%로 나타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네이버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팀 동료가 외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뺨을 맞은 사실이 있어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진행했고, 외부조사기관에서는 폭행 가해자에게 ‘면직’을 제시했으나 ‘정직 8개월’에 그치고 이후 복직을 한 반면, 피해자가 오히려 퇴사를 선택하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당당히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임금체불도 적발

추가로 고용노동부는 폭언, 폭행, 직장 내 성희롱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 응답자 1,482명 중 8.8%가 폭언 및 폭행을 경험했고, 3.8%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임금체불 건도 발견했는데, 네이버는 지난 3년 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 야간, 휴일 수당 86억 7,000여만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신 중인 노동자 12명에게 시간외 근무를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노동자에게 야간, 휴일 근무를 지시한 사실도 적발됐다.

근로기준법 제74조에 따르면 임신 중인 노동자의 시간외근로가 금지되며, 같은 법 제71조는 산후 1년이 경과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1일 2시간, 1주 6시간, 연간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근로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의 경우, 조직문화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개선이 긴요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네이버에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노사 함께 고민하자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지회장 오세윤)는 “고인에게 행해진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그동안 회사의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회사에 지속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노사가 함께 수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조직문화 개선 방안과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 계획 수립을 요구한 만큼 회사 측이 노동조합과 함께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지회는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내몬 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인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한 징계수위 제고 및 전 계열사 대표직 해임을 요구했다. 최인혁 COO는 고인의 사망사건 한 달 후 ‘도의적 책임’을 표명하며 COO자리에서 물러났다.

네이버지회는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동료가 스스로 생명을 끊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노동조합은 이에 책임 있는 임원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를 제고하고 전 계열사 대표직에서 해임을 요구해 왔다. 이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말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6월 7일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한편, 네이버에서는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무엇보다도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면서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성과 제고를 위한 독려가 괴롭힘이 되지 않도록 직원들의 어려움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체계들을 만드는 것은 물론, 리더 채용과 선임 프로세스 점검 및 개선, 조직 건강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리더십 교육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소명할 사안이 있어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임금체불과 관련해서는 “2018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서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간 등을 개인이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급여 차감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 해당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