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존중과 지혜를 모아 미래로 가자!
[발행인 칼럼] 존중과 지혜를 모아 미래로 가자!
  • 박송호 발행인
  • 승인 2021.08.08 00:00
  • 수정 2021.08.05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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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을 만드는 글로벌 회사가 있었습니다. 잘나갔습니다. 재벌을 일구는 데 출발점이자 바탕이 되기도 한 회사입니다. 풍족한 곳간에 노사는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끝없는 바닥을 향해 질주했습니다.

오너는 회사의 생존보다 소유권에 집착했습니다. 회사가 망가질 정도로 도를 넘어 ‘자기 것’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책임은 남아있는 구성원의 몫이 되었습니다. 소유권과 경영진이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노사는 티격태격하지만 소통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 회사의 성장 배경에는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만들면 바로 팔리는 시장 환경으로 돈내기경영을 전사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자기 일만 끝마치면 퇴근했습니다. 동료도 없었습니다. 실적만 좋으면 승진이 됐고, 조직문화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생산 설비가 바뀌고, 임금이 오르고 품질과 R&D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뭔가 달라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관행이 된 조직문화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조기 퇴근, 밀어내기 등으로 기초질서가 무너졌고, 목적을 위해 절차가 무시되는 비효율성이 만연했습니다. 불신은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더 세게’를 외치며 계속 바뀌었습니다. 자기 이익을 제때 챙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불신이 변화의 걸림돌이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의 변화는 더뎠습니다. 일례로 출퇴근 시간을 정상화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노사를 가리지 않는 단기적 실리주의는 회사의 변화를 바라는 합리주의자가 설 자리를 없앴습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나는 열심히 했다는 주관적 판단과 정당성으로 건강과 품질, 동료와의 신뢰를 다 무너트렸습니다.

우리는 민주사회를 살고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난한 과정을 부정하는 괴물을 수시로 키우는 것 같습니다. 쉽고 빠른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은 곧 독재라는 괴물을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성장주의 사회의 폐해이기도 합니다.

존중과 타협, 조정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고 합니다. 과정을 무시하면 결국에는 무시했던 과정이 죽지 않고 되살아나 복수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가 낳은 괴물과 싸우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냉소와 불신, 한방주의를 고수하는 것은 사회의 발전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젊다는 것이 그 자체로 선은 아니지만 지속해서 호명되는 것은 기성세대에게서 미래의 씨앗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험과 경륜이 우리 사회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젊은 도전이 희망의 씨앗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한방주의, 결과중심주의, 속도전이 다시 설치게 둬서는 안 됩니다. 항상 양지에만 서서 과실을 따 먹는 사람이 다시 조직의 중심이 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어렵지만 우리 안의 괴물을 바꿀 기회와 선택도 자신의 몫입니다.

많은 노조와 기업에서 참여와혁신 창간 17주년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두 발을 디디는 우리 사회의 주인들에게 보내준 연대이자 자기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현실 속에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