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도 119처럼 국민의 히어로가 되고 싶다”
“112도 119처럼 국민의 히어로가 되고 싶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8.06 15:00
  • 수정 2021.08.0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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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입은 노동자의 설움··· “노조 설립해 단결권·교섭권 얻고파”
[인터뷰] 여익환 경찰직협민주협의회 대표

소방공무원이 7월 6일 노동조합을 출범하며 ‘제복공무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드러냈다. 경찰공무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업무 특성상 교대·잠복근무가 일상이고, 위험에도 자주 노출된다. 노동 강도도 만만치 않지만 직장협의회만으로는 온전한 권리를 찾기 어렵다. 경찰공무원은 노동조합 설립이 불가능해 여러 직장협의회가 존재하는 상태다.

그중 경찰직협민주협의회(대표 여익환, 이하 경민협)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민협은 19일 교사연맹 회의실에서 한국노총 공무원연맹(위원장 김현진)과 MOU를 체결했다. 한국노총과의 연대로 경찰공무원의 처우개선에 힘쓰겠다는 다짐이다.

협약을 통해 경민협은 공무원연맹의 연대조직이 됐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경사노위 채널을 이용해 경찰공무원의 어려움을 전달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여익환 경민협 대표에게 경찰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한 계획을 물었다.

7월 30일 한국노총 공무원연맹에서 여익환 경찰직협민주협의회 대표(사진 중앙)를 만났다. 사진 왼쪽은 하재구 이천경찰서 직장협의회장, 오른쪽은 이강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장이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경찰 처우개선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

- 경민협을 소개해달라. 

경찰관 전체 목소리를 민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다. 하위직 경찰관과 가입이 금지돼 있는 분들을 망라해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지도부에 전달한다. 또 우리의 현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해 6월부터 경찰공무원도 직장협의회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독소조항이 있다. 연합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가입범위가 제한된 것이다. 경찰을 빼고 만든 직장협의회법이라고 생각한다. 법이 현실에 미치지 못하니 현장의 목소리들이 경찰청장에게 갈 수 없다. 각 경찰서에 있는 직장협의회는 서장하고 협의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동아리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경찰공무원의 노동환경을 설명해달라.

경찰관들의 노동환경은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보다 더 열악하다. 경찰조직은 1년 365일 공백 없이 움직인다. 지금은 3조 1교대를 하는 조직이 많다. 얼마 전까지는 2조 1교대를 했다. 밤샘근무는 3일에 한 번씩 한다고 봐야 한다. 야간근무 시간표가 있어서 시간마다 옮겨 다니면서 다른 근무를 한다. 야간근무에 대한 수당은 시간당 3,6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질병을 앓고, 근무 중에 부상당하는 경찰관들도 많다. 직장협의회가 탄생하기 전까지 경찰은 실질적인 지휘부서와의 채널이 없었다. 경찰관들이 제대로 목소리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현실을 제대로 알려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 그것이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찰조직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상명하복이 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군대문화도 있다. 계급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 지휘관의 지시에 대해 굴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 제주에서 중학생 살인사건이 있었다. 피의자를 유치장에 입감했는데 자꾸 자해를 했다. 그런데 경찰관에게 피의자와 같은 유치장에 들어가서 자해여부를 감시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한 거다. 매뉴얼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경찰의 지휘부는 여전히 하위직 공무원을 동료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경찰관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때다.

“한국노총 통해
경찰직협법 한계 알리고파”

- 소방공무원이 7월 6일 노조를 설립했다. 경찰공무원 노동3권 보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소방공무원의 노조 할 수 있는 지위는 하루 이틀 노력해서 된 게 아니다. 아직까지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직업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도 있어야 한다.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있다 보니 스스로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가지기 어렵다. 노동조합의 지위를 얻는다고 해서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파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정부를 상대로 협상할 수 있는 지위와 단결권만 얻어도 좋겠다. 경찰은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부당한 수사지휘가 내려왔을 때 반발할 자정능력이 없다. 노조를 통해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 한국노총과 연대는 어떻게 하게 됐나?

공무원도 같은 노동자라고 말하는 한국노총의 지향점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폭행이 있었던 것도 안다. 하지만 행위에 책임을 지는 데 있어 상급자와 하급자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행위를 한 사람에게만 책임이 부여되는 불합리한 구조도 있다.

- 한국노총과의 연대로 무엇을 기대하나.

궁극적으로 경찰도 소방처럼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경찰을 다른 공무원보다 우대해 달라는 게 아니라, 같게 대우받고 싶다. 근무체계에 맞는 합당한 보수와 대우가 필요하다. 경찰도 노동자다. 단지 제복만 입었을 뿐이다. 일단은 현행 직장협의회법의 한계가 무엇인지 노동계와 정부에게 전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경민협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또 지휘부도 동료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싶다. 지향점은 하나다.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119인 소방은 국민의 히어로라고 한다. 112인 경찰도 국민의 히어로가 되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자리를 잡아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