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연맹, 현장성 유지하는 ‘풀뿌리 분권형 노동조합’
교사노조연맹, 현장성 유지하는 ‘풀뿌리 분권형 노동조합’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8.08 00:20
  • 수정 2021.08.09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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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가입으로 정치적 교섭력 강화 기대”
[인터뷰]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17년 12월 출범한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연맹)은 약 3년 만에 3만 7,000여 명 조합원이 모인 조직으로 성장했다. 조합원 중 20~30대가 58%를 차지한다. 40대까지 포함하면 비율이 95%에 달하는 ‘젊은 노동조합’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교사노조연맹은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6월 29일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교사노조연맹이 젊은 조합원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조직이 ‘풀뿌리 분권형 노동조합’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김용서 위원장은 2001년 체육교사로 교단에 들어섰다. 동기들보다 10년 늦은 학교생활이었다. 다년간의 사회운동으로 대학 졸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김용서 위원장은 1984년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하며 학생운동에 발을 들였다. 대학 언더서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두 차례 수감됐다. 이후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 취업해서 파업을 이끌었고 세 번째 옥고를 치렀다.

늦은 졸업 후, 교사 생활을 시작한 김용서 위원장은 자연스럽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했다. 오랜 기간의 사회운동 경력이 알려지면서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전교조에서 전임 생활을 했다. 전교조에서 정책교섭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중앙이 아닌 각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교섭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비슷한 견해를 가진 전교조 출신 교사들은 2016년 11월 서울교사노동조합과 2017년 11월 중등교사노동조합을 차례로 창립했다. 이어 2017년 12월에는 두 노동조합의 연맹체인 교사노조연맹이 출범했다. 2021년 7월 현재 교사노조연맹에는 17개 시도별 지역교사노조연맹과, 10개의 학급별·교과별 전국단위노조가 가입돼있다. 각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렴하고, 조합비도 각자 걷어 집행한다.

독립적인 예산과 사업, ‘풀뿌리 분권형 노동조합’

- 2030세대 비율이 절반을 넘는 조직이다.

교사노조연맹은 분권적이고 정보화 시대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의 요구와 정서를 반영하여 새로운 방식의 교사노동운동을 개척해가고 있다. 2030세대는 큰 대의나 이상보다는 교사로서의 삶의 문제에 천착하는 노조를 원한다. 교사노조 중 가장 먼저 출발한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기존 노조와 달리 교사로서의 일상적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고 젊은 교사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노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8년 다른 관공서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학교 청소 예산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관공서 수준의 청소예산 확보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2019년에는 8천여 명이 참여한 초·중·고 교사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졸업앨범에 모든 교직원 사진을 담는 관행에 대해서 온라인 초상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앨범 간소화 문화를 제안하였고 학생, 교사 등 사진 정보 제공자의 동의 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면서 변화를 실현해가고 있다.

- 교사노조연맹만의 특징이 있다면?

교사노조연맹은 ‘풀뿌리 분권형 노동조합’이다. 교육정책의 방향과 대안을 몇몇 소수 정책전문가가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총 27개 노동조합은 독립적인 예산으로 사업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 결정이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각 단위 노동조합이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기 때문에 중앙의 결정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경기교사노조를 예로 들자면, 조합원 1만 1,000명 중 7,500여 명이 네이버 밴드에 가입해 있고, 현장조합원과 집행부가 상시적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동일한 현안이 계속 올라오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 대책을 찾는다. 연맹이 나서야 하는 일이라면 해당 현안을 가지고 교육부와 협의를 한다. 이것이 교사노조연맹의 기본적인 사업 방식이고, 젊은 교사들이 이러한 교사노조연맹의 운영 방식에 공감하며 많이 가입한 것으로 생각한다.

“조합원 이익 위해 정치적 교섭력 높여야”

- 과거 기업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위원장이 생각하는 교원노동운동의 특징이 궁금하다.

교사의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수업을 잘하고 아이들, 동료와 잘 지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 특히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고, 수업을 잘하고, 관계를 잘 맺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육 전문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임금개선보다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돕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교원노조의 핵심 사업이다. 노동조합은 그야말로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성격이 강한 조직이다. 조합원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사노조연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 어떠한 방법으로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할 것인가.

법·제도를 개선하고, 교사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우리 교원노조의 주요 역할이다. 대부분의 교육활동은 법으로 명시돼있다. 교육활동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결국 법 제정과 개정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 정당만 바라보면 교사들이 교육에 매진하는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필요하다면 손을 잡고 관련법을 제·개정하는 일을 교사노조연맹이 해야 한다.

- 한국노총 가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인가.

여러 교육 현안을 다루며 총연합단체에 가맹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대정부, 대정당, 대국회 정치적 교섭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교사노조연맹은 교원노조에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적용하도록 하는 교원노조법 개정, 교원 정치기본권 부여, 공무원보수위윈회에 교원노조 추천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규정 개정,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교원위원회 설치 등 많은 과제를 한국노총과 함께 해결하려고 한다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현장과 괴리 없는 빠른 소통이 강점”

- 오랜 시간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학교 현장과 소통하면서 교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교사노조연맹의 장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연맹 산하 27개 단위 노동조합들은 각종 메신저와 SNS 등 온라인 소통 시스템을 통해 많은 현안을 모으고 해결책을 찾는다. 더불어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방도로도 온라인을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 요구도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그 요구들이 바로 처리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러한 실시간 소통창구는 교사노조연맹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경기교사노조처럼 현장 조합원과 집행부 간의 상시 소통창구를 운영하는 게 노동조합 집행부가 현장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전임자가 많지 않은 상황인데,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터진다. 실시간 소통창구 운영이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실시간 소통창구를 없앨 수는 없다. 현장과의 발 빠른 소통을 끊는 순간 조직은 생명력을 잃는다. 현재 경기교사노조가 굉장히 커졌는데, 실시간 소통으로 현장과 괴리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소통이 중심이 되어 가는 시대에 이제 노동조합 ‘간부’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간부는 위를 의미하고 아래를 전제로 한 용어로 ‘나를 따르라’가 필요했던 시대에 적절했다고 본다. 지금 시대는 노조집행부와 조합원이 수평적으로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 노조 집행부는 현장과 괴리되지 않을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 여러 노동조합이 젊은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서 노력한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자면, 교사노조연맹에게는 큰 과제가 아닐 듯싶다.

사실 ‘교육은 이래야 한다’는 나름의 지향점이 우리 세대 교사에겐 익숙한 개념이다. 반면, 젊은 세대는 공정의 가치, 형평성 등에 주목한다. 약간의 세대 차이를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최대한 수렴하고, 한계가 있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조합원이 원한다면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물론 노동조합으로서 유의할 점이 있다. 교사의 이해와 요구는 학생과 학부모, 우리 사회의 공적 이익에 부합할 때만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원노조는 교사들의 요구와 함께 우리 사회의 요구를 함께 담아내야 한다. 교사노조연맹이 가맹노조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전개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밀집도가 높은 수업 환경 속에서도 방역 기준을 지키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원격과 대면 수업을 오가며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수업 준비를 하느라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지금까지 코로나19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담당해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온라인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교육 환경에 필요한 수업 기술들을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첨단 기술이 일반화된 미래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학교 수업이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예측하는 미래학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수치상으로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지고 학생들의 사회성, 심리적인 문제들도 커졌다는 것을 교육부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했다.

코로나19는 학생과 교사가 직접 만나서 수업을 하는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였다. 코로나19로 교사들이 익힌 온라인 수업 기술들은 분명 코로나19가 극복된 이후에도 학교 수업을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래에도 원격수업은 학교 수업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교육에 있어서 학교라는 공간과 교사가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학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증명된 만큼 학교 교사와 학생의 만남의 질,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하고 교사들이 본연의 직무인 ‘교육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정책들이 국가적 차원의 교육 투자를 통해 하루빨리 실행되길 바란다.

- 임기 내 위원장으로서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면?

교사노조연맹이 우리 교직 사회에서 가장 주요한 노동조합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노조의 힘은 조합원 수에 비례한다. 임기 동안 조합원 5만을 넘어서서 대정부 교섭력을 높여나갈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다음 집행부는 10만 조합원을 확보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제1노조, 제1교원단체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우리 교육과 교원의 지위를 바로 서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게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