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소원 : 공휴일법
[언박싱] 이 주의 소원 : 공휴일법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8.15 17:43
  • 수정 2021.08.15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권리찾기 #근로기준법 #휴일 #차별폐지

“신축년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2021년이 밝자,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더랬죠. 무슨 일인고 살펴보니, 공휴일이 주말에 겹쳐 쉴 수 있는 날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천일염보다도 짠 공휴일 스케줄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이들이 적잖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6월 15일이었습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말과 겹치는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성탄절(12월 25일)을 대체공휴일로 추가로 쉴 수 있도록 하는 대체공휴일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죠. 신속히 처리된 법안에 따라 일요일과 겹친 이번 광복절 대신 16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돼 쉬게 됐습니다.

ⓒ 권리찾기유니온
ⓒ 권리찾기유니온

그런데 말입니다, 1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공휴일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날 권리찾기유니온은 “국민 모두가 쉬라”는 취지의 공휴일법도 대상에 따라 차별을 두고 있다며, 이는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국가가 지정한 공휴일에도 쉴 수 없는 사람이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을 찾아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 권리찾기 유니온에서 13일 공휴일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그 취지가 무엇인가요?

공휴일법의 목적은 결론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공휴일을 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관공서도, 사기업도 다 쉴 수 있는데 왜 그 중에서 5인 미만 사업장만 해당 대상에서 빠지게 되냐는 거죠. 애초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휴일법 개정을 추진할 때 장시간 노동에 대해 노동자에게 휴식을 주고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시작한 법입니다. 이 목적에 반하는 거예요.

사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별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단순히 권리찾기유니온에서 법적으로 검토하고 다투는 게 아니라, 기자회견에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차별·배제 당한 당사자가 나와서 스스로 권리를 찾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부당한 처우를 받지만 얘기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 차별 받고 배제 받는 사람들과 우리 사회와의 연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부당함을 알리고 싶다는 취지였습니다.

- 공휴일법 내 어떤 조항이 문제점(위헌)으로 작용하고 있나요?

공휴일법 제4조를 보면,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규정이에요.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들이 쉴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거죠. 공휴일법 제1조의 목적이 국민 모두가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법 시행의 근거로 하는 근로기준법 자체에서 차별이 있다면, 전 국민에게 휴일을 돌려주겠다는 그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거죠. 주객이 전도되는 겁니다.

- 이번 기자회견에서 5라는 숫자를 강조하셨는데요, 권리찾기 유니온이 5라는 숫자에 부여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에서 5는 차별의 숫자에요. 법의 적용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따지고 볼 때, 사업장 종사자가 5인 미만인지 여부를 다투는 임금체불이나 해고, 중대재해 등 사건에서 5는 ‘벽’과 같은 숫자예요. 5인 미만이라는 걸 근로자인 당사자가 선택한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들어간 사람들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는 거죠.

저희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라든가 중대재해, 공휴일법 등 전부 5인 미만을 근거로 차별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제도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배제가 된다는 건, 입법인들이 해당 법안을 만들 때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그걸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5라는 숫자를 차별의 숫자로 남기지 말고, 기적을 만드는 숫자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단도 5명인데, 하나의 상징성을 부여한 겁니다. 법을 만드는 건 국회에서 하지만, 국회만 바라보고 있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주체로서, 주인공으로서 바꿔내고 나아가겠다는 거죠.

- 이번 헌법소원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나요?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이 같은 이중적 차별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기자회견에 당사자들이 나온 이유가 있어요. 헌법소원이 가능한 것도 당사자예요.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겪은 경험을 밝히면서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말도 못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피해와 차별과 배제를 겪어왔던 근로자들이 본인이 겪는 상황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제도를 바꾸는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거죠. 우리가 시혜적으로, 동정할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거죠.

- 하고 싶은 한 마디?

저희가 5라는 숫자를 많이 강조하긴 했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또 배제된 사람들이 있어요.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사람이나 도급계약, 위탁계약 맺은 사람들, 플랫폼 노동자들도 있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업주가 자신의 지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계약서만 근로계약이 아닌 것처럼 바꾸는 문제에요. 판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노무제공의 실질에 따라” 노동자성을 판단하겠다고 하였는데, 현실에서는 계약서 한 장으로, 또는 4대 보험 가입 여부로 노동자가 아니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도 쉴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휴일법 적용에 배제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나아가서 근로기준법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짚었는데, 대체 그 장시간 노동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보자는 보자는 겁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 제한이 없잖아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중에 60시간, 72시간, 심지어 96시간까지 일한 분도 봤어요. 5인 미만 사업장은 하고자 하면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요. 장시간 노동하는 사업장이 아직도 많은데, 이런 사업장이 300인, 100인 기업은 아닙니다. 공휴일조차도 못 쉬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집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가 만드는 차별이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지 않으면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의 정당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별과 배제를 합법적으로 만들어주는 근로기준법을 이제는 개정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