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사건 : 녹지국제병원 2심 판결
[언박싱] 이 주의 사건 : 녹지국제병원 2심 판결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8.22 18:12
  • 수정 2021.08.22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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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녹지그룹 #영리병원 #건강보험 #광주고법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19년 4월 17일, 제주도에 개설 예정이었던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이 취소된 바 있습니다. 그동안 노동·시민사회는 영리병원의 개설이 공공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반대해왔습니다.

제주도와 녹지그룹의 법적 공방도 이어졌는데요, 제주지법은 녹지그룹이 2019년 5월 20일 제기한 소송의 1심 재판에서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노동·시민사회도 제주지법의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18일 2심 판결은 1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광주고등법원이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겁니다.

노동·시민사회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 영리병원을 정당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녹지국제병원 폐지와 영리병원 설립 저지를 위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

- 이번 2심 판결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지난번 제주지법이 내린 1심 판결에서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그룹)이 제기한 근거를 기각하고,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취소처분이 타당하다고 인정됐습니다. 조건부 허가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2심 재판에서는 1심 판결이 뒤집어졌습니다. 저희는 대법원 상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위해 보건복지부로부터 2018년 12월 ‘외국인 진료 전용’이라는 명목으로 녹지그룹의 의료 허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저희는 녹지그룹의 개설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녹지그룹 측에서는 항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대법원에서까지 2심과 같은 판결이 난다면 녹지국제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들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영리병원 설립’의 길이 열릴 거라고 봅니다.

-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미국을 보면 영리병원이 생겼을 때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영리병원이 생기면 돈 있는 사람들은 고급의료를 특화해서 받으려 할 것이고, 건강보험료 납부에 의미를 두지 않을 겁니다. 최종적으로는 건강보험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민간 의료를 하는 이들은 의료를 통한 돈벌이를 궁리하게 될 것이고, 영리병원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대형병원 중심으로 체인점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보험회사와 연계를 하고, 보험회사가 완전히 의료체계를 지배하는 미국과 같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 상황이 악화될 경우 병원을 찾을 일이 많아질 텐데, 이를 공공의료가 하지 않고 영리병원이 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광주고법의 2심 판결이 국민의 건강권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현 정부 공약이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의 허가를 내려고 할 때 방치했습니다. 현 정부가 책임을 지고 영리병원 개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또한 지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도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리병원보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 노력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코로나 발발하고도 공공병상 모자라니까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현재 4차 유행까지 온 상황에서도 진전이 거의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한국에서 하루 확진자 수 2,000명만 넘어도 의료 체계가 마비되는 건 공공의료가 미비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K-방역’ 운운하며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의료인력 확충과 공공병상 확충에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