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추모 :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
[언박싱] 이 주의 추모 :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8.29 16:18
  • 수정 2021.08.29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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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역 #배달노동자 #플랫폼 #추모
26일 사고로 목숨을 잃은 선릉역 오토바이 라이더 추모 장소 ⓒ 서비스일반노조
26일 선릉역 부근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오토바이 라이더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회사가 늘면서, 배달산업 규모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오늘입니다. 이에 배달업에 종사하는 배달노동자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각종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사고가 2019년 2만 800건 대비 2020년 2만1,200건으로 400여 건이 늘었습니다. 사망자도 498명에서 525명으로 늘었으며, 사망사고 3건 중 1건이 배달노동자인 것으로 밝혔습니다.

지난 26일 선릉역 앞에서는 대형화물차가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로 한 배달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이후 현장에는 배달노동자들의 고충을 공감하며 찾아오는 시민들의 추모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사망사고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배달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왜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홍창의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과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홍창의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

- 배달노동자들의 죽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보시나요?

우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배달노동자들이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플랫폼 회사를 통해 일을 받고 건 바이 건으로 배달료를 받습니다. 배달료 단가는 높지 않습니다. 배달노동자들은 아시다시피 법적으로 근로자 지위를 갖지 못합니다. 플랫폼 회사와 위탁 및 배송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시간당 2만 원을 번다고 해도 오토바이 보험료, 유지비 등 감가상각비를 생각하면 실제 수령하는 금액이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가 맞물려서, 무리한 배달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급제로 안정적으로 일을 한다면 무리하게 할 리가 없거든요.

- 어떤 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얼마 전 봤던 이탈리아의 사례가 굉장히 와 닿았어요. 배달업체가 배달원 4,000여 명을 직고용하기로 했고, 사회보장제도인 4대 보험, 연차 등 근로기준법상 혜택을 모두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안전문제를 고려해서 배달노동자들이 시간당 최대 4건만 배달할 수 있도록 제한을 했어요. 최저시급을 보장하는 형태로요. 노동조합 차원에서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 같은 사례를 논의 중에 있습니다.

- 많은 시민들이 추모를 위해 사고현장을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이번에 국화 100송이를 준비했는데, 모두 헌화되고도 시민들이 추모를 위해 찾아오십니다. 사고 직후 추모행동과 관련해 논의 중이었는데, 이전에도 사고 난 오토바이 앞에 꽃이 놓였습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달노동자들 관련 기사를 보면 악플이 정말 많이 달립니다. 물론 배달노동자들의 자정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구조적 문제가 큽니다. 뻔히 위험한 거 알면서 신호위반을 하고 싶은 분들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배달노동자들에게 비난의 눈초리보다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 배달노동자들의 죽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에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 배달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배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준과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이륜차를 다루는 건 사륜차보다도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함에도 충분히 배우고 연습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거죠.

플랫폼 회사들도 당장에 사람이 급하다는 이유로 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분들이 이륜차를 타면서 도로에서 일을 하는 상황 자체가 위험합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2주 안에 사고 나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플랫폼 회사나 정부차원에서 교육 및 훈련 제공이라든가 관리의 역할을 전혀 안 하고 있습니다.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과태료 받은 사례도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고요, 교육 같은 경우 그나마 배달의민족, 쿠팡 등에서 일하기 전에 온라인상으로 2시간 정도 받는데, 그 영상을 보면 오토바이의 ‘오’자도 안 나옵니다. 생산이나 사무직, 화물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만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그게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륜차는 면허체계 자체도 허술하고, 정비 관리 시스템도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위험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어떤 식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결국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이륜차로 일하는 분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라도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적 측면으로 봤을 때 사고를 초래하는 원인은 낮은 배달료입니다. 낮은 배달료는 속도 경쟁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배달료의 적정수준을 법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안전배달료를 주장하고 있어요. 이어서 이륜차 관리라든가 면허시스템 관리 등도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같은 안타까운 사고는 전국적으로 2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배달노동자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속도경쟁을 하면서 근무하는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 거라고 봅니다. 이 같은 사례는 과거에도 굉장히 많았고, 배달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배달산업이 얼마나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변화와 플랫폼 회사들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작년에도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급하게 개선돼야만 합니다.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릅니다. 안타까운 죽음을 멈추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