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기, 한국형 인적자원개발(K-HRD)모델 구현할 것”
“‘위드 코로나’ 시기, 한국형 인적자원개발(K-HRD)모델 구현할 것”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07 00:59
  • 수정 2021.10.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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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9월 ‘경영혁신’을 선언했다. 국민 중심 공공서비스로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새로운 경영방침은 4가지로 정해졌다. 디지털 전환, 전문역량, 공정·배려, 일·삶 조화다. 이는 구성원의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업방향을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많은 이들이 산업전환과 비대면 시대는 먼 미래가 아니라고 말한다. 산업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일자리는 더 불안해지고, 코로나19는 고용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전 국민 평생고용’을 목표로 둔 한국산업인력공단에게도 이 상황은 과제가 됐다.

경영혁신을 준비해왔던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한국형 인적자원개발모델’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에 발맞춘 인적자원개발모델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반영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해주는 ‘K-HRD*(한국형 인적자원개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창립 40주년이기도 하다. 한국형 인적자원개발을 책임지겠다는 어수봉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영어 CI는 HRD에 K(Korea)를 붙인 HRDK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비대면 시대, 새로운 기술 배워
능력개발에도 전환 이뤄져야”

코로나19로 산업전환·비대면 시대가 촉진됐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산업전환기에 인적자원개발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나.

코로나19가 앞당긴 미래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일터와 일하는 방식은 변했고, 비대면·디지털은 새로운 질서로 사회 전반에 자리를 잡았다.

대한민국도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혁신의 가속화, 그리고 동시에 노동시장에서의 양극화 심화 등의 변화를 맞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서비스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돼,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소상공인은 경영 위기에 몰리는 등 고용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비대면 서비스 중요성을 각성시켰다. 대면으로 이뤄졌던 생산·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전환해도 동일한 생산성 혹은 그 이상의 생산성을 주는 영역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대면 서비스에서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되는 과정에 꼭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한다. 조직 운영과 서비스 방식에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으며, 구성원들에게도 전통적인 능력과 다른 디지털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IT 분야와 거리가 멀었던 사무직도 데이터분석 등 최소한의 디지털 이해 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다. 스마트 팩토리 등 로봇과 공존하고 AI와 협업하는 일자리가 늘고 있다. 기존 업무방식에 창의성을 더할 수 있는 디지털 우수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하고자 하는 인적자원개발은 무엇인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기업과 근로자의 인적자원개발을 지원하는 일자리 전문기관이다. 이에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과제를 직업능력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과 사명이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전히 어려운 경영 여건이 예상되지만, 집중할 부분은 비대면·디지털 사회에 부합하도록 공단의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이다.

지난 3월 이사장으로 부임 후 새로운 경영혁신 슬로건과 경영방침을 선정해 경영혁신 선포식을 가졌다. ‘변화하는 우리의 오늘, 도약하는 HRDK의 미래’라는 경영혁신 슬로건 아래 디지털 전환, 전문역량, 공정·배려, 일·삶 조화라는 경영방침을 정했다. 새 경영방침은 공정한 조직문화를 확립하고, 구성원 역량 강화와 디지털 서비스 전환으로 최고의 HRD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이다.

어떤 공공기관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먼저 이름을 봐야 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CI는 HRDK다. 이를 뒤집으면 K-HRD가 된다. 어떤 단어 앞에 K자가 붙으면 한국이 잘 하는, 한국이 자랑하는, 혹은 한국형이라는 뜻이 있다. 이처럼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것에 K자를 붙인다. K-HRD는 바로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 40년 동안 많은 노력을 많이 해서 한국식 능력개발 시스템이 만들어졌지만, 그게 참 잘한 거라는 걸 다른 나라에서 인정해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비대면 시대에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이라는 키워드가 주어진다. 산업전환기에는 대대적인 능력개발전환프로그램이 필요한데 그것이 리스킬링이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것을 업스킬링이라고 한다.

K-HRD의 중요한 두 축이 바로 이 두 가지다. 업스킬링을 구현하는 정책 수단으로 전국에 K-디지털 플랫폼(거점형 디지털융합 공동훈련센터)을 만들어 디지털 인재 양성에 힘쓸 것이다. 리스킬링 부분에서는 정확하게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는데 K-ESG 플랫폼을 생각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맞게, 공동으로, 노사의 참여가 바탕이 된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고 싶다.

“코로나19 시기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특별한 일자리정책 필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기업과 노동자뿐 아니라 청년 등 ‘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효율성은 어떻게 제고할 수 있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청년층의 취업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양질의 일자리뿐 아니라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니 인턴 기회도 많이 줄어든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동안 청년들의 고용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97년 외환위기 때를 ‘잃어버린 세대’라고 했고, 지금은 ‘락다운 제너레이션’라고 한다. 심지어 2년제 대학의 경우는 입학식과 졸업식도 없이 2년을 보내고,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게 됐다.

일하고 싶은 기회를 얻고자 하는 락다운 세대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인력공단도 일학습병행, 국가자격시험, 해외취업 등 다양한 직업능력개발 서비스로 청년들의 직무역량을 향상시켜 청년층과 고용 시장을 이어주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은 일터 기반의 직업능력개발훈련으로,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기업과 학생을 매칭해 실제 채용까지 연계한다. 올해 7월까지 약 2,500개 기업에 고등학교·대학교 재학생 약 5,000명의 취업을 지원했다. 청년들이 조기에 기업 현장직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산업 현장의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선취업 후학습’ 대표 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또한 연간 국가자격시험 응시인원은 지난해 기준 370여만 명(기술 314만 명, 전문 56만 명)에 달한다. 20~29세 청년층은 전체 국가기술자격 취득자 중 44.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취업 등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공무원 시험에서 관련 국가기술자격을 응시자격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자격시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격시험 결과 피드백 서비스’로 청년들을 위한 컨설팅을 준비 중이다.

자격시험 수험자에게 응시자 점수 분포, 타 수험자 대비 취약 항목 등의 추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합격자에게는 자격과 관련된 직업·일자리 정보를, 불합격자에게는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청년들의 경력개발경로 설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기능사·산업기사 일부에서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 참여와혁신 송지훈 기자 jhsong@laborplus.co.kr

“숙련기술인 양성은
위기→기회 바꿀 원동력”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숙련기술인 양성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10월에는 기능경기대회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기능경기대회는 숙련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올해는 대전에서 10월 4일부터 11일 까지 53개 직종을 대상으로 제56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산업용 드론제어, 사이버보안, 클라우드컴퓨팅 같은 첨단기술 3개 직종을 신설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기능경기대회가 진행된다.

원래 원했던 기능경기대회의 모습은 대회가 아닌 축제다. 서로 응원하고, 알아가고, 상호 배움의 과정이 있는 기능경기대회를 만들고 싶다. 이번 기능경기대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지역별 순위발표를 없앴다. 또 우수상과 장려상을 늘렸다. 기능경기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비대면·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목도한 지금, 기술발달과 환경변화에 맞춘 인적자원개발 정책이 절실하다. 기술발달은 항상 일터의 변화를 수반하기에 기업과 근로자는 현장 변화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적자원개발이다. 숙련기술 또한 산업현장의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전과 실패의 결과이자, 인적자원개발의 성과다. 숙련기술과 숙련기술인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발전과 기술발달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산업인력공단은 산업발전의 근간인 숙련기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숙련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숙련기술 장려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예비 숙련기술인을 육성하고 있으며, 숙련기술 전수과정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일자리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코로나19 시대에서도 숙련기술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쏟고 싶다.

임기 내 목표는 무엇인가?

코로나19가 촉진한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임기 동안 공단의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관 운영 및 사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안착시켜 업무효율을 높이고, 예산·인력 등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등 최고의 HRD 서비스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할 것이다.

국민의 능력을 키워주고(개발), 자격으로 능력을 인정(평가)하고,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취업)함으로써 ‘능력개발→능력평가→취업지원’의 일자리 지원 서비스를 국민의 전 생애에 걸쳐 지원하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다.

이사장 부임 이전까지는 학자로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한 냉정한 평가자로 있었다. 지금은 공단이라는 큰 배의 선장으로서 조직의 미래를 고민한다. 멀리서 볼 때는 숲이 보이고, 숲 안에서는 나무가 보이는 것처럼, 한국산업인력공단 안으로 들어와 보니 밖에서는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사업 운영의 어려움이 있음을 알게 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보니 엄격한 규제와 넉넉지 않은 예산 속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어려움이 있다. 직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과 자원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민의 삶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공공기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