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제주칼호텔··· 노조 ‘총력결의대회’
매각 앞둔 제주칼호텔··· 노조 ‘총력결의대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11.09 19:54
  • 수정 2021.11.09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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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주칼호텔 노동자 30여 명
서울 대한항공빌딩 앞 결의대회
“고용 보장 없는 매각 중단하라”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지부장 서승환)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조합원 총력결의대회를 열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한진그룹이 부동산 투자회사에 제주칼호텔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호텔 노동자들은 사측에 “고용 보장 없는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지부장 서승환)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조합원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칼호텔지부는 “코로나 재난으로 어려워진 호텔이 문 닫지 않도록 노동자들은 임금동결, 임금지급유예, 연차소진, 무급휴직 등 자발적으로 고통 분담에 동참하며 호텔을 지켜오고 있다”면서 “그런데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노동조합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호텔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은 제주칼호텔을 매각하기 위해 스타로드자산운용(대표 이혜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승환 제주칼호텔지부 지부장은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투기자본에 제주칼호텔을 매각한다고 한다”며 “제주칼호텔 자리에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설된다는데, 호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대책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서승환 지부장은 “사측과 간담회에서 ‘전원 고용 보장은 어렵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말은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정리해고 하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칼호텔에는 카지노, 외주업체 노동자들을 포함해 3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본부장은 “한진그룹은 1970년 460만 평 제동목장 매입을 시작으로 항공, 물류, 관광, 먹는샘물 사업까지 제주의 하늘과 땅과 지하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며 “한진그룹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 크다. 70만 제주도민, 환경시민단체도 고용 보장 없는 칼호텔 매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환 본부장은 오는 15일 제주도의회도 고용 보장 없는 제주칼호텔 매각 반대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은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매각이 피할 수 없는 경영상 이유라면 인수대상자가 호텔 영업 지속을 약속하고, 노동조합과 고용보장협약서를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도 홈플러스 둔산점 폐점·매각으로 고용 위기에 내몰렸다. 이후 홈플러스지부는 둔산점을 인수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미래인㈜과 둔산점 직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하는 합의서를 올해 초 체결한 바 있다. 이날 결의대회엔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마트노조 간부들도 참석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이 있는 매각이라면 적극 협조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사지로 모는 매각을 강행한다면 11만 서비스연맹은 기필코 이번 매각을 막고, 칼호텔 노동자들의 생존을 함께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모 진에어노동조합 위원장은 한진그룹 노동조합협의회를 대표해 “우리는 제주칼호텔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호소에 적극 동의한다”며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매각협상이 ‘노동조합+회사+인수업체(호텔영업을 지속할 자본)’ 3자가 모여 투명한 매각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서한을 사측에 전달했다. 사측 관계자는 “절차를 거쳐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결의대회를 마친 제주칼호텔지부 노동자들은 사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