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시총은 세계 맨 위, 노동조건은 바닥?
마이크로소프트 시총은 세계 맨 위, 노동조건은 바닥?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1.11.24 21:11
  • 수정 2021.11.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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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S노조, 낮은 임금인상률과 높은 노동강도 규탄
37차례 교섭에서 접점 못 찾아... 91.6% 찬성률로 파업 결의
24일 오전 한국마이크로소프트노동조합이 광화문 본사 앞에서 ‘전세계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의 열악한 노동실태 고발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한국마이크로소프트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선다. 회사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데도 노동조건은 바닥이라는 이유에서다.

24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한국마이크로소프트노동조합(위원장 이옥형, 이하 노조)은 서울 광화문 본사 앞에서 ‘전세계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의 열악한 노동실태 고발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곽창용 사무국장은 “고강도 업무로 대상포진과 구안와사 등 스트레스성 질환에 걸린 직원들이 다수”라며 “직원을 적게 뽑고 과도한 성과와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데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 대부분을 미국 본사가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적은 인원으로 과도한 노동을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창출한 성과의 대부분이 미국 본사로 돌아가니 인원을 늘리지 못하고 적절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노조는 “올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전 세계 지사들 중 최고 성장 지사들에게 주어지는 ‘Top-SUB award’를 수상한 바 있지만, 올해 처음 공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전체 매출의 71%인 8,182억 원이 미국 본사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조합이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는 노동강도를 더 올리는 원인이 됐다.(재택근무는 2020년 4월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전 조합원 23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총 160명이 응답했다.(전체 노동자는 434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로 인해 기존보다 업무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1%였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68.8%였다.

업무시간이 일주일 평균 1~3시간 늘었다는 응답 비율이 37.3%, 4~6시간 늘었다는 응답 비율이 34.9%, 7~10시간 늘었다는 응답 비율이 19% 순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환경이 회사 업무 환경보다 안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64.4%였다.

이옥형 위원장은 “이제껏 마이크로소프트를 다니면서 같이 했던 4명의 동료를 보냈다. 윈도우를 지원하는 엔지니어는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고, 오피스 엔지니어는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웹서버 지원 엔지니어는 뇌종양으로 돌아가셨고, 기업 기술 지원 담당은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2주 전 저희 조합원이 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국내법과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 회사는 합법적인 체계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비즈니스 투자와 혁신으로 글로벌 고객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직원의 보수는 소재지, 성과, 시장경쟁력 등 다양한 요인을 기반으로 책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조는 총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91.6% 찬성률(투표율 94.3%)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올해 37회의 임단협 교섭이 있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결과다. 사측은 임금인상률 3.5%를, 노조는 6.52%를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6시 안드레아 델라 마테아(Andrea Della Mattea)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장과 20분 정도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서 노조는 안드레아 아태 지역 사장에게 노사 문제의 심각성, 노조의 요구사항 등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곽창용 사무국장은 “물어볼 때마다 한국에 권한을 다 줘서 자기는 특별히 할 것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향후 노조는 구체적인 파업 및 투쟁 계획을 조합원들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