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년과 노동
코로나19 2년과 노동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12.06 13:55
  • 수정 2021.12.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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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非)구직 니트’ 증가하고 여성 피해 두드러져
거리두기 직격탄 맞은 산업은 대면서비스업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일상이 회복될 거로 기대했으나,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며 다시 위기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노동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경제 위기, 산업전환의 가속화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고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 사회의 노동은 어떤 상황인지 각종 통계를 인용해 정리했다.

ⓒ 참여와혁신 DB
ⓒ 참여와혁신 DB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 2억 5,500만 개

전 세계 코로나19 현황(11월 28일 기준)을 보면, 지난 2년간 약 2억 6,110만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520만 명가량 사망했다. 노동 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일자리 감소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0년에 코로나19로 손실된 전 세계 일자리는 약 2억 5,500만 개로 추산된다. 이는 손실된 노동시간(주 48시간 기준) 8.8%를 환산한 값이다. ILO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4배 많은 수치로 본다.

11월 11일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33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GDP는 2~3년 내로 회복되지만, 고용이 위기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10년 가까이 걸렸다” 그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은 “손실된 일자리 중 2/3 이상은 많은 노동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이전하면서 생긴 것”으로 ILO는 분석한다고 했다. 단순 실업이 아닌, 실업 후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구직활동을 중단한 인구가 많다는 의미이다. 구직활동을 중단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은 “특히 제일 걱정하는 게 여성과 청년”이라며 “타격을 받은 규모가 크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이전하는 방향성이 많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청년 ‘비(非)구직 니트’ 증가

한국에서도 ILO의 분석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일하지 않고 훈련과 교육도 받지 않는 청년(15~34세) 니트족의 규모는 172만 3,000명으로 밝혀졌다. 그중 74%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족으로 무려 128만 2,000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16만 6,000명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년간 가장 많은 규모다. 이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2000~2021년) 자료를 사용해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파악한 수치다.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의 청년 인구는 전년도에 비해 14만 2,000명이나 감소한 데 반해, 청년 비구직 니트는 오히려 16만 6,000명이나 증가한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증가 폭은 연평균 4.6만 명에 그친다. 2020년의 청년 비구직 니트 증가 폭인 16만 6,000명은 이러한 추세에서 12만 명이나 벗어나 있다“며 ”2016년 이후의 비구직 니트 증가 추세가 그대로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코로나19 충격이 청년 비구직 니트를 12만 명 증가시킨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의 비구직 니트 증가율이 남성보다 컸다. 2016년 기준, 2020년의 여성 비구직 니트는 14만 명 증가하여 36.3%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남성 증가율 27.5%보다 더 크다. 2019년에 비해서도 비구직 니트 증가율에서 여성은 15.2%로 남성(14.7%)보다 0.5%p 높다.

IMF 외환위기를 토대로 보면, 1998년뿐만 아니라 이듬해에도 비구직 니트를 경험한 청년은 취업 가능성이 낮아지고 임금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재량 선임연구위원은 “평소라면 청년기의 니트 경험이 일시적인 충격으로 작용하고 사라질 수도 있으나, 코로나19와 같이 큰 충격 아래서 니트 경험은 항구적인 상처로 남게 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충격이 청년 니트의 규모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이들의 특성까지 바꾼다면 우리 경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여성에 전가된 코로나19 돌봄 공백이 원인”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실업률에서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중앙연구원이 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경제활동참가율은 전년 대비 남성이 23.9%, 여성이 25.7% 감소했다. 고용률은 남성이 26.3%, 여성이 27.1% 감소했다. 실업률은 남성의 경우 10%가량 감소한 반면, 여성은 2.4% 증가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발표자인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의 육아를 꼽았다. 연구에 따르면, OECD 주요 22개 국가 중 한국은 ‘일하는 엄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19위로 낮은 축에 속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9월까지의 육아·가사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폭은 남성보다 여성이 45.5배 크게 나타났다.

또한 유자녀 여성 노동자 중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경우, 약 80%가 코로나19로 인해 자녀 돌봄 부담이 증가했다고 말했으나, 배우자의 돌봄 참여는 이전과 동일한 경우가 약 60%이며, 이전에 비해 돌봄 참여가 줄어든 경우는 약 5% 수준이었다. (2021,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에 대해 이동선 부연구위원은 “돌봄 부담이 증가했음에도, 10명 중 6명 배우자의 돌봄 분담은 예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에게 일-돌봄이 이중부담으로 전가된 것”이라며 “우리 사회 내에서 돌봄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돌봄공백은 여성에게 가족돌봄제도 사용의 압력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위기의 해법은 여성이 돌봄권을 제대로 확보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돌봄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돌봄노동을 분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직장 안에서 돌봄권 사용 시 불이익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단체협상의 핵심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자 수 43만 감소, 대면서비스업 두드러져

한국은 2020년 2월 감염병 위기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상향한 후 10월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유지하다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 중이다. 인원과 시간의 제한을 대폭 완화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변화는 향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대면서비스업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서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이 중요해졌고, AI 등 기술발전이 가속화되면 더 빠르게 비대면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KDI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1년간(2020년 3월~2021년 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42만 8,000명 감소했다. 피해는 특히 대면서비스업에 집중해서 나타났는데, 산업별 기준, 취업자 감소는 대면서비스업인 숙박‧음식점업(-21만 7,000명)에서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났으며, 도‧소매업(-17만 7,00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 보더라도, 판매직(-1만 5,600명)과 서비스직(-1만 5,500명)의 고용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연구를 수행한 엄상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재택근무가 어려웠던 산업과 직업에서 고용 충격이 더욱 심각하였으며, 이러한 차별적인 고용 충격은 경기 회복기(2021년 3월~2021년 8월)에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면 업무를 대체하는 기술이 발전할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서비스‧단순노무의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이면 서비스‧단순노무의 노동수요는 21만 명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다.

엄상민 교수는 “단순노무‧서비스업에는 저숙련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고 있어, 코로나19 이후의 고용구조 변화로 인해 경제적 취약계층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노동수요 변화에 맞추어 노동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생학습, 취업교육 등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업 전환 시기의 단기적인 충격을 경감하고, 고령층 등 직업 전환이 어려운 계층에게는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800만 명 돌파, 정규직은 감소

지난 1년간 비정규직은 늘고 정규직은 줄었다. 통계청 기준 올해 8월 비정규직은 806만 6,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중 38.4%를 차지했다. 1년 만에 2.1%p(+64만 명) 증가한 수치로, 비정규직이 80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시적 근로자(517만 1,000명)는 56만 4,000명, 시간제 근로자(351만 2,000명)는 26만 명, 비전형 근로자(227만 8,000명)는 20만 5,000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은 1,292만 7,000명으로 9만 4,000명 감소했다. 회복세로 돌아선 고용 시장을 채운 게 질 나쁜 일자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편,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한 비율은 전체 비정규직의 59.9%이며, 그중 절반 이상이 ‘근로조건에 만족’을 이유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소폭 증가와 월 평균 임금 증가(+5만 8천원)를 내세우며 ‘비정규직은 늘어났어도 주요 근로여건은 나아졌다’라고 주장했다.

* 2021년 8월 비정규직 규모를 정부는 약 807만 명(38.4%),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약 904만 명(43.0%)으로 달리 추정하고 있다. 이는 임시‧일용직 103만 명을 통계청은 정규직으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임시․일용직은 일제 때부터 형성된 개념으로, 통계청은 1963년부터 상용․임시․일용직을 구분해서 조사 및 발표해 왔다. 비정규직, 시간제근로, 파견근로, 용역근로 등의 용어가 등장하기 전인 1970~80년대에도, 많은 단체협약이 임시직 조항을 체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노동 현장에서 임시․일용직은 불안정고용(비정규직)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통용되어 왔다. 이에 따라 노동사회연구소는 임시일용직 610만 명에, 부가조사에서 확인된 상용직 가운데 비정규직 300만 명을 합쳐 904만 명으로 추계했다(중복 제외)"라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정규직은 1,195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4,000명 증가했다.

 

※ 참고 자료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OVID-19 충격이 청년 니트(NEET)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2021. 10. 29.)
통계청,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2021. 10. 26.)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_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21.8)’ 결과(2021. 11. 28.)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코로나19가 여성노동자에게 미친 영향 (2021. 11. 10.)
KDI,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고용구조 변화와 향후 전망 (2021.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