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시청노조의 새로운 노동운동 제시?
[기고] 서울시청노조의 새로운 노동운동 제시?
  • 참여와혁신
  • 승인 2021.12.21 13:01
  • 수정 2021.12.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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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우 한국노총 항공노련 정책본부장
가처분소득 증대, 불평등 해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돼야
김태우 한국노총 항공노련 정책본부장 

OECD는 2014년 12월 발표한 ‘불평등과 성장(Inequality and Growth)’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 확대가 경제 성장률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듬해 7월 발표된 IMF의 ‘불평등과 노동시장 기관(Inequality and Labor Market Institutions)’ 보고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조합 조직률이 하락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데, 이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떨어질수록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경제 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에 “내 가족의 생계를 보장할 좋은 직업을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며 “노동조합이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도 많다. 그런 곳에서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입고, 보호받지 못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소득 불평등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진보와 세계화가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로 이어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기술진보와 세계화를 거친 나라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의 진행 속도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 관찰되면서 금융 규제의 완화와 최상위 계층의 소득세율 인하 등 제도적 요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소개했듯 IMF는 제도적 요인이라 할 노동조합 약화를 불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IMF는 ‘불평등과 노동시장 기관’ 보고서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떨어질수록 지니계수가 상승했으며, 그만큼 소득불평등이 커졌다고 밝혔습니다. <21세기 자본론>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와 엠마누엘 사에즈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도 금융규제 완화, 감세 정책과 함께 노동조합 약화를 소득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상위 소득층으로의 부의 집중과 지니계수 상승의 주요 원인을 노동조합 약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노동조합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경우 기업은 노동자 대표와 협상에 나서는 경향이 강했고 노동조합은 최고경영자의 보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를 보면 노조 가입률 하락과 중산층의 소득 하락, 상위층의 소득 증가가 명백히 대조를 보입니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기후위기에 따른 디지털 및 그린 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업은 ESG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5년부터 자산이 2조 원 넘는 코스피 상장 기업은 친환경, 사회적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하며, 2026년에는 의사결정 체계나 방식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개해야 합니다. 참고로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지금 노동운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발생한 변화입니다. 그리고 비대면 업무, 재택근무 증가에 따른 업무방식의 변화도 미래 노동시장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는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노총은 이미 새로운 노동운동 방향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동이 존중되는 평등복지통일국가’를 제시했습니다. 7대 목표 중 하나로 제시된 교육·보육·주거·노후·의료 5대 부담 해소를 위한 보편적 복지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에 있어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 있어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결국 정부가 주도해야 할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불평등 해소와 차별 해소를 위해 존재의 의미를 인식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본질적 기능이었던 공제적 기능, 경제적 기능, 정치적 기능에 사회연대적 기능을 추가해 보편적 복지를 통한 가처분소득 증대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돼야 합니다.

17일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과 한마음복지재단중앙회가 조합원 의료비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서울특별시청노조 

그런 측면에서 지난 12월 17일,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위원장 안재홍)과 한마음복지재단중앙회(이사장 노휘식)가 체결한 조합원 의료비 지원 업무협약은 새로운 노동운동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안재홍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조합원의 가처분소득 증대에 고민해 왔다”고 밝히면서 “평소 조합비를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것이 이제야 실현됐다”고 기쁜 소식을 조합원들에게 전했습니다. 이번에 체결된 협약으로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조합원과 가족들은 한마음복지재단에서 발급한 바우처카드를 지참하면 전국에 있는 지정된 협력병원에서 혜택을 받게 되며, 일반진료는 물론 골다공증 치료제와 큰 수술에도 본인 부담금 전액 또는 10~30%에 대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50~70%에 달하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소득 불평등 정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노조 가입률이 낮은데도 불평등도가 낮게 나타나는데, 단체협약 적용률이 95%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도 단체협약 적용률이 각각 82%, 80%에 달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1년 9.8%에서 2019년 말 기준 12.5%(253만 명)로 소폭 상승했음에도 단체협약 적용률은 2017년 기준 12%로 여전히 OECD 32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는 도입 초기 전반적으로 낮은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제도적 미비와 제도 시행의 주체들이 독선적으로 운영함에 따라 그 기능이 왜곡돼 왔으며, 지불능력의 차이가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면서 노동자 간 실질적인 임금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불평등 및 차별 해소에 앞장 서야 합니다. 다양한 사회단체들과 공감하고 소통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연대의 씨앗을 뿌리고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정부의 구축해야 할 사회안전망과 결합해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합원들의 가처분소득 증대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확산하기 위한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의 작은 걸음은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의미 있는 여정이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