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목할 노동 이슈
2022년 주목할 노동 이슈
  • 백승윤·박완순·손광모·정다솜·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1.04 15:58
  • 수정 2022.01.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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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대통령선거, 노동이슈 전면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두 달 앞두고 노동계는 각종 노동이슈를 의제화하거나 공약에 반영시키는 데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가 밝힌 주요 사안은 ▲노조법상 원청사용자의 개념 확대로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 ▲노조법상 근로자 범위 확대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 고용 금지 및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불법파견 근로감독 및 처벌 강화 등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통과 여부도 주요 사안이다. 무엇보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이목이 집중돼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으나, 해당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를 재차 미루고 있다.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국회가 ‘전면 적용’, ‘예외 인정’, ‘일부 적용’ 중 어느 것을 택할지도 관건이다. 그 밖에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 도입,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일원화 등과 관련한 법안 통과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한편, 경영계는 부당노동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함께 규율하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과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산업전환과 노동의 참여

저탄소·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축소·전환되는 에너지·제조 산업 노동자의 실업,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저숙련 취약노동자의 탈락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확대 위험성이다. 하지만 산업전환 관련 의사결정 구조와 정책에서 노동은 배제되고 있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위원장과 당연직(18개 중앙행정기관 장)을 제외한 위촉직 77명 중 노동계 대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1명뿐이다. 노동자들은 회의장 밖에서 목소리 내고 있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노동자 직접 지원보다 사용자 지원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약한 고용관계를 맺은 노동자들부터 우선 떨어져 나갈 거란 우려가 팽배하다. 노동자들은 산업전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 금속노조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및 효과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될 예정이다. 중대재해발생 시 사업주 및 법인,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노동계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3년 적용 유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으로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상 지켜야 하는 안전관리가 무엇인지, 누가 처벌을 받는지 불분명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다만 2021년 각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이사 선임 등 조직 신설, 안전부문 예산 확충 등이 실제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제로 산재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법 개정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사망률이 낮아지지 않은 경우 노동계에서는 적용 유예 및 제외 지대 축소 주장을,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12월 17일 오전 11시 42개 청년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주4일제와 노동시간 단축

20대 대선 후보들이 주4일제를 거론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조사에서 국민 77.8%가 주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55.8%는 우리나라가 일을 많이 한다고 봤다. 노동시간이 더 줄어들길 원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요구와 시대적 기류를 대선 후보들이 잘 짚은 셈이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임금 감소와 결부돼 있다.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 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라는 선택지를 마주한다. 노동자를 관리‧통제해서 ‘일의 강도’를 높일 수도 있고, 노동자의 흥미와 창의성 발휘를 도와서 ‘일의 효율’을 올릴 수도 있다.

한편, 노동 시간 단축과 그를 위한 새로운 업무 방식 도입 등은 기업 규모와 여력에 따라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다만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이 세계의 질서가 된 지금,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 정의당
ⓒ 정의당

■ 경제 불평등

한국 사회 불평등의 중심에는 부동산이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1년 11월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17년 5월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연봉 3,444만 원인 노동자가 38년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액수다. 노동으로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반면, 자가를 소유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은 큰 불로소득을 벌어들였다.

임금소득 불평등 추세는 민주노동연구원 연구 결과 월급을 기준으로 정체 또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정규직에서 줄었지만, 비정규직에서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원하청 관계가 발달해 기업 규모 간 격차‧불평등이 중심적인 문제로 대두됐다”며 “기업 내 임금 불평등 해소에 머무른다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3대 소득분배지표(소득 5분위 배율,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지수)가 2017년부터 4년 연속 나아지며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도 있으나, 재난지원금 등 일회성 재정정책의 결과로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된 거로 평가한다. 즉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불평등이 완화된 셈이다.

ⓒ 참여연대
ⓒ 참여연대

■ 기본소득과 연대임금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정치공동체가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회구성원은 열악하거나 위험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다. 소득세나 자본 이득세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면 소득재분배 정책으로도 쓰일 수 있다.

기본소득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면, 연대임금은 일자리를 활용해 노동시장 내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임금교섭에서 동일 업종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방법이다. 연대임금 확산을 위해서는 대기업 노사의 사회적 역할, 노사정의 합의가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기본소득정치공동행동

■ 불안정 노동자의 증가

지난해 8월 비정규직이 806만 명(통계청)에 달해 사상 처음 8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64만 명 늘어난 수치다.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38.4%)이 비정규직이다.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도 꾸준히 증가세다. 특히 플랫폼노동자는 지난해 취업자의 8.5%인 220만 명(고용노동부)에 달했다. 투잡, 쓰리잡, 야간노동 등 이른바 ‘무한노동’이 더 쉽게 가능해지며 체력을 다 소진할 때까지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졌다. 불안정 노동의 증가만큼 산업안전 등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도 늘어나고 있다.

ⓒ 참여와혁신 DB
ⓒ 참여와혁신 DB

■ 정년연장

2021년 금속노조 산하 완성차 3사 노동조합(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한국지엠지부)은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연장을 요구했다. 현재 고령자촉진법상 만 60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만 65세와 일치하게끔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노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정년연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완성차 3사 노동조합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정년연장 입법 운동을 진행했으나, 청년실업 문제 등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적 여론에 결국 무산됐다.

다만 정년연장은 저출생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한국사회 인구구조상 경제가능인구 감소, 국민연금 재정 고갈 등을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도 몇 차례 추진 의지를 보였다. 특히 2019년 2월 대법원 판례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2021년 말 새로 들어선 완성차 3사 노동조합 집행부는 일괄적으로 공약에 정년연장을 내 2022년에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진행된 ‘정부와 국회는 정년연장 입법화를 신속히 이행하라’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노동이사제 확대

노동이사제 논의가 뜨거워진 것은 문재인 정부 공약으로 포함되면서부터다. 노동이 경영의 참여자‧감시자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으나, 촛불 정국으로 사회 각 분야의 참여, 감시, 견제의 필요성이 높아졌던 게 노동이사제를 적극적으로 호명한 계기가 됐다. 현재 정치권은 노동이사제의 공공부문 중심 도입 취지를 담은 법안 통과를 두고 논쟁 중이다. 법안 통과의 유무를 떠나 노동이사제는 계속 노동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노동이 산업과 기업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 중 하나이며, 세계에서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논의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이 누구의 것이냐는 논쟁으로 노동이사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있는데, 기업이 누구들의 노력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지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 금속노련
ⓒ 공공노련

■ MZ세대의 증가와 공정성 문제

‘공정’이라는 단어가 꾸준히 화두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정규직화가 불공정하다는 정규직들의 목소리, 성과급 수준이 다른 회사에 비해 불공정하다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문제제기가 대표적이다.

MZ세대가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인식도 만연해졌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보통 MZ세대의 특징으로 디지털 세대, 개인의 행복을 중시, 합리성과 공정성을 선호하는 등이 언급된다.

다만 이 특징으로 MZ세대를 대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MZ세대의 공통점을 찾아 정의하려는 시도 자체가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간 한국사회가 청년세대에 소홀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MZ세대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과 조직문화로 실현해 나가는 노력이 향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