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타임오프, 노사 합의 가능할까?
논란의 타임오프, 노사 합의 가능할까?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2.07 10:21
  • 수정 2022.02.10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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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열린 근면위, 2월 9일 마감, 좁혀지지 않는 노사 입장차

[리포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쟁점은?

노동운동의 물적 토대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에 있다. 노조 조직력의 핵심 중 하나는 ‘노조 전임자 수’다. 얼마나 많은 노조 전임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노사관계의 기울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면위)가 7개월째 논의에도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타임오프 시행,
노사관계 축 이동

근로시간면제제도(이하 타임오프제)는 1997년 3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제정 시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이 금지된 이후 2010년 보완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시간면제자’를 둘 수 있게 했다. 여기서 근로시간면제자를 두는 기준은 조합원 수에 따라 달라진다.

당초 노동계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자체를 반대해왔다. 해당 이슈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더불어 1996년 12월 ‘날치기 노동법’ 사태, 그 이후 양대 노총 총파업을 야기한 의제였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은 13년간 시행 유예되다 2010년 7월 타임오프제와 더불어 시행됐다.

2010년 이전까지 노조전임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를 통해 결정했다. <'87년 이후 노동조합과 노동운동>(배규식 외(2008),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전 정부‧사용자 주도의 노사관계에서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사용자가 지급하기를 권장하기도 했으며, 노동조합의 재정적 자립을 막기 위해 조합비 징수 상한선을 두기도 했다. 당시 노조전임자는 정부와 사용자의 입장을 전파하는 성격을 띠었으며, 그렇기에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장려했다는 것이다. 1980년 이후 기업별 노조 체제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노조전임자의 급여를 사용자가 지급하는 관행이 형성됐다.

그런데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조전임자의 성격이 사용자에 독립적이며 자주적으로 바뀐 이후에도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관행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전임자의 급여지급이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로써 정착됐다. 2002년 기준 노조전임자 임금으로 지불되는 금액이 조합비 총액보다 월 평균 14억 원 가량 많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행된 타임오프제는 노조전임자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다. 타임오프제는 조합원 규모별 ‘최소 필요한(하한제)’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정한 게 아니라 ‘최대 가능한(상한제)’ 수준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타임오프제 시행으로 “심각한 노조활동의 위축”이 초래됐다고 바라본다.

“노동조합이 현장권력을 공고화하고, 대외적인 연대를 확장시키는 노조역량의 핵심이 노조전임자이기 때문에, 노조활동 범위의 사회정치적 확장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 사용자는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제기하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거부를 적극적으로 제도화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우태현‧노광표(2013),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이 노사관계 및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과의 면담과 타임오프 매뉴얼 폐기 및 노조법 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노동청 회의실 점거 농성하던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010년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과의 면담과 타임오프 매뉴얼 폐기 및 노조법 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노동청 회의실 점거 농성하던 정혜경 당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DB

실제로 한국의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 노사는 타임오프제 시행 해당연도 단체교섭에서 격렬히 맞붙었다. 그 결과 200여 명에 달하던 노조전임자는 100여 명 대로 감소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법정 한도(당시 21여 명, 2012년 18명으로 조정)에 맞춰졌고, 나머지는 조합비로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현대‧기아차 노사는 교섭에서 수당 항목을 신설하고, 노동조합에서는 조합비를 인상해 재정 부담을 줄였다.

대기업 노동조합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었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중소규모 노동조합과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파견을 받아 운영되던 상급단체는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타임오프 시행 이후 한국노총의 전임자 수는 70%가량 감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LO 기본협약 비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삭제‧타임오프 존치

타임오프 한도는 2013년 한 차례 조정된 이후 바뀌지 않았다. 타임오프제가 다시 화두에 오른 것은 ILO 기본협약 비준 때문이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이 기본협약 비준에 문제됐기 때문이다. 1997년 제정 당시부터 ILO는 노조전임자의 역할을 규정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급여지급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과도한 개입이라고 봤다.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ILO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2018년 7월부터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를 통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2019년 4월 공익위원안으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 삭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 금지 조항 삭제 ▲타임오프 한도를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경사노위)에서 노사 자율로 결정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노사합의 무효 조항 존치 등을 제시했다.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을 폐지하지만, 타임오프제도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노조법 부칙 제3조는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할 때 “조합원 수,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연합단체에서의 활동 등 운영 실태를 고려하여 근로시간면제한도 심의에 착수”할 것을 명시했다.

2021년 7월 6일 열린 근면위 제1차 전원회의. 근면위는 노사정 각각 5명씩 15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에는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1처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황인석 화학노련 위원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이, 경영계에는 류기정 경총 전무, 남용우 경총 상무, 황용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공익위원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김희성 강원대 법전원 교수, 노상현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전원 교수, 조성혜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 화학노련

그 결과 2021년 7월 6일 8년 만에 근면위가 발족했다. 경사노위는 11월 30일 근면위에 타임오프 한도의 심의요청을 했다. 요청 이후 60일 안에 근면위는 의결을 내려야 한다. 2월 3일이 근면위 의결 마감일이었지만, 한 차례 연장돼 오는 9일까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두고 노사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안에 대해
입장차 보이는 노사

현재 노사는 17 차례 이어온 회의에도 대립되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노동계는 타임오프 한도 구간에 대해서 현행 10개 구간을 5개 구간으로 줄이고, 파트타임 전임자를 풀타임 전임자의 2~3배수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조합원 규모 1,000인 이상 4,999인 구간을 세분화하고, 현재 3개로 나눠져 있는 5,000인 이상 구간을 하나로 통합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계는 조합원이 전국에 퍼져 있을 경우 타임오프 한도에서 가중치를 주는 조항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제도상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동조합의 경우에만 지역 가중치를 적용받는다. 반면 경영계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지역적 가중치를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태조사 결과,
노사의 시선 차이

이렇듯 노사간 대립되는 입장은 2021년 10월~11월 진행된 근로시간면제제도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도 이어진다. 지난해 7월 근면위가 출범하고 가장 오랜 시간을 소요했던 주제가 바로 실태조사 방식이었다.

경영계는 “근면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체협약으로 정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중에서 ‘노동조합 활동시간’으로 사용한 시간은 약 21~2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현행 한도의 합리적 축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태조사에서 조사한 노동조합 활동시간 항목은 ▲임단협 ▲노사협의회 ▲근로기준법상 노사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사내근로복지기금 ▲노조법 상 노조 관리 ▲상급단체 활동 ▲기타 노조 활동 등이다.

요컨대 경영계는 현행 타임오프 한도 중 노사 모두 유급 노조 활동 시간으로 파악한 21~24% 이외에 나머지 75%의 노조 활동 시간에 대해 어떻게 활용되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임오프 확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 본부장은 “현행 타임오프 한도가 많다 적다를 떠나서 실태조사를 해보니 법이 유급으로 인정하는 노조 활동 시간이 21~24%밖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 나머지 75%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그 부분에 있어서 관리도 확인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합리적 축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실태조사 방식 자체가 노동조합 활동을 모두 다 담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반발한다. 이번 설문조사 항목을 보면, ‘사용자가 유급으로 인정하는 시간’만을 적어내도록 했다. 교섭, 협의, 산안위 등 공식적인 회의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돼 있다. 노동계는 설문방식의 한계로 사용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교섭 준비 시간, 조합원 의견 수렴 시간, 내부 회의 활동 시간 등은 유급으로 인정되는 노조활동 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은 “설문문항을 보면 교섭이나 공식적인 행사 위주로 쓸 수밖에 없다. 교섭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 등 노사 상호 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시간들은 조사 자체에서 제외된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실태조사 문항을 바꾸자는 요구를 했지만, 지난 실태조사와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타임오프 한도 대비 90%를 노조 활동 시간으로 사용한다고 했으나 그 중 교섭 등 유급으로 인정하는 노조 활동 시간은 40% 내외로 조사됐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타임오프 한도의 80~90%를 노동조합이 사용하지만, 그 중 유급으로 인정되는 시간은 21~24%로 조사됐다. 90%에 달하는 노조 활동 시간 중에서 유급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많지만, 설문항목의 한계로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실태조사가 코로나19로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된 시기에 진행된 점도 반영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덧붙인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이번 실태조사는 노사정이 모두 합의한 대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한다. 황용연 본부장은 “설문지 구성에 세 분의 교수님과 노사 1명, 5명이 모두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상급단체 활동
확대 대 축소

연합단체(상급단체) 활동을 위한 타임오프 조정에서도 노사는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3일 열린 근심위가 기한 연장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슈로 알려져 있다.

노동계는 2019년 4월 공익위원의 권고와 타임오프 시행 이후 상급단체 활동이 급격히 축소됐다는 점을 들어 연합단체(상급단체) 활동을 고려한 추가 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사 합의를 통해 조합원 5,000명 이하의 경우 연 2,000 시간 이내, 5,000명 이상의 경우 연 4,000 시간 이내다.

한국노총에 경사노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상급단체 파견 노조전임자수는 ▲총연맹 7명 ▲산별연맹 60명 ▲시도지역본부 24명 ▲시도지역지부 27명이었지만, 2021년 ▲총연맹 8명 ▲산별연맹 21명 ▲시도지역본부 4명 ▲시도지역지부 2명으로 71.1%가 감소했다.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활동이 축소된 것이다.

반대로 경영계는 초기업 단위 노조 산하 조직의 경우 타임오프 한도를 20%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산별노조의 경우 단체교섭 등 노동조합의 주요 활동이 본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현재 금융노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가 설립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산별교섭 정례화를 꾸준히 주장해왔지만, ‘사용자단체’의 부재를 산별교섭이 이뤄지지 못하는 배경이라고 주장해왔다.

산업전환 등 개별 사업장 노사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지역, 산업 차원에서 함께 논의해야 하는 의제가 증가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상급단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유정엽 본부장은 “현재 정부나 지자체, 중앙단위에서 노사정 대화나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상급단체 활동이 급격히 위축돼 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노사 입장차 좁혀질까

노동계는 타임오프 한도 조정에 있어서 ‘노사 자율’이라는 법 개정 기본 취지를 기본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유정엽 본부장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다고 노동조합의 자율성과 자주성이 침해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정엽 본부장은 “노조 활동에 전념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활에 문제가 없어야 자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ILO협약 135호, 143호에서도 최소 노조 활동 시간을 법으로 보장하고, 나머지는 노사자율에 맡기라고 말한다”며 “노조전임자의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면 노조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경영계는 타임오프 한도에 따라 사용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그 수준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합리성이란 근로시간면제자의 노조 활동이 법에 허용된 범위 안에 있는지 사용자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경영계는 논의과정에서 ‘타임오프 사용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노사 관계의 과도한 법적 개입을 지양한다는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해당 안은 철회된 상태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타임오프 도입 2년, 복수노조 시행 1년을 평가하는 양대노총 위원장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012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타임오프 도입 2년, 복수노조 시행 1년을 평가하는 양대노총 위원장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DB

개정 노조법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선 노사 합의는 무효’라는 조항을 유지하는 이상 근면위 심의 결과는 노사관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오는 9일 근면위에서도 쉽사리 노사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처럼 노사 각각의 입장을 절충하는 공익위원 중재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