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새 정권 1년 차, 위력적인 투쟁” 결의
민주노총 “새 정권 1년 차, 위력적인 투쟁” 결의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2.11 11:32
  • 수정 2022.02.1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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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74차 정기대의원대회 개최
“지난해 총파업, 많은 조직적 과제 남겨” 자평
권리 제한 규약 개정안 두고 갑론을박
10일 열린 민주노총 74차 정기대의원대회 ⓒ 민주노총
10일 열린 민주노총 74차 정기대의원대회. (왼쪽부터) 전종덕 사무총장, 양경수 위원장 ⓒ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올해 핵심 목표를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질 좋은 일자리 쟁취, 불평등 체제 교체”로 정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새 정권 1년 차에 위력적인 투쟁을 매개로 노정교섭 틀을 확보하고 교섭의 강제를 통해 실질적인 정책변화, 법 개정을 쟁취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핵심 목표에 따른 2022년 5대 요구는 ▲차별 없는 노동권과 안전한 일터 쟁취 ▲비정규직 없는 질 좋은 일자리 쟁취 ▲사회공공성 국가책임 강화 ▲재벌체제 청산, 초국적자본 통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다.

민주노총은 10일 열린 74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와 내용을 담은 ‘2022년 사업계획안’을 승인했다. 이번 정기대대는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해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의장석을 서울 금천구LKS스튜디오에 마련하고, 전국 40개 거점 회의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했다. 이날 정기대대는 재적 대의원 1,781명 중 절반(891명)을 넘긴 1,232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충족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불평등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2022년 민주노총의 요구는 명확하다”며 “2021년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수면 밑의 불평등 체제의 모순을 끄집어냈다면, 2022년은 그 성과를 바탕으로 불평체제를 넘어선 구체적 성과와 쟁취의 해로 만들자”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0대 대선이 끝나는 대로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3월 24일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5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진보정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지역별 노동자대회를, 6월 말 혹은 7월 초에는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각각 개최한다.

하반기에는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총파업(9월 말 혹은 10월 초), 전조합원 총궐기 전국노동자대회(11월 12일), 핵심요구 입법을 위한 국회 앞 1천인 농성투쟁(12월)을 벌인다. 다만, 사업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일부 대의원 의견을 반영해서 원안을 수정한 후, 오는 17일 열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20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 되더라도 민주노총과 정례적 노정교섭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주요 시기별 노정교섭 성사 투쟁을 강조했다.

“총파업, 많은 조직적 과제 남겨”

지난해에도 민주노총은 연이어 투쟁을 전개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진행한 총파업을 통해서 ‘불평등·양극화 해소’와 ‘사회대전환’을 20대 대선 주요 의제로 부각하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작년 ‘총파업’에 대한 자체평가를 공개했다.

민주노총이 꼽은 총파업의 성과는 △투쟁 중심 기풍 회복 △청년조합원의 광범위한 참가 △집회시위 자유 금지 문제 공론화 등이다. 민주노총은 “2021년 지속적이고 완강한 투쟁으로, 위원장 구속이라는 악조건에서도 총파업과 총파업대회를 성사하고 민주노총의 투쟁 중심성을 복원하였고, '불평등 체제 타파'라는 변혁적 담론을 사회적 화두로 확산시켰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총파업으로 드러난 조직적 한계와 과제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1년간 준비한 투쟁이었음에도 실질적으로 110만의 총파업 성사라는 애초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였고, 총파업 참가 규모와 대회 참가 규모의 차이, 그리고 산별노조 간 (총파업 참가) 편차가 컸다”고 했다. 또한 “민주노총 투쟁의 주력이 비정규직 대오로 변화되고 있다”며 “투쟁의 규모를 떠나서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 사업장의 투쟁 복무력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요구를 정치권에 압박하고 강제하는 사회적 파급력을 형성하지는 못했고, 주체의 준비 부족과 정권의 일관된 탄압정책 등으로 노정교섭 구축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민주노총은 “향후 투쟁 중심성 복원 차원을 뛰어넘어 투쟁의 실질적인 위력 형성, 사회적 영향력 극대화, 교섭 및 제도화 달성에 이르는 민주노총 투쟁전략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구상과 설계가 요구된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시기, 대규모 집회에 관한 국민적 지지와 호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다양한 전술적 조치와 조직적 실천을 통해 광장 집결 집회를 완강하게 사수하면서 헌법적 권리를 제한하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차단‧봉쇄하려는 감염법 탄압, 방역독재를 돌파해왔지만, ‘민주노총 고립화’에 대한 전략과 대응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적 지지와 동의를 얻는 투쟁전술 구사”를 과제로 꼽았다.

한편, 2021년 주요 성과로는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여론 환기 △지역본부강화-산별운동강화 TF 운영 △청년조합원 참여를 위한 청년사업 확대 △‘학교부터 노동교육 법제화 투쟁’으로 노동교육 제도화의 토대 마련 △진보정치 단결 도모 등을 언급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가맹비 납부 의무, 어길시 권리 제한하자”
원칙에는 동의하나 내용 두고 갑론을박

주요 안건인 규약개정을 두고선 갑론을박이 오갔다. 쟁점은 가맹조직이 맹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그 조직과 대표자, 조합원의 선거권-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약 60조’ 개정안이었다. 양경수 위원장은 “그간 권리-의무가 일치되지 못한 상황에 따른 조직 내 의견이 존재했고, 규약을 정비하자는 결정들이 있었다”며 “작년 대대에서 준비했어야 하는데 임기 첫해라서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대대에서 (관련) 규약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020년 정기대대에서 ‘가맹비 납부 의무와 권리의 일치 방안’을 중집과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현행 민주노총 규약 60조는 “가맹조직이 맹비를 납부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납부하지 않았을 때는 납부할 때까지 그 조직과 대표자의 권리를 일부 또는 전부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단, 중앙집행위원회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권리 제한을 유보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으로 인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단서 조항을 삭제하고, 권리 제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위에서 별도 규정으로 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조합원이 단위조직 또는 가맹조직에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조합원의 권리를 일부 또는 전부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공공운수노조 대의원을 중심으로 표출됐다. 현재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맹비를 완납하지 못하고 있다. 철도노조처럼 맹비 납부 의무를 유예받았거나, 유예받지 않았는데도 맹비를 납부하지 않는 조직이 있어서다.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개정안은 산별연맹을 가입단위로 하는 민주노총의 기본질서와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박해철 수석부위원장은 “규약 5조에 따르면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가맹 단위는 산별 연맹”이라며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도 가맹 단위에서 발생하는 게 민주노총의 기본 조직 질서”라고 했다. 이어서 “개정안은 민주노총이 해당 단위조직은 물론 조합원까지 직접 권리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과도하게 권리 제한의 의무를 확대하는 것이고, 이는 민주노총의 규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말했다.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권리와 의무의 일치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해당 규약에 관한 우려를 표했다. 박인호 위원장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지난 20년간 전개한 파업으로 140억 원의 손해배상을 납부했다. 또한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장기해고자 98명, 중징계자 1,500명에 대한 구호기금으로 930억 원의 기금을 썼다. 아울러 투쟁 관련 소송과 벌금으로 60억의 조합비를 사용했다. 이는 20년 총 조합비의 47%에 달한다. 박인호 위원장은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도노동자의 요구인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이지만, 동시에 민주노총 정신과 강령에 부합하는 투쟁이었다”며 “이런 상황을 대의원들이 고려해서 이번 규약 개정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의무와 권리 일치에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내용도 모르면서 개정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구체적 내용까지 포함해서 개정하자는 게 공공운수노조와 철도노조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손정원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조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은 전통적으로 투쟁하는 조직”이라며 “철도노조와 마찬가지로, 역대 투쟁을 지속한 노조는 맹비를 채납한 거로 아는데, (개정안대로라면) 권리 행사를 위해서 투쟁을 자제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태선 정보경제연맹 한국지역난방기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선거 직전 열린 중집에서 의무금을 납부하지 않는 조직에 선거권을 줄지 말지 굉장히 오랜 시간 논의했다”며 “당시 제출한 내용을 보면, 해고자 등의 사유가 있는 조직은 선거권을 주는 것으로 대부분 의견 일치를 봤다”고 얘기했다. 이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맹비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선거권을 달라는 조직의 조합원 수가 대략 4만 명 이상이었다"며 ”의무를 다하는 조합원에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유예할 수 있는 부분은 별도로 규정을 만들면 되는데, 개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개정안은) 권리 제한 근거를 마련하자는 차원”이라며 “권리 제한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제한할지는 중앙위에서 정한 규정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현재 민주노총은 가맹에 징계하더라도 권고를 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긴 시간 갑론을박에도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했고, 논의 중 확인한 참가 대의원 정족수가 과반 아래로 취합되며 정기대대는 유회됐다. 이에 따라 다음 안건인 결의문 채택은 추후로 미뤄졌다. 향후 결의문 채택에 대해서 양경수 위원장은 일단 내부 논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