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021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 ‘부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021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 ‘부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3.22 20:48
  • 수정 2022.03.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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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투표서 68.52% 반대, “기본급 인상 폭 현장 조합원 기대 못 미쳐”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2021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이 현장 조합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위원장 정병천)는 22일 진행된 2021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8.52%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알렸다.(재적 7,761명, 투표 6,721명, 찬성 2,094명, 반대 4,605명, 무효 22명)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4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말 현대중공업은 경영 개선의 일환으로 분사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조선·해양·엔진 부문을 제외한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등 3개 부문을 각기 다른 회사로 분리한다는 것이었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가 떨어져 나왔다.

이에 대응해 당시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2016년 12월 22일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 금속노조의 전신인 금속산업연맹에서 2004년 제명된 이후 12년 만에 재가입이 이뤄졌다.

산별노조 전환 배경에는 기업별노조의 경우 회사 분할 시 노동조합을 하나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현대중공업이 4개 회사(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분리되는 상황에서 단일 노동조합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분사로 인한 교섭 분리는 막을 수 없었다. 현재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와 각각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본래 현대로보틱스와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2020년 6월 현대로보틱스에 복수노조가 설립되면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잃었다. 교섭권을 기준으로 현재 현대중공업지부는 사실상 3사 1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해 8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현대중공업과 교섭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본급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해를 넘기며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현대중공업 노사는 15일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잠정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본급 7만 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 3,000원 포함) ▲제도개선TF 합의 기준에 따라 약정임금의 148% 지급 ▲격려금 250만 원 지급 ▲복지포인트 30만 원 등이다. 더불어 현안문제 합의를 통해 2019년 5월 물적분할 반대 투쟁에서 해고된 조합원을 2023년 1월부로 재입사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에서도 19일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두 곳 모두 기본급 인상 폭은 현대중공업 노사 잠정합의한 수준과 같았다. 성과급 수준은 현대건설기계가 약정임금의 462%, 현대일렉트릭이 약정임금의 300%와 격려금 250만 원 지급 등이었다.

그러나 이는 현장 조합원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8년간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실질 임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의 원인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교섭 가이드라인”을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조선계열사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있다. 2019년 5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추진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 밑에 조선계열사들이 자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병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현대중공업지부 선거 이후 3사(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간부를 만났다. 각 회사 노무담당자들이 현대중공업지주사에서 결정된 안이 나와야 한다며 교섭이 진척되지 않는 점을 공통적으로 토로했다”며, “실제로 현대중공업과 교섭 과정에서도 물적분할 반대 투쟁 해고자 복직과 관련해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 차원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기업별로 따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주회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현대중공업지부는 주장한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러한 교섭 형태는 노·사 모두 피로감만 쌓여 소모적인 투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잠정합의안 내용이) 현장 조합원들의 기대에 못 미쳤던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교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지난 1월 27일 2021년 교섭을 타결했다. 주요 내용은 ▲기본급 4만 원 인상 ▲임금체계개선 노사공동위원회 조정분 2만 8,000원 별도 적용 ▲격려금 200만 원 ▲사내근로복지기금 10억 원 출연 등이다.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은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또한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2월 17일 2021년 교섭을 마무리했다. 기본급 인상은 7만 1,000원, 격려금 200만 원, 무재해 기원 및 안전문화 정착 격려 상품권 40만 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현대삼호중공업에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삼호중공업지회가 조직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