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조직문화 영향 커... 회사·노조의 적극적 역할 필요
직장 내 괴롭힘, 조직문화 영향 커... 회사·노조의 적극적 역할 필요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4.25 19:01
  • 수정 2022.04.26 2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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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연맹, 사무금융 노동자 2,466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진행
직장 내 괴롭힘, '위계적·성과 중심적 조직문화' 영향 커
회사의 적극적인 의지·근로기준법 개정·노조의 역할 강화 등 다양한 방안 논의
사무금융노조·연맹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교육원에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성적 괴롭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사무금융노조·연맹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교육원에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성적 괴롭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사무금융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으로 조직문화를 꼽으면서, 이를 대응할 수 있는 회사의 제도운영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재진, 이하 사무금융노조·연맹)과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교육원에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성적 괴롭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무금융노조·연맹과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문지선 고려대 사회학과 강사,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가 사무금융 노동자 2,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 19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설문조사는 2021년 8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했고, 성별·연령별·업종별·직급별로 조사했다. 면접조사는 2021년 9월부터 10월까지 ZOOM을 활용한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3~20년 사이의 직장 경험이 있는 30~50대 사이의 사무금융 노동자(남성 4명·여성 15명)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가해자 용인하는
`위계적 조직문화`가 문제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위계적·경쟁적 조직문화를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1%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경험한 피해 유형 수는 평균 4.17개로 직장 내 괴롭힘이 단발적이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여러 차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율은 성별로 여성, 연령대는 낮은 연령대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 유무는 여성(41.2%)이 남성(31.9%)보다 높았고, 피해자 연령대는 20~40대(약 38%)가 50대 이상(29%)보다 높았다. 반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남성 상사(54.6%)가 가장 많았고, 여성 상사(25.1%), 여성 동료(12.7%), 남성 동료(5.9%) 순으로 드러났다.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이 많이 발생하는 회사를 보면, 조직문화가 위계적·경쟁적·성차별적이고 노동자 권리 보호가 취약했다”며 “조직 내 여성을 주변화하고 노동자 지위의 불안정성을 용인할수록 권력관계에 따른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 1순위로 남녀 모두 ‘가해자 개인의 인성 문제’를 지적했다. 여성은 2순위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19%)’를, 남성은 '실적과 성과를 강조하는 직장 분위기(23%)'를 꼽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남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도 여성은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남성은 성과 제일주의 문화를 문제로 인식하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특히 김경수 사무금융노조·연맹 정책실장은 지나친 ‘'성과주의'가 직장 내 괴롭힘을 부추긴다 강조했다. 김경수 정책실장은 “전략적 성과관리 명목으로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등의 방식이 노동자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직장 내 괴롭힘도 더 자주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연맹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교육원에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성적 괴롭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사무금융노조·연맹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교육원에서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성적 괴롭힘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

“회사의 적극적인 예방교육으로
건강한 조직문화 확립해야”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위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렵고, 회사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후 어떻게 대응했는지 질문한 결과, 여성 피해자는 ‘주변 동료에게 알렸다(35.8%)’,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29%)’ 순으로 답했다. 남성 피해자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32.3%)’, ‘주변 동료에게 알렸다(27.4%)’ 순으로 답했다. 성별 간 대처 차이는 있었지만, 피해자 다수가 적극적 대응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회사의 대응 조치가 부족하다고도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가 회사에 알려져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여성 65%, 남성 73.9%)’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은아 이화여대 교수는 “위계적인 직급과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피해자들은 불이익 등 2차 피해를 우려하여 신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신고를 한 경우에도 회사가 소극적·형식적으로 대응해 오히려 피해자에게 퇴사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 응답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예방교육(66.5%)’, ‘관련자료 배포와 게시(36.3%)’, '취업규칙 등 내부규정 마련(35%)', '상담창구 설치(35%)'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련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겠다는 응답도 21.4%에 달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에 관한 사용자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괴롭힘 행위가 초기 단계에서 개선될 수 있도록 조직 내 목격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예방교육과 관리자의 역할에 대한 사내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전담기구 운용 등
노동조합 역할 강화해야”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을 위해 피해자 보호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무금융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상담, 지원, 휴식 제공, 불이익 조치 예방 등 피해자 보호 강화(41.4%)’가 가장 시급하다고 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26.3%)’, ‘신고 여건 마련(14.7%)’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신고부터 조사와 결정 이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전담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며 “조사의 공정성·투명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회사의 독점적인 조사가 아닌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대표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무금융노조·연맹 산하 조직의 단체협약 71개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협약의 수가 너무 적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의 조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는 단체협약 체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도 “개별 신고접수나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노동조합이 대응에 나서는 건 노조의 기본태도와 원칙에 맞지 않다”며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상설대응기구를 구축하여 실질적인 노동환경 개선과 조직문화 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