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리직 거의 없어”... 금속사업장 성차별 만연
“여성 관리직 거의 없어”... 금속사업장 성차별 만연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6.22 11:27
  • 수정 2022.06.2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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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속노조·강은미 의원, 작업장 내 성차별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 개최
여성의 일은 ‘가벼운 노동’ 일반화 경향... 직무 분리·배제 따른 차별 등 발생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라는 주제로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라는 주제로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여성 조반장은 없어요. 반장이나 위의 관리자들은 성별이 거의 남자죠. 여성이 근속연수가 더 높더라도 여성을 아예 (조반장으로) 안 뽑아요.” (금속노조 여성조합원 A씨)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이하 금속노조)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라는 주제로 ‘여성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지난해 금속노조가 자동차·전기전자·조선·서비스(방문점검·급식) 업종의 사업장 21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노동자들은 제조업 분야에 여성관리자가 드문 이유로 ‘성별 간 직무 분리 관행’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성은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남성은 기계설비를 다루는 소위 힘 쓰는 업무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여성의 일이 ‘가벼운 노동’으로 일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현장에서는 기계설비나 중량물을 다루는 업무가 주로 관리직 업무로 배정된다. 그런데 여성들은 입사 초기부터 관련 업무를 배울 기회가 적다”며 “기계설비 등 업무는 남성의 일이라는 인식에 따라 여성을 특정 직무에서 배제하는 흐름이 결국 여성의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유리천장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행에 의해 남성 중심 업무에 대한 여성노동자의 숙련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자동차 부품사에서는 “여성은 절대로 뺑끼(자동차 스프레이 도장 작업)를 칠 수 없다”며 해당 업무에서 배제된 여성노동자가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 간 직무 분리 관행은 약화됐지만,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과 남성 간 능력을 달리 평가하는 시스템에 의한 성차별 사례도 있었다.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 KEC에서는 2010년 약 1년간 여성노동자 중심의 파업이 전개된 이후 특정 직무에서 여성 배제가 줄었지만, 임금·승진에서의 차별이 발생했다고 여성노동자들은 설명했다.

KEC는 사원의 등급을 J1, J2, J3, S4, S5, 연봉대상자 등 총 6등급으로 구분해 등급별로 다른 호봉 또는 연봉을 적용한다. 2017년 임금 테이블에 따르면 J1의 51호봉(최고 호봉)은 J2의 1호봉 임금보다 적었다.

김진아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같은 입사 동기라도 남성은 처음부터 J2로, 여성은 J1으로 등급이 적용된 사례가 있었다”며 “여성노동자는 J3까지 승격되고 그 이상 등급으로는 승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 작업환경도 남성 중심으로 조성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여성문화실장은 “컨베이어 시스템 대차 높이나 작업 공구 등이 남성 신체 조건에 맞춰져 있다”며 “장갑, 마스크도 맞는 사이즈가 없어 여성노동자들이 비용을 들여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현장에 반영되지 않기에 사업장 내 성차별이 계속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로 김은주 여성문화실장은 “현대자동차지부에서 여성할당제를 통해 여성대의원을 선출하고 있지만 역할이 모호한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역할과 의무를 부여해 여성노동자들의 차별 문제를 수렴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엄재연 상임연구위원은 노조 내 여성간부들이 없는 사업장 경우 여성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 여성간부가 없는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차별을 겪어도 이러한 고민을 들어 줄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며 “다른 노조들의 지지와 연대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