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망가지더라고요”... 전기노동자 12명 근골격계 산재 신청
“어깨가 망가지더라고요”... 전기노동자 12명 근골격계 산재 신청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7.12 20:25
  • 수정 2022.07.12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일 건설노조 ‘한전 비정규직 하청 전기노동자 집단 산재 기자회견’ 열어
전봇대에서 불편한 자세로 부품 옮기고 하늘 보고 오래 일해 목, 어깨, 팔 등에 부상 누적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2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전기노동자 근골격계 집단 산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전봇대를 세우기도 하고, 전봇대에 오르며 전선을 새로 연결하거나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전기원이라고 부른다. 서울 강동 지역에서 전기원으로 일한 경력 30년의 정관모 씨는 만세가 어색하다. 왼쪽 팔이 90도밖에 올라가지 않아서인데,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아서 그렇다.

“허리에 안전줄 하나 하고 전봇대에 매달려 있죠. 자세도 불안정해요. 몸에 무리가 많이 가요. 그리고 필요한 부품이나 장비는 전봇대 밑에서 줄로 묶어 주면 그거 잡아당겨서 쓰는 거예요. 불편한 자세로 매달려서 10kg 되는 부품을 밧줄로 잡아당기니까 몇십 년 동안 그렇게 하니까 어깨가 망가지더라고요. 너무 아파서 5월에 수술했어요.”

불편한 자세로 작업을 하고 있는 전기노동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12일 오전 정관모 씨를 비롯해 12명의 전기원이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을 했다. 산재 신청 접수 전 정관모 씨가 조합원으로 소속된 민주노총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골병 든 한전 비정규직 하청 전기노동자 집단 산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에 산재 신청을 한 12명의 전기노동자는 평균 나이 56.6세, 평균 경력은 27년이다. 전기노동자 작업 특성상 오랫동안 하늘을 보며 일했다. 불편한 자세로 전봇대에 매달려 부품을 지상에서 끌어 올리는 목, 어깨, 팔 등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동작을 반복 수행했다. 이러한 무리한 동작이 몇십 년 반복되다 보니 관련 부위 근골격계 질환을 얻었다는 게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산재 신청을 한 12명의 전기노동자 중 10명은 관련 근골격계 질환으로 회전근개 파열 복원술, 인공 디스크 치환 수술과 각종 시술을 받았다.

서울 지역에서 전기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전기분과 경기도지부나 광주전남지부는 산재 신청을 해서 인정을 받은 경우가 있으나, 다른 지역에는 신청 자체가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정연출 건설노조 전기분과 서울전기지부장은 “전기노동자들은 한전에서 도급을 준 협력업체 소속으로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새로 맺는 비정규직”이라며 “협력업체는 향후 도급 계약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봐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한다고 하면 비협조적이다. 전기노동자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이후 계약 연속성을 생각해 산재 신청을 포기한다”고 산재 신청이 저조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번 전기노동자 12명의 산재 신청도 처음에는 50여 명의 산재 신청인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회사의 회유와 노동자 본인의 걱정 등으로 12명으로 줄었다는 게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또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은 “사고성 산재만 한국전력과 협력업체 간의 계약에서 영향을 받는데, 업체에서도 잘 몰라 근골격계 산재 신청에도 노동자들에게 눈치 주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건설노조는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관계자와 면담을 가지고, 12명의 전기노동자에 대한 산재 신청 자료를 접수했다. 면담에서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재해조사 등은 해봐야겠지만 근골격계 질환 관련해서 산재 인정률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업무관련성 판단 부분은 7월부터 개정 시행*되는 고용노동부 고시로 빠르게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 고용노동부 개정 고시에 따라 7월부터, 근골격계 질환 산재 인정 판단 중 업무관련성 판단에서 업무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신체 부위, 관련 상병, 직종, 근무기간, 유효기간 기준에 충족하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함. 고용노동부는 이를 별첨 자료로 정리했는데, 예를 들어 ‘ 목-경추간판 탈출증(디스크)-전기공-10년 이상’ 등의 기준이 정리돼 있고 이에 해당하면 별도의 역학조사 없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것임.